:::: C A P E L L A ::::

  여행을 계획하면서 염두해 둔 것중의 하나는 '온천'이다. 우리 식구들은 워낙 온천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여기 저기 걸어다니다가도 저녁에 온천에 피로를 풀고 푹 자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꼭 엄마를 모시고 온천에 가고싶었다. 그리고 온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일본 온천마을의 느낌이나, 가격이 맞아서 료칸에 간다면 료칸 문화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간사이 지역에 온천을 열심히 검색했더니, 고베지역에 있는 아리마(有馬温泉)이 가장 유명하고 효고현에 있는 기노사키온천(城崎温泉)도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2박 3일 일정에 효고현까지 다녀올 수는 없어, 교토 주변의 온천을 검색하다가. 오오하라온천(大原温泉)을 찾았다. (교토 지역의 또 다른 온천은 쿠라마 온천(鞍馬温泉)이 있는데 가격이 안 맞아서 포기했다.) 오오하라 온천에 대해 찾아보니 교토역에서 버스로 약 1시간 걸리고, 근처에 산젠인(三千院)등 유명한 곳이 많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료칸보다 경제적 부담이 덜하지만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民宿)에서 숙박할 수 있었다. 


  그럼 온천마을에서 료칸과 민박의 차이는? 둘 다 전통적인 일본 숙박시설을 느낄 수 있지만 료칸은 더 비싸고 서비스가 좋다. 일단 방에서 저녁,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고, 요도 다 펴주고, 화장실도 방에 딸려 있고, 또 온천도 대실해서 쓸 수 있다. 반면 내가 간 오오하라산소우같은 민박은 식사는 대연회장과 같은 넓은 곳에 모여서 테이블별로 해야했고, 방에서 요를 피고 정리하는 것도 숙박객들이 알아서 했으며, 방은 비교적 좁은 편이었고, 화장실과 세면대는 공용으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료칸을 찾아보니 1인 1박에 약 20,000엔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하는 것에 반면 민박은 10,000엔 정도로 이용할 수 있어서 이번에는 민박으로 정했다.


  아라시야마에서 교토역으로 돌아온 후 버스를 타고 오오하라로 향했다. 교토의 교통체증은 생각보다 심해서 지루한 시간의 연속. 그래도 교외 지역에 가자 씽씽 달려서 오오하라에 도착했다. 오오하라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약 15분을 걸어 드디어 오오하라 산소우에 도착!


여기가 바로 오오하라 산소우!


어서오세요!!!


입구~


문 앞에 기다리는 장소는 이런 분위기.



  먼저 체크인을 하고 저녁시간을 지정해야 한다. 참, 저녁메뉴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해야 한다. 어떤 요리를 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우리는 '유도후(湯豆腐)'라는 두부요리를 주문해 두었다. 식사시간을 지정하고 방으로 올라가 짐을 풀고 식사를 위해 다시 대연회장으로 돌아왔다.


  식사장소에는 테이블에 우리 방번호가 써있고, 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른쪽 위에 식전술로 '시소주'를 주는데 이 지역에 시소가 유명하다고. 그래서 더욱 맛있었다. 왼쪽의 소면도 맛있음!


덴뿌라도 맛잇었음.


이것이 바로 유토후! 두유를 끓인 국물에 두부와 야채를 넣고 익혀먹는 일종의 두부샤브샤브라고 보면 된다. 교토 두부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고소하고 맛있었다.


이 쟁반 가득 두부와 야채가 있었다. 우리는 결국 배가 불러 남기고 말았는데, 엄마는 "일본에 와서 이렇게 양 많은 것은 처음보았다"라고 하셨다.


  밥을 먹고 온천을 하러 갔다. 온천을 하러 가는 길은 방이 있는 건물의 뒷문으로 나와 돌계단으로 이어진 작은 길을 따라 산 중턱정도에 올라간다. 남녀탕이 서로 다르고 매일 바뀌어서, 저녁에 여탕이었던 곳이 아침에는 남탕이 되고, 그래서 각기 다른 탕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었다. 실내에 탕이 1개 있고, 노천에 2개의 탕이 있었다. 온천탕 바로 뒤에는 숲이 있어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내 폐도 초록색으로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한 기분. 천국이 따로 없구나!


  온천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온천을 해서 그런지 푹 잤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면 업로드가 늦어져서 안 그리려고 그랬는데, 그래도 온천 사진이랑 방 사진이 없어서 아쉬워서 그려보았다.


밤에 했던 이렇게 생긴 노천온천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혼자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탕에 물이 희르고, 그리고 대나무 벽 너머로 숲이 있다. 귀를 기울이면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닥에 켜진 노란 조명불도 너무 예뻤다. 사람도 없어서 전세낸기분.

6조 다다미방이어서 사실 세명이서 요피고 자니까 딱 맞았지만, 가족끼리 한 방에서 잔 것도 오랜만이어서 나름 특별한 기억이었다. 작은 상이 있었고, 그리고 창문 넘어로는 밤새 졸졸 물소리와 '퐁당'하는 소리가 났다. 퐁당 소리는 아침에 보니까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에서 잉어 뒤집는(?) 소리였다. 정말 자연속에서 자구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게 하던 방.

  

 다음 날 아침,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새소리와 햇살에 잠을 깨고, 일어나서 어리버리하게 온천을 가서 목욕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이런게 휴가지~ 참, 민박에는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보통 포함되어 있다. 물론 둘 중에 하나만 고를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저녁식사, 아침식사 모두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시골지역은 나간다고 딱히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이 없고, 저녁에는 전통요리, 아침에는 일반 가정식을 체험해 볼 수 있으니까 좋다.


아침식사. 그러고보니 메인요리가 안 찍혔는데, 메인요리를 따뜻한 두부였다. 그리고 날달걀도 있었음.


밥 먹으면서 정원을 볼 수 있다 우와~


  아침을 먹고 오오하라 마을의 산책에 나섰다. (이건 다음편에)


  오오하라 산소우에서는 우리처럼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당일치기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식사 + 온천인데 보통 메뉴가 1,600엔 정도 하는듯). 그리고 족욕을 하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민박을 예약하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방이 좁으면 어쩌나, 공용으로 화장실을 써야한다는데 불편하지는 않을까, 밥이 맛이 없으면 어쩌나,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으면 어쩌냐, 동네가 이상하면 어쩌나. 아무래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가족에게 실망을 시켜줄까봐 신경쓰여서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 만족이었다. 저녁식사 두부요리도 푸짐하고 맛있었고, 온천도 물도 좋고, 깨끗하고 좋았고, 방은 작았지만 조용했고, 창문을 열면 숲이 보이고, 아침에는 새가 울어서 눈을 뜨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다음 편에 나오겠지만, 동네도 좋았다. 매우 만족하신 엄마는 또 가고싶다고 하셨고, 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오오하라 가는 법

교토역에서 17,18번 버스를 타고 종점 하차.


오오하라 관광안내: http://www.kyotoohara.net (일본어)

오오하라 산소우: http://www.ohara-sansou.com/index.html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