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개강을 앞두고 뉴욕에 다녀왔다. 뉴욕 방문의 주요 목적은 미용실 ... 이렇게 말했더니 친구들이 "오~ 대박"이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일년 내내 혼자서 유투브 보고 머리 자르다가, 너무 길고 무거워서 일년의 한번은 전문가의 손길을 받게해줘야 할 것 같아서 뉴욕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금 사는 곳에서 뉴욕 시티까지는 4~5시간 걸려서, 당일치기(!)로 다녀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는 이왕 간김에 힐링하려고, 미용실도 가고, 찜질방(!)도 가고, 구두도 고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또 관심분야와 관련된 전시회나 이벤트에도 다녀왔다. 열흘처럼 다녀온 3박 4일의 일정 속에 막상 가지고 돌아온 것은 별로 없지만, 요즘 차에 빠져있어서 이 동네에는 없는 찻집에 가서 차도 마시고, 차도 많이 사왔다. 이 포스팅은 그 기록, 즉 뉴욕 차(Tea) 투어가 되겠다. 


첫 번째 이야기. 차를 사자! 


  세계 최대의 도시답게 뉴욕에는 없는 것이 없다. 우리 동네에는 괜찮은 티샵 하나 없지만, 뉴욕에는 인터넷에서 눈으로만 보던 온갖 브랜드의 티샵들이 다 있었다. 가기 전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허니앤 손스(Harney and Sons) / 데이비드 티(DAVIDs Tea) / 르빨레데테(le palais de tea) / 쿠즈미 티(Kusmi Tea)에 많이 가길래, 찾아가보았다.


1) 데이비드 티(DAVIDs Tea)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DAVIDs Tea. 캐나다에서 처음 시작한 브랜드라는데, 강렬한 색깔에 멀리서도 한 눈에 찾을 수 있었다. 가게 분위기나 차 포장 색깔도 너무 예뻐서, 눈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마침 여름 제품들을 40% 세일하길래, 신나게 골라왔다. 원래 하나만 사려고 했는데, 사다보니 3개나 삼. 다 아이스티로 마시면 맛있을 것 같은데, 점점 찬바람이 불어 빨리 맛보지 않으면 내년에나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 허니앤 손스(Harney and Sons)

  데이비드 티가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였다면 허니앤 손스는 좀 더 점잖고 우아한 분위기였다. 높은 천장에 가득 찬 검은 틴이 인상적이었다. 안쪽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었지만, 배가 불러서 다음 기회에. 사실 허니앤 손스는 홍차가 유명한데, 나는 카페인 때문에 홍차를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 예전에는 커피도, 홍차도 좋아했는데, 카페인 먹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다 끊었다가 미국에 오니 디카페인이랑 카페인 프리도 많아서 다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허니앤 손스에도 마셔보고싶은 홍차가 가득했지만, 내가 고를 수 있는 티는 많이 없었다. 다행히 허니앤 손스에는 디카페인 홍차가 많이 있어서 디카페인 얼그레이를 샀다. 뉴욕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침에 마셨는데 정말 맛있다! 나도 이제 얼그레이를 마실 수 있다!



3) 르빨레데테(le palais de tea)

  이 어려운 이름의 브랜드는 프랑스 브랜드. 허니앤 손스와 가까이 있어서 걸어서 갔다. 허니앤손스나 데이비드 티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한산한 분위기. 앞의 두 가게와 비교하여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였다. 무슨 차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디카페인류를 찾는다고 하니, 루이보스 계열을 추천해주었다. 덕분에 이 브랜드의 모든 루이보스 제품을 시향해 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가장 맘에드는 향으로 구입. 허니앤 손스에서 산 얼그레이가 아침을 위한 홍차라면, 르빨레데테의 루이보스는 저녁을 위한 차. 



4) 쿠즈미 티(Kusmi Tea)

  러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후, 프랑스로 옮겨갔다고 하는 쿠즈미티는 인터넷으로 보니 모슬린 티백과 고급스러워 보이는 티백꼭지가 참 예뻤다. 그래서 사고 싶어서 아침에 갔는데,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녁에 또 갔는데 멀리서 직원언니가 퇴근하고 문을 잠그는 것을 보고 말았다. 쿠즈미와의 인연을 이렇게 끝낼수가 없어, 몇 블록 떨어져있는 플라자호텔 지하에도 쿠즈미가 있다고 해서 달려가보았다. 원래 닫아야 하는 시간이지만, 손님이 많아서 다행이 열려 있었다. 이 곳에서 산 것은 Be Cool이란 멋진 이름의 허브 블랜드. DETOX가 유명하다고 해서 사려고 했는데, 카페인이 있다고. 일단 Be Cool로 쿠즈미를 느껴봐야겠다! 



두 번째 이야기, 차를 마시자! 


1) 티바나(TEAVANA)

  티바나는 스타벅스에서 운영하는 차 브랜드인데, 뉴욕에 가면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원래 예정에 없었는데, 지나가다가 갑자기 티바나가 딱! 나와서 마침 따뜻한 차 한잔이 마시고 싶어서 들어갔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차도 살 수 있고, 다구도 살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 여기에서 마신 차는 Monkey Picked Oolong 차. 이 재미있는 이름은 고대 승려들이 원숭이를 훈련시켜 야생 차나무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여린잎을 따오게 한것에서 유래했다는데, 부드러운 맛이었다. 티바나는 테이크아웃 종이컵도 뚜껑도, 뭔가 차를 마시기 딱 좋게 만들어져있어 좋았다. 



2) Bosie Tea Parlor

  지난 번에 뉴욕에 왔을 때에는 친구들이랑 맛있는것도 많이 먹으러 다녔는데, 이번에는 혼자오니 아무래도 맛집에서 줄서서 기다리기도 심심하고, 어렵게 들어가서 메뉴 하나만 딱 시켜서 맛보기도 그렇고해서 원래는 최대한 안 사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뉴욕에 가서 보니 맛있어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 한 끼만 맛있는 것을 먹기로 했다. (나머지는 가지고 간 햇반이랑 반찬이랑 빵이랑 잼으로 해결했다.) 그 중 하루는 "아, 오늘은 애프터눈티를 먹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맛있는 애프터눈세트 찻집을 검색해서 찾아간 곳이다. '뉴욕 애프터눈 티'라고 검색하면 다른 집도 많이 나오는데 나는 덜 유명하더라도 조용하고 차마시고 케익먹으면서 혼자 여행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 곳이 딱 그랬다. 오후 네시에 찾아간 찾집에는 적당한 사람이 있었고, 맛있어 보이는 마카롱과 케익들이 있었고, 금색 틴에 담겨있는 차들이 맛있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 먹은 것도 Plum Oolong. 



3) Minamoto Kitchoan

  일본 화과자점 미나모토 킷쵸안(Minamoto Kitchoan)은 가려고 간게 아니라 지나가다가 'Free Japanese Tea Ceremony'라고 써있길래 들어가서 맛차와 복숭아모찌를 먹었다. 맛차는 일본에서 먹어보고 오랜만에 먹어봤는데 참 맛있었다. 복숭아 모찌도 맛있고 ... 오랜만에 먹은 화과자에 감동해서 도라야끼를 사서 나왔다.



4) etc. 

  뉴욕에 올때 마치 뉴욕시티에는 마실 물이 없는 것 처럼, 캐리어 남은 자리를 모두 생수병으로 채우고, 작은 텀블러도 가지고 왔다. 그리고 티백도 몇 개 가지고 와서 따뜻한 차도 마시고, 애프터눈티를 마실때 남은 과자랑, 화과자집에서 산 도라야키도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산 차를 다시 보고, 새로산 티포원 세트를 꺼내서 마셔보았다. 아~ 좋다! 


  

  미국에 온지 꼭 일년이 지났는데, 손꼽아보니 벌써 뉴욕에 네 번이나 다녀왔다. 이번에는 처리할 일도 많고, 목적이 있는 여행이어서 정신없이 다녔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마음것 마시고, 구경하고, 쇼핑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뉴욕에 오면 모두가 가는 타임스퀘어도 제대로 못 보고왔지만, 지금까지 못 본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즐길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음에 뉴욕에 가면, 또 어떤 뉴욕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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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s TEA

275 Bleecker St

New York, NY 10014

Tel: (212) 414-8599


TEAVANA

1142 Madison Ave, New York, NY 10028

Tel: (212) 288-1506


Harney and Sons

433 Broome St, New York, NY 10013

Tel: (212) 933-4853


Le palais de tea

156 Prince Street, New York, NY 10012

Phone: +1 646 513 4369


Bosie Tea Parlor

10 Morton St, New York, NY 10014

Tel: (212) 352-9900


Minamoto Kitchoan

509 Madison AVENUE, NEW YORK, NY10022 USA

TEL 1-212-489-3747


Kusmi Tea

1037 3rd Ave, New York, NY

(212) 355-5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