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국경의 개념은 참 모호하다. 유럽여행을 할 때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으면서 여권만 검사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국경의 개념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고 비행기나 배를 타야하는 사실상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유럽에서처럼 기차를 타고 국경을 건넌다거나, 미국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다가 건너편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국경을 건너는 일은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이번에 또 하나의 낯선 국경을 체험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캐나다 두 나라가 있고, 강 위에 떠있는 섬들은 어느 섬은 미국땅, 어느 섬은 캐나다 땅이었다. 어떤 섬에 지은 집에서는 집이 있는 섬은 미국 땅, 다리로 연결된 작은 정원이 있는 곳은 캐나다 땅이어서 그 사이에 있는 작은 다리가 '두 나라를 연결하는 가장 작은 다리'란다. 어느 섬이고 미국과 캐나다 국기를 나란이 걸어놓고, 우리가 타고 온 미국에서 온 유람선도, 캐나다에서 온 유람선도 사이좋게 나란히 섬들 사이를 오가며 구경한다. 이 낯선 국경은 바로 온타리오 호수 북동쪽에 있는 세인트로렌스강 위의 천섬(Thousand Islands)이다.


  천섬, 싸우전드 아일랜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친구들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샐러드를 시키면 "드레싱은 뭘로 해드릴까요?"라고 물으며 제시하는 보기 중의 하나, 바로 그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싸우전드 아일랜드'이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싸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의 유래가 바로 이 천섬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천섬의 이름은 천섬이지만 사실은 그 보다 많은 수의 섬이 있다. 정확히는 1,864개의 섬이 있다고. 가장 큰 섬은 100km2가 넘기도 하지만, 작은 섬은 집 한채만 딸랑 있거나 돌만 있기도 하다. 천섬에서 섬으로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 조건에 충족되어야 하는데, 1) 1년 내내 지표면이 수면보다 높아야 하고, 2) 면적이 1평방피트 이상이어야 하며 3) 적어도 하나의 살아있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천섬은 19세기 말 ~ 20세기 초부터 관광지, 특히 여름 휴양지로 개발되어 지금은 많은 사람들(아마 부자들)의 별장이나 저택, 리조트 등이 지어져있다. 천섬을 보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배를 타고 섬 사이사이를 둘러보는 것이다. 여러 보트투어 회사가 있지만, 우리는 미국 측에서 가장 유명한 엉클 샘 보트투어(Uncle Sam Boat Tours)를 이용하였다. 


▲ 우리가 탄 보트투어와 같은 보트! 3층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섬 구경을 하느냐 정신이 없었다.


▲ 투어를 하는 동안 가이드 아저씨가 계속해서 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섬은 유일하게 인공으로 만들어진 섬이예요", "이 섬은 누구누구가 가지고 있는 섬이예요", "이 섬에는 이런 사연이 있어요." 빠른 영어와 생소한 단어들로 가끔 알아듣기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디서도 듣지못할 천섬에 대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 드디어 본격적인 섬 구경 시작!


▲ 하늘도, 강도 푸르다. 저 멀리 미국 뉴욕주와 온타리오를 연결하는 다리가 보인다.


▲ 이 섬에 있는 성은 볼트성(Boldt Castle)로 나중에 돌아오는 길에 내려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편에.


▲ 볼트성의 Power house


▲ 엄청나게 빠른 배... 다들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었음.


▲ 드디어 다리 도착!


▲ 섬들은 이런 푸른 나무들로 둘러쌓여있다. 여름은 참 아름답지만, 겨울은 정말 춥다고.


▲ 우리같은 관광객 대형 보트투어가 아니라, 작은 모터보트나 카악, 카누로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 여기는 캐나다 쪽 집. 국경을 넘어갔는데도 보트만 타고 있다면 여권은 전혀 필요 없단다. 예쁜 집도 굉장히 많았고, 거의 모든 집들이 발코니도 있고 또 자기만의 독(Dock)도 가지고 있어서 낚시를 하거나 일광욕을 하고 있어 좀 많이 부러웠다.


▲ 이런 작은 집이지만 엄청 비싸겠지.


▲ 얼마면 살수있을까...


▲ 투어 중간에, 아이들에게 운전대를 잡게해주는 행사가 열렸다.


▲ 이 배는 캐나다 쪽 보트투어 배. 이 배를 제일 많이 봤는데, 제일 유명한 보트투어일지도.


▲ 이런데서 살고싶다 정말.


▲ 저런 섬에서 전기랑 물 등등은 어떻할지 참 궁금했다. 전기는 섬 전체를 위해 발전하는 곳이 있고 바닷속에 시설이 되어있어 공급한다고...


▲ 작고 귀여운 집. 혹시 홍수라도 나면 어쩔까 걱정되는데, 가이드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그럴일은 없단다.


▲ 나도 타고싶다...


  보트투어는 약 2시간에 걸쳐 계속되었고, 투어를 마친 후 볼트성이 있는 하트섬(Heart Islands)에 내릴 때 까지 정말 많은 섬들을 구경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본 섬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아마 배가 다니지 않는 길에, 더 좋은 집들과 섬들이 숨어있겠지. 도대체 저 섬과 집을 살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하는 걸까? 그 동안 돈에 대한 큰 욕심은 없었지만, 유난히 좋은 날씨와 잔잔한 강 위에서 푸른 나무에 둘러쌓여 예쁜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좀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 좋은 여름 날씨는 잠깐에 불과하고, 겨울은 길고 춥고 눈도 많이 온다는 건 함정. 


  보트가 다시 항구로 돌아오기 전, 볼트성(Boldt Castle)에서 내릴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가 들기 때문에 볼트성에 내릴 사람은 내리고, 그냥 갈 사람은 간다. 볼트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 


+

1. 천섬 전반에 관한 정보 

Thousands Island: http://www.visit1000islands.com/visitorinfo/


2. 엉클 샘 보트 투어에 관한 정보 

Uncle Sam Boat Tour: http://www.usboattours.com/1000islands/

- 2 Nation Tour: 2시간 15분. 어른 $21, 12세 이하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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