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 여행사진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모두가 같은 건물, 같은 거리르 찍어도 시간이 다르고, 등장인물이 다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가 하고 있는 그 생각이 다르니까 사진에 대한 기억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다녀와서 보고 또 보고, 보여주고 그러나보다. 


  하지만 모든 여행 사진이 계속해서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많은 여행사진들이 하드에 묵혀있고, 인화된 사진들도 뽀얗게 먼지가 쌓여간다. 쉽게 셔터를 누르고, 쉽게 사진을 찍는 디지털 문화가 오히려 너무 많은 사진을 낳아버렸다. 너무나 즐거웠던 이번 여행, 엄마에게도 계속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파일로 드렸다가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엄마가 보기 오히려 불편할 것 같고, 인화해서 드리자니 관리하기도 번거로우실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소셜커머스에서 포토북 광고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서 포토북을 만들었다.



  짜잔~ 이렇게 만들어진 포토북. 딥씨라는 사이트에서 만들었는데, 이유는 소셜커머스에서 할인해서 ㅎㅎ 원래 출판시장에 있는 회사라고 하더니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도톰한 하드커버에 종이질도 좋아서 진짜 책 같았고, 사진도 너무 잘 나왔다. 



  글씨체도 여러가지 택할 수 있고, 배경도 택할 수 있다. 나는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최대한 여행느낌나면서도 단순하게 만들어 봤는데, 이것도 꽤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만들 때는 몰랐는데, 글씨도 같이 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야 궁금하면 다시 찾아보고, 갔던 곳도 몇 번 갔었고, 내가 계획했으니까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가 갔던 곳이 어디인지, 적어둘 수 있어서 더 좋았떤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자세히 쓸 껄 그랬다.



  여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 짜투리 사진들을 모아서 마지막 장을 구성했다. 원래는 더 많이 넣어서 만들었는데, 만들다가 한 번 날려먹었다 ㅠ.ㅠ 



  그리고 여기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페이지. 다시 보니까 동생이랑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비슷한 배경의 비슷한 옷을 찍은 사진을 붙여놨다. 그리고 적당한 글씨를 넣었다. 아, 요런 멋진 글씨들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안 했지만, 액자도 선택할 수 있고 막 그랬음.



  이건 뒷표지. 뒷표지도 내가 찍은 사진이라고 말 할 때까지 아무도 몰랐음 ㅎㅎㅎ 


  블로그에는 풍경사진을 주로 올렸지만, 이 포토북에는 인물사진이 주로 들어가있어서 조금만 공개했다. 엄마가 좋아하실까, 조금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셨다. 책 열어보셔도 이게 우리 사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니!, 라며 많이 놀라셨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집 책장에서 제일 좋은 곳에 위치해놓고, 틈틈히 꺼내보신다. 성공! 포토북 후기 찾아보니까 아이들 성장앨범이나, 커플용으로도 많이 만들던데, 만들어보니까 부모님을 위한 것도 좋은 것 같다. 아, 일 때문에 바쁘셔서 이번 여행에 같이 못 가신 아빠는 이 포토북까지 보고 말을 아끼셨지만, 내심 엄청 부러워하시는 눈치셨다. 다음에는 아빠도 함께 만들어드려야겠다. 


  교토여행은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남기고 끝났다. 2박 3일이었지만, 엄마와 함께해서 지금까지와 다른 느낌으로, 또 다른 추억으로 즐거웠다. 즐거운 여행이야기가 다음에 또 새로운 곳에서 시작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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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씨: http://www.dipsee.co.kr/index.dpw 


  일본에는 '아기자기한 무언가'가 참 많다. 그것은 상품의 상점이 될 수도 있고, 집 앞에 내어놓은 꽃이 될 수도 있고, 창문 넘어로 보이는 작은 인형들일수도 있다. 어쨌든 일본에 사는 동안에도 동네에서 소소한 귀여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교토에서도 유난히 그런 것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모아본 사진들 ...


산젠엔에 있던 귀여운 부엉이!


어이~ 우편인가? 라며 거만하게 우편함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


어느 집앞에 화분


어느 가게의 창문인데, 이 가게는 호빵맨 친구들이 지켜주니까 문제없겠다!


화분 뒤에서 부끄러워하는 너구리들


은각사 앞의 한 카페~ 열었어요!


색색의 츠케모노


안전을 기원하는 개구리들


귀여운 토끼~


너는 누구?


길가에 수국이 예쁘게 피는 계절이었다.


  이렇게 교토여행은 마무리. 2박 3일이었는데도 참 부지런하게 다닌 것 같다. 오랜만에 교토에 가보니, 왠지 또 가고싶어졌다. 오랜 역사만큼 순겨진 이야기가 많이 있는 것 같아서 ... 다음에 또 가보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경주에 가면 불국사, 석굴암에 가듯이, 사람들은 교토에 가면 금각사, 은각사에 꼭 간다. 혹시라도 금각사에 먼저 가게 된다면 금으로 둘러쌓인 반짝반짝하는 노란 절을 본 후, 은각사는 은으로 둘러쌓인 하얀 절을 보게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은각사에는 그렇게 은이 많이 없기에, 처음 은각사에 가서는 모두가 '실망'하고 만다. (은각사에도 은박을 입히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은각사를 찬찬히 둘러보면, 은각사에서 말하는 '은'이 혹시 정말 은이 아니라 하얀 모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은각사에는 금각사나 다른 절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얀 모래 정원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끼정원까지 다 둘러보고 나면, 교토에 다녀와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금각사보다 은각사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에서 은각사로 둘러보기로 결정했을 때, 물론 오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더 가깝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심 내 기억속에는 은각사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은각사 가는 길


  오하라에서 출발해서 게이한 데마치야나기역에서 내려 은각사로 가는 길,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은각사에 가까이 와서 동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철학의 길이 어디야?" 일본 최고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했다고 불리는 철학의 길. 은각사에 몇 번을 와봤지만, 철학의 길이 대체 어딘지 몰라서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은 어의없는 얼굴로 "헐, 여기잖아"라고 했다.


철학의 길


  물론 우리가 지나온 것은 철학의 길의 일부이고, 30분이나 걸어야되는 철학의 길 주변에는 예쁜 카페며 가게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벚꽃이 피는 봄에 그렇게 아름답다고 ... 교토에 오면 올 수록 다시 와서 보고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이 쌓여간다.


철학의 길. 이 길에 벚꽃이 가득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 동네에도 있다 인력거!


  어쨌든 철학의 길을 지나 은각사에 도착. 오늘도 수학여행 학생들이 많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은각사의 은각 앞에는 "은칠한줄 알았는데!"라는 실망감이 터져나왔지만 그래도 예쁜 정원을 즐기며 은각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가지런한 모래정원. 매일 정리할까?


고게츠다이(向月台). 모래와 물로만 만들었고, 밤에 달빛을 감상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고게츠다이도 그렇고, 아라시야마의 도게츠교도 그렇고, 모두 '달'과 관련있다. 옛날 교토 사람들은 달을 참 좋아했나보다.


내가 바로 은각사다!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니, 은각사도 그리고 교토 시내도 한눈에 들어온다.


  은각사의 이끼정원도 아른다운데, 이미 오하라의 산젠인에서 엄청난 이끼들을 보고 온 터라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은각사에 들렀다 금각사에 간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은각이니, 금각이니 하는 비교보다는 편견없이 은각사에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참 상대적인 것 같다.


  어느덧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서 은각사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아서 공항으로 갔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2박 3일의,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꽉 찬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일상을 잊고 보낸 시간이어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금각사처럼 금칠로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소소하고, 오랫동안 그자리에 있어서 좋은 은각사, 이번 여행이 꼭 그런 것 같아서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로 참 적절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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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 홈페이지: http://www.shokoku-ji.jp (일본어)

  산골짜기 오하라에는 옛날부터 많은 사연있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산젠인(三千院)'이라는 사찰이다. 오하라에 개성있는 사찰이 많이 있다는 것은 사전조사로 알고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산젠인만 둘러보기로 하였다. 산젠인은 천태종 사찰로 8세기에 세워졌다. '오조고쿠라쿠인'의 '아미타여래좌상'과 이끼정원이 유명하다.


산엔인 입구


처음에 실내를 둘러보고 갑자기 나타나는 정원. 마루에 앉아서 요 정원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정원 사이사이에 귀여운 부처님이 숨어계시다.




이게 바로 이끼정원?!!!


  오늘 친구J양이 내 포스팅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예전에 같이 교토갔을 때 봤던 기요미즈테라의 모습이랑 그대로라고, 우리는 잠시 20대의 활기차던 여행에 대해 회상했다. 그러고보니 J양은 은각사의 이끼를 참 마음에 들어했다. 음, 아마 여기는 더 마음에 들꺼다. J양아 선물이다 이끼정원. 나중에 또 같이 여행가길 바람! 아,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내 동생은 같은 층에 이끼를 연구하는 연구실이 있다면서 그 분들이 이 정원을 본다면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이끼를 보고 떠오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사실 오하라에 기대한 것은 온천. 딱 그거 하나였다. 교토에서 가까운 온천. 하지만 오하라는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가득한 마을이었다. 온천은 물론 음식도, 마을 분위기도, 산도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있다면 하루 종일 머물면서 오하라의 보물을 더 찾아보고 싶은 기분. 특히 그 중에서도 산젱인은 가장 좋았다. 초록색 색연필만 사용해서 그림을 그린듯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봄에는 벗꽃으로 아름답다던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다른 계절에도 산젠인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다.


산젠인: http://www.sanzenin.or.jp (일본어)


  토요일 저녁, 우리는 교토역에서 출발하는 18번 버스르 타고 있었다. 교통체증이 심한 교토 도심을 빠져나가 버스가 시원하게 달리겠지, 생각했을 때 쯤 버스는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고, 교복입은 학생도, 시장 다녀온 어르신들도 모두 내렸다. 버스가 종점 오오하라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가족과 기사님밖에 없어서, "잘 찾아온게 맞나?"라는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느꼈던 교토의 활기참과 다르게 정말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오하라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쌓여있는 분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은 조용하고, 푸르름이 가득하다. 유명한 절이 몇 군데인가 있다고 들었는데,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오후 늦게 도착해서 고즈넉한 시골 마을은 그냥 평온했다. 그게 나의 오하라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오하라는 버스정류장을 기준으로 '잣코인(寂光院)'과 '산젠인(三千院)'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우리 숙소는 잣코인 근처에 있어서 저녁을 먹고 산책삼아 그 주변을 돌아보고, 다음 날은 산젠인 쪽으로 가보았다. 


  먼저 오하라 마을의 푸르른 산책길. 잣코인을 조금 더 지나가면 숲이 나오는데, 무서워서 멀리는 못가고 조금만 들어가 보았다.


마을 풍경. 그냥 시골마을이다.


우와~


앗! 곰조심!


쭉쭉 뻗은 느낌이, 아라시야마에서 보던 대나무와 또 다르다.




  다음 날, 숙소에서 나와서 다시 산책길을 나서니 어젯밤에 봤던 고즈넉한 동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문이 닫혀있던 기념품 가게들도 문을 열었고, 큰 가방을 매고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토의 번잡한 관광지와는 달리 평온했다. 


  다 담지는 못했지만, 귀여웠던 기념품들.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한다!


염색한 스카프


우산파는 집에서 걸어놓은 것.

  

  참 이동네는 '시소(紫蘇)'가 유명하다. 시소는 한국어로는 '차조기'라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선 못 봤다. 일본에서 살 때 처음 슈퍼에가서 "앗싸! 깻잎이다" 라고 좋아하면서 사왔는데 화장품맛 나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 맛에 중독되어서 나중에는 슈퍼가서 잘 사먹었다. 싸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응용하기도 좋아서 좋아하는 식재료 중의 하나였다. 푸른 잎과 자주색 시소가 있었는데 오하라는 자주색 시소가 유명하단다. 저녁식사로 시소 술도 마시고, 산젠인에 가면서는 시소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시소밭을 보니 저절로 신나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하라에서 잣코인이나 산젠인같은 사찰도 유명하지만, '오하라메'라고 불리우는 오하라의 여성들이 유명하다.


오하라메(大原女)


오하라에서 걸어서 교토에 와 땔감용 나무, 잡목, 숯의 행상을 하는 여자. 오오하라는 네 면이 산으로 둘러쌓여있는 분지이다. 이 지역에는 고대부터 땔감용 나무, 숯, 잡목이 특산물로, 교토의 거리에 이를 팔기위해 걸어서 오는 오하라메는 특이한 복장으로 한 눈에 알 수 있어 시인 후지와라노 테이카(藤原定家)의 시에도 나타나고, 일본의 풍속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1161-65년 경에 나온 <本朝無題詩>에서도, 숯을 팔기 위해 걸어서 오는 여인들의 목소리가 교토 도시인들의 마음을 잡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http://kotobank.jp/word/大原女


  오하라메가 어떤 복장이냐하면, 바로 이런 복장!


거리에서 이런 인형을 볼 수 있다.


  이런 이미지에서 오하라 여자들을 다시 보니, 우리 숙소의 주인집 아주머니도 비슷한 이미지로 느껴졌다. 찾아보니까 오하라메 축제도 하고, 오하라메로 분장도 해 볼 수 있는 행사도 있는 것 같다. 


  가기 전에 교토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오하라를 생각했을 때,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과거 오하라에 살았던 여자들의 삶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한시간을 버스타고 온 거리를, 그 옛날에 길도 없을 때 나무를 지고 나가서 팔아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시간 상 가보지는 않았지만 '잣코인'도 한 때 일본의 왕후였던 겐레이몬인의 슬픈 이야기가 얽혀있다. 왕후였지만 권력다툼으로 가족을 잃고, 아들을 잃고, 목숨을 간신히 부지하여 비구니가 되어 마지막으로 찾아들어온 절이 이 곳이다. 일본의 고대소설 '헤이케 모노가타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잣코인에 머물던 겐레이몬인이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마지막 남은 시녀에게 나가보라고 하지만, 시녀는 사람이 아니고 사슴일꺼라면서, 이 깊은 산골에 누가 오겠냐고 ... 그 깊은 산골이 바로 오하라다. 모르고 갔으면 그냥 온천이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었겠지만, 이야기를 알고 가니, 산책하며 보이는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모두 마음이 간다. 이게 바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


오오하라 관광안내: http://www.kyoto-ohara-kankouhosyoukai.net (일본어)

  여행을 계획하면서 염두해 둔 것중의 하나는 '온천'이다. 우리 식구들은 워낙 온천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여기 저기 걸어다니다가도 저녁에 온천에 피로를 풀고 푹 자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꼭 엄마를 모시고 온천에 가고싶었다. 그리고 온천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일본 온천마을의 느낌이나, 가격이 맞아서 료칸에 간다면 료칸 문화도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간사이 지역에 온천을 열심히 검색했더니, 고베지역에 있는 아리마(有馬温泉)이 가장 유명하고 효고현에 있는 기노사키온천(城崎温泉)도 유명하다고 한다. 하지만 2박 3일 일정에 효고현까지 다녀올 수는 없어, 교토 주변의 온천을 검색하다가. 오오하라온천(大原温泉)을 찾았다. (교토 지역의 또 다른 온천은 쿠라마 온천(鞍馬温泉)이 있는데 가격이 안 맞아서 포기했다.) 오오하라 온천에 대해 찾아보니 교토역에서 버스로 약 1시간 걸리고, 근처에 산젠인(三千院)등 유명한 곳이 많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료칸보다 경제적 부담이 덜하지만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民宿)에서 숙박할 수 있었다. 


  그럼 온천마을에서 료칸과 민박의 차이는? 둘 다 전통적인 일본 숙박시설을 느낄 수 있지만 료칸은 더 비싸고 서비스가 좋다. 일단 방에서 저녁,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고, 요도 다 펴주고, 화장실도 방에 딸려 있고, 또 온천도 대실해서 쓸 수 있다. 반면 내가 간 오오하라산소우같은 민박은 식사는 대연회장과 같은 넓은 곳에 모여서 테이블별로 해야했고, 방에서 요를 피고 정리하는 것도 숙박객들이 알아서 했으며, 방은 비교적 좁은 편이었고, 화장실과 세면대는 공용으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료칸을 찾아보니 1인 1박에 약 20,000엔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하는 것에 반면 민박은 10,000엔 정도로 이용할 수 있어서 이번에는 민박으로 정했다.


  아라시야마에서 교토역으로 돌아온 후 버스를 타고 오오하라로 향했다. 교토의 교통체증은 생각보다 심해서 지루한 시간의 연속. 그래도 교외 지역에 가자 씽씽 달려서 오오하라에 도착했다. 오오하라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약 15분을 걸어 드디어 오오하라 산소우에 도착!


여기가 바로 오오하라 산소우!


어서오세요!!!


입구~


문 앞에 기다리는 장소는 이런 분위기.



  먼저 체크인을 하고 저녁시간을 지정해야 한다. 참, 저녁메뉴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해야 한다. 어떤 요리를 택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우리는 '유도후(湯豆腐)'라는 두부요리를 주문해 두었다. 식사시간을 지정하고 방으로 올라가 짐을 풀고 식사를 위해 다시 대연회장으로 돌아왔다.


  식사장소에는 테이블에 우리 방번호가 써있고, 밥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른쪽 위에 식전술로 '시소주'를 주는데 이 지역에 시소가 유명하다고. 그래서 더욱 맛있었다. 왼쪽의 소면도 맛있음!


덴뿌라도 맛잇었음.


이것이 바로 유토후! 두유를 끓인 국물에 두부와 야채를 넣고 익혀먹는 일종의 두부샤브샤브라고 보면 된다. 교토 두부가 유명하다고 하던데, 고소하고 맛있었다.


이 쟁반 가득 두부와 야채가 있었다. 우리는 결국 배가 불러 남기고 말았는데, 엄마는 "일본에 와서 이렇게 양 많은 것은 처음보았다"라고 하셨다.


  밥을 먹고 온천을 하러 갔다. 온천을 하러 가는 길은 방이 있는 건물의 뒷문으로 나와 돌계단으로 이어진 작은 길을 따라 산 중턱정도에 올라간다. 남녀탕이 서로 다르고 매일 바뀌어서, 저녁에 여탕이었던 곳이 아침에는 남탕이 되고, 그래서 각기 다른 탕을 모두 체험해볼 수 있었다. 실내에 탕이 1개 있고, 노천에 2개의 탕이 있었다. 온천탕 바로 뒤에는 숲이 있어서, 공기를 들이마시면 내 폐도 초록색으로 변하는 기분이 들었다. 몸은 따뜻하고, 머리는 시원한 기분. 천국이 따로 없구나!


  온천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온천을 해서 그런지 푹 잤다.


  원래는 그림을 그리면 업로드가 늦어져서 안 그리려고 그랬는데, 그래도 온천 사진이랑 방 사진이 없어서 아쉬워서 그려보았다.


밤에 했던 이렇게 생긴 노천온천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혼자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탕에 물이 희르고, 그리고 대나무 벽 너머로 숲이 있다. 귀를 기울이면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닥에 켜진 노란 조명불도 너무 예뻤다. 사람도 없어서 전세낸기분.

6조 다다미방이어서 사실 세명이서 요피고 자니까 딱 맞았지만, 가족끼리 한 방에서 잔 것도 오랜만이어서 나름 특별한 기억이었다. 작은 상이 있었고, 그리고 창문 넘어로는 밤새 졸졸 물소리와 '퐁당'하는 소리가 났다. 퐁당 소리는 아침에 보니까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에서 잉어 뒤집는(?) 소리였다. 정말 자연속에서 자구있구나! 라는 느낌이 들게 하던 방.

  

 다음 날 아침,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새소리와 햇살에 잠을 깨고, 일어나서 어리버리하게 온천을 가서 목욕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갔다. 이런게 휴가지~ 참, 민박에는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보통 포함되어 있다. 물론 둘 중에 하나만 고를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저녁식사, 아침식사 모두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시골지역은 나간다고 딱히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이 없고, 저녁에는 전통요리, 아침에는 일반 가정식을 체험해 볼 수 있으니까 좋다.


아침식사. 그러고보니 메인요리가 안 찍혔는데, 메인요리를 따뜻한 두부였다. 그리고 날달걀도 있었음.


밥 먹으면서 정원을 볼 수 있다 우와~


  아침을 먹고 오오하라 마을의 산책에 나섰다. (이건 다음편에)


  오오하라 산소우에서는 우리처럼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당일치기로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식사 + 온천인데 보통 메뉴가 1,600엔 정도 하는듯). 그리고 족욕을 하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민박을 예약하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방이 좁으면 어쩌나, 공용으로 화장실을 써야한다는데 불편하지는 않을까, 밥이 맛이 없으면 어쩌나,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으면 어쩌냐, 동네가 이상하면 어쩌나. 아무래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가족에게 실망을 시켜줄까봐 신경쓰여서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 만족이었다. 저녁식사 두부요리도 푸짐하고 맛있었고, 온천도 물도 좋고, 깨끗하고 좋았고, 방은 작았지만 조용했고, 창문을 열면 숲이 보이고, 아침에는 새가 울어서 눈을 뜨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다음 편에 나오겠지만, 동네도 좋았다. 매우 만족하신 엄마는 또 가고싶다고 하셨고, 나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오오하라 가는 법

교토역에서 17,18번 버스를 타고 종점 하차.


오오하라 관광안내: http://www.kyotoohara.net (일본어)

오오하라 산소우: http://www.ohara-sansou.com/index.html (일본어)

  교토에서 첫째날 저녁에 아는 박사님을 만났다. 교토에서 대학원을 졸업하시고, 도쿄에서 잠시 일하시다가 다시 교토로 돌아오신 박사님은 다음날 아라시야마를 간다는 나의 계획에 '토롯코 열차(トロッコ列車)'를 타보는게 어떻냐고 추천하셨다. 대나무숲이 끝나는 지점에 토롯코 열차 역이 있고, 그 곳에서 편도로 종점까지 토롯코열차를 타고 가면 JR역을 만날 수 있으니까, 거기서 JR을 타고 다시 교토로 돌아가면 된다고 ... 원래는 토롯코 열차를 탈까 말까 고민했었지만 교토 현지인의 추천을 듣고 바로 결정! 


  대나무숲이 끝나자 정말로 '토롯코 아라시야마'역이 나왔다. 토롯코 열차 여행의 시작!


<출처: http://www.sagano-kanko.co.jp/information/images/im_map01_l.jpg>


  참, 토롯코열차의 노선도는 위와 같다. 중간에 지나가는 빨간 지붕의 열차가 토롯코 열차이다. 호소가와를 따라 달릴 수 있다. 토롯코 열차는 새 철로가 생기면서 1985년 폐선된 열차를 1991년 관광자원으로 재탄생시킨 열차이다. 지금은 토롯코 사가역에서 토롯코 카메오카역까지 7.3km를 25분에 걸쳐 운행하고 있다. 


  토롯코 사가 역은 JR사가아라시야마 역 내리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데, 우리는 아라시야마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에서 표를 바로 구입했다. 아무래도 주말이고 하니까 혹시 못탈까 싶어서... 토롯코사가역에서 타도 되지만, 우리처럼 아라시야마를 구경한후 대나무숲을 지나 토롯코 아라시야마 역에 도착해서 타도 된다. 진짜 볼 거리는 여기서부터니까.


  처음에는 우리가 탄 쪽에 산 밖에 없어서 멋진 풍경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웠지만, 다리를 지나면서 바로 내 옆으로 호소가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앗싸!





중간에 어느 역에 한 번 섰는데, 역에 나란히 서있는 너구리들이 참 귀여웠다.




  사진으로만은 분위기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동영상!



  이윽코 20여분이 지나고 토롯코 카메오카 역에 도착했다. 



여기 완전 시골임


이게 바로 토롯코 열차!

 

 그리고 JR우메호리역(馬堀駅)으로 걸어가서 JR을 타고, 교토역으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교토역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아쉬우니까, 교토역 사진 두 장.


교토역은 매우 큰 건물이라 중간에 넓은 공간이 있는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중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잘하던데.


교토역에서 바라본 교토타워.


  원래 아라시야마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뱃놀이와 대나무숲이었는데 토롯코열차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칙칙폭폭 소리를 들으며 달려가는 기차 안에서 산과 강을 느끼고, 신선한 공기와 바람을 느낄 수가 있었다. 터널에 들어갔다 나오면 다시 초롯의 세계가 반복되어 꿈꾸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역시 교토 현지인이 추천하는덴, 이유가 있었다. 나도 아라시야마나 교토 가시는 분들께 강력 추천! 


토롯코 열차 편도 탑승: 1인당 600엔

토롯코 열차 정보: http://www.sagano-kanko.co.jp/information/index.html (일본어)

  사람들은 교토, 하면 금각사, 은각사, 기요미즈데라를 떠올리지만, 내가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아라시야마(嵐山)'이다. 2011년 동생과 교토에 갔을 때, 한 때 교토에서 공부했던 동생이 '누나, 여기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야'라면서 데려간 곳이 아라시야마였다. 이 곳은 헤이안시대 귀족들의 별장이 지어지면서 개발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유명한 관광지 각광을 받는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인 '덴류지(天竜寺)'를 비롯하여 여러 사찰이 있고, 맛있는 두부요리집과 예쁜 물건을 파는 집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라시야마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뱃놀이와 대나무숲! 이번에도 즐겼다.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는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인 '토게츠쿄(渡月橋)'라는 다리이다. 목조로 만들어진 154m의 다리이다. 이 다리 상하류 200m를 오이가와, 그 보다 위를 호소가와, 그 보다 아래를 가츠라가와라고 부른다고 한다. 같은 강인데 왜이렇게 이름이 달라! 



오이가와를 따라 멋진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대부분 식당인데, 아마 맛있는 요리와 멋진 풍경을 자랑할 것이다. 참고로 나는 토게츠교 강변에서 한국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었음. 일본에서 공부하느냐 엄마음식이 그리운 동생을 위한 배려! 소풍온 기분으로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오이가와를 따라 올라간 이유는 뱃놀이를 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배! 사공이 저어주는 이런 배는 비싸다. 이것 말고도 뚜겅이 덮혀있고 모터로 움직이는 광광객용 배가 있었는데 그것도 비싸다. 사공이 저어주는 저 배는 2인에 3,500엔!!! 그리고 여러명이 탈 수 있는 큰 배는 5명에 12,000엔 이란다. 하지만 우리가 애용하는 배는 이런 배 아니고 저기 위에 사진에 보면 뒤에 파란색 배가 있는데, 그 배이다. 이 배는 1시간 빌리는데 3인에 1,400엔


이 파란 배가 우리가 탄 배, 저기 멀리 보이는 지붕있는 배가 비싼 배!


  배를 빌린 다른 사람들이 오이가와 주변에서 노는 동안, 우리 동생은 엄마와 누나를 상류 구경시켜주겠다며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노를 저었다. 


저기 비싼 배 온다! 저 배가 지나가면 물결이 치고, 사람들은 손을 흔듬.


  오이가와 주변의 번잡한 관광지 분위기가 사라지고, 우리는 호소가와의 고즈넉한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초록이 아름다운데, 이 초록이 각각의 색으로 물드는 봄과 가을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아라시야마가 벚꽃과 단풍으로 유명하다더니, 정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간에 보면 무대같은 곳도 있고, 낚시하는 사람도 있고, 하이킹하는 사람도 있고, 자전거 타는 사람도 있고, 큰 온천이나, 누군가의 별장처럼 보이는 작은 집도 있다.


  1시간이 지나고 동생의 노력 덕에 우리는 다른 뱃놀이하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상류까지 가서 즐겁게 놀다 왔다. 오는 길에 매도 보고, 거북이도 보고 아주 즐거웠다. 하지만 아들이 한 시간 동안 노젓는 것을 엄마는 안타까워하셨다.


  자, 그럼 이제 대나무숲에 가볼까! 대나무숲은 덴류지 뒷편에 있다.


  대나무숲 입구에서 산 녹차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몇 발자국가자 금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대나무숲 중간엔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라는 곳이 있는데 일본의 유명한 고전소설인 '겐지모노가타리'의 무대가 되었다고하는 곳인데 사랑을 이어주는 신사라고. 



  노노미야 신사를 둘러보고 다시 대나무숲속으로.




 대나무숲은 자세히 보면 아래에서는 죽순이 자라고, 위에서는 껍질이 벗겨지고 있어서 좀 신기하기도 했다. 살아서 움직이는 숲 같은 느낌이랄까. 이 날은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는데, 전에 평일에 갔을 때는 사람이 적어서 대나무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곳.


  대나무숲 끝에는 토롯코열차를 탈 수 있는 역이 있다. 토롯코 열차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아라시야마 가는 법: JR교토역에서 JR을 타고 JR사가아라시야마(JR嵯峨嵐山)역에서 하차

아라시야마 관광정보: http://www.arashiyama-navi.info/ko_index.html (한국어)

아라시야마 뱃놀이 정보: http://www16.plala.or.jp/kyoto-yakatabune/index.html (일본어)

  몇 번 여행을 다녀오면서, 여행기를 빨리 올리지 않으면, 잊쳐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되는데로 빨리빨리 올리려고 한다. 그림도 좀 그리고 싶은데 요즘 그림그릴 시간이 없음 ㅠ.ㅠ 일단 이번 여행기는 사진만 있는 여행기로!


  기요미즈데라에 가면, 맨 처음 교토에 갔던 2005년 겨울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대학교 2학년의 꼬꼬마였고, 시코쿠라는 지역에 여름방학동안 일본어를 배우러 갔다. 당시 나의 일본어 실력은 인사밖에 못 하던 시절 ... 시코쿠 시골동네에 있다가 딱 한번 배를 타고 간사이 지역에 놀러올 일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처음 해외여행을 하던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친한 언니가 '같이 교토갈래?'라고 물어봐줘서 쫄래쫄래 교토에 왔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그 언니는 사학과였고, 그래서 남들이 다 오사카 도심으로 놀러가는 동안에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도시인 교토에 온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 처음 갔던 곳이 기요미즈데라였는데, 시코쿠와 사뭇다른 관광지 분위기에, 그리고 스케일 큰 건축물의 모습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여행에서도 첫 방문지는 기요미즈데라. 역시 교토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의 한 곳 답게 거리에 사람이 가득했다. 특히 수학여행학생들 ... 


  먼저 교토역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기요미즈지치 정류장에서 내려, 야사카노토(八坂の塔)를 바라보며 골목길을 올라갔다. 5층 목탑을 보니 "아, 이곳이 히가시야마"구나 하면서 가기전에 읽은 <후쿠야당 딸들>이 기억났다. 이야기의 배경이 히가시야마인 탓에 저 목탑의 실루엣이 자주 등장하곤 했었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있었다.






야사카노도리가 끝나고 산넨자카에 들어섰다. 이제 본 관광객의 물결. 





  그리고 기요미즈테라 도착. 예전에는 들어가는 입구도 엄청 컸던 기억이 나는데, 어렸을 때 온것도 아니면서 왠지 작아진 기분이 들었다. 벚꽃이 피는 봄도, 그리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도 아름답겠지만. 신록이 푸르른 5월도 아름다웠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바라본 교토시내. 저 멀리 교토타워가 보인다.


  여기는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지슈진자(地主神社).


이 쪽 돌에서 저 쪽 돌까지 눈 감고 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나는 패스.




아마도 교토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중의 하나. 본당의 무대. 일본에는 여기에서 뛰어내릴 용기로 열심히 살라,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이 곳은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데, 수많은 세월을 저 많은 사람들을 지탱하며 버텨왔다는게 참 신기하다.



마시면 건강, 학업, 연애에 효엄이 있다는 오토와 폭포. 하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패스.


  기요미즈데라를 나와 다시 오솔길 산책에 나섰다. 


여름이 다가오나 보다. 색색의 부채들.



다시 산넨자카


니넨자카



네네노미치


  기요미즈데라는 역시 교토의 명소이다.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서 이것 저것 기념품을 구경하고, '어서오세요~' 소리와 함께 시식으로 나눠주는 떡을 먹으면서 '아, 내가 교토에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교토에 오는 다른 사람들도 기요미즈데라에 오면 이런 느낌이 들어서, 기요미즈데라를 '교토 답사 1번지'라고 부르나보다. 


  어쩌다 보니 우리 가족은 글로벌 한 가족이 되어버렸다.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고, 동생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고, 난 8월에 미국에 간다. 이번에 미국에 가면 동생이랑 또 언제 만날지 모르니까, 가기전에 엄마랑 동생을 만나러 일본에 가자고 이야기가 나와서 이번 일본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왕 가는거 맨날 가는 나고야만 가지 말고, 다른 곳에 가보자!, 하여서 교토에 가게 되었다. 가기 전날까지 회사일이 바빠서 계획은 대충 짰지만, 그래도 미래의 나에게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기록에 남긴다.


0. 포인트 


-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이번 여행의 목표는 가족상봉! 그리고 추억만들기! 

- 간사이에 가지만 오사카, 고베, 나라 다 포기. 오직 교토에만 집중한다! 

- 사실 나랑 동생은 교토가 처음이 아니다. 심지어 동생은 교토에서 일본어 공부도 했었다. 물론 교토는 가도 가도 새로 가볼 곳이 있는 양파같은 곳이지만 ... 그래도 이번에는 우리가 가고싶은 곳보다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은 곳들을 우선으로 갔다.

- 예전에 엄마랑 여행갔을 때는 어려서 그랬는지, 나만큼 돌아다녀도 엄마도 재밌고, 안 힘들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그게 아닌걸 알았다. 그래서 많이 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것. 잘 먹고, 잘 쉬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1. 항공


- 원래는 나의 항공 마일리지들을 모아서 갈 예정이었으나, 마일리지는 있으나 스케쥴이 맘에 안들고, tax는 따로 내야되니까 그것도 만만치않아서 고민하던차, 피치항공에서 오사카 항공권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케쥴을 잘 맞춰서 1인당 편도 약 10만원 초반대로 저렴하게 구함! 

- 피치항공으로 신나게 예약하고 나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좀 무서워졌다. 결항도 잦고, 심지어는 회항도 있었다고. 그리고 환불수수료가 100%!!!로 환불도 안되고, 결항되는 경우에는 환불해줘서 그 돈으로 다시 다른 항공권을 더 비싸게 구해야 된다던데 ... 혼자가는 여행도 아니고, 이래도 될까 싶어서 고민했지만, 결국은 맑은 날씨에 비행기가 제 시간에 잘 떠서 편하게 다녀왔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안정성을 위해서 피치항공을 다시 예약할지는 고려해봐야겠다. 혼자가는건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가족여행이니까 ... 

- 피치항공은 모든걸 포기하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수화물도 미리 20kg 예약하고 돈 내고, 아무것도 더 기대하지 않고, 물도 안줄테니까 물도 미리 사가지고 타고, 둘이 같이가는데 따로 앉쳐놔도 그냥 돈 더 내기싫어서 좌석지정안한 내탓이려니 하고 가고, 배고플까봐 가지고 탄 고구마를 까먹으면서 아무 기대없이 가니까 편하게 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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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항공: http://www.flypeach.com/kr/home.aspx


2. 숙소


- 숙소의 포인트는 가급적이면 저렴하면서도, 아침밥이 잘 나오고, 방이 넓은 곳! 우리는 세명이 일행이어서 세명이 쓰는 방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알몬트 호텔 쿄토라는 호텔!

- 맨날 방에 들어가면 바로 어질러버리기 때문에 방 사진은 없지만 ;; 트리플 방은 매우 좋았다. 일단 트리플이니까 침대가 3개라서 넓고, 작년에 새로 오픈 한 호텔이어서 엄청 깨끗하고 좋았다. 거기다가 가격도 저렴하게 예약했고 (1인당 5,500엔), 교토역에서 조금 떨어져있어서 찾아가긴 어렵긴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조용한 곳이었다. 특히 아침밥이랑 2층에 있는 목욕탕은 최고! 아침밥은 여러가지 교토요리를 맛 볼 수 있었는데 엄청 많있었다! 특히 녹차푸딩이 맛있었음 ㅠ.ㅠ 2층에 목욕탕은 투숙객은 아무나 이용할 수 있어서 아침에도 가고, 저녁에 밤에 또 갔는데 피로도 풀고 좋았다. 그리고 서비스도 좋았다! 다음날 오오하라에 가기로 해서 짐도 다 맡기고 갔는데 맡아주고!! 로비에 책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알사탕도 있고!! 엄청 친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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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monte Hotel Kyoto: http://www.hokke.co.jp/english/almont_kyoto.html


- 두번째 숙소는 오오하라 온천에 묵었는데, '오오하라 산소우(大原山荘)' 민박집이었다. 사실은 료칸에 엄마랑 같이 가고싶었지만, 숙소비를 계산해보니 너무 부담되어서 ㅠ.ㅠ 아쉽지만 이번에는 민박집으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 방이 조금 작은게 아쉬웠지만, 온천이 매우 좋았고, 저녁도 맛있었다. 이건 다시 따로 포스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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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原山荘: http://www.ohara-sansou.com


3. 일정표 


- 일단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해놓고 잊고 살다가 마지막에 급박하게 짜고, 다니면서 수정한 최종 일정표! 


 일정

 시간

 내용 

 비고

 첫째날

 오전

 인천공항-간사이공항 

 피치항공

 오후

 간사이공항-교토역, 체크인

 하루카 이용 

 기요미즈테라

 

 숙소에서 휴식

 알몬트 호텔 교토

 둘째날

 오전 + 오후

 아라시야마

 

 오후 (4시~)

 오오하라로 이동

 

 체크인, 저녁식사, 산책, 온천

 오오하라 산소우
 셋째날 오전 

 오오하라 구경(산젠인 등)

 
 오후 은각사  
 공항이동 하루카 이용


  나의 계획과 일정표는 이랬고, 이제 본격적인 교토여행의 시작~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