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지금 여기엔 비가옵니다. 시간은 오후 5시 18분 이예요. 한국에도 비가 온다죠. 아니, 아까는 확실히 온다고 알았는데 지금은 어쩌련지 잘 모르겠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 나라에도 비가 온다니, 왠지 묘한 기분이 듭니다.

비가 오는 날의 분위기는 어디나 같은것 같아요. 조금은 차분하고, 회색빛의 우울한 도시, 차가운 날씨. 비오는 날엔 역시 빈대떡 -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뿐일까요? (근데 정말 먹고싶어요..ㅠ.ㅠ 하지만 여기는, 부추도, 해물도, 김치도 없는걸요. 그렇다고 서양 빈대떡인 Pizza 를 시켜먹을 돈은 없답니다. 그리고 분위기도 안나고^^;;) 그런데 여기 사람들, 우산을 잘 안쓰고 다녀요. 지나가는 비도 많고 해서 그렇다는데, 우산 보다는 모자를 옷을 뒤집어쓰거나 그냥 다니는 사람이 많더군요. 왠지 저도 귀찮아서 오늘 하루종일 그냥 다녔습니다. 뭐, 짧은 거리를 다녀서 그닥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요.

한국에 전화를 했습니다. 도망치듯이 떠나왔니까, 언제 떠난다는 말도, 언제 온다는 말도 없이 " 잘 있어 " 라는 말 한마디를 남겨놓고 비행기에 올라간 저였지만, 왠지 사람이 그리운건 오늘 단지 비가오기 때문일까요?

천원도 채 남지 않은 전화카드로 전화를 하면서 오랜만에 느껴 본 기다린다는 두근거림, 이 곳의 비오는 소리인지, 저 곳의 비오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비오는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낯익은 음성 " 여보세요 " 순간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 나야! " 라는 말에, " 너 어디야! " 라고 묻는 그의 목소리에, " ...독일 " , "왜?" 냐는 질문에 " 그냥 " 이라고, 너무 좋아서 가기 싫다고 말하니까, 작은 침묵 후에 오지 말라고 말하는 평소와 다름없는 그의 목소리. 하지만 나의 작은 전화카드로는 한국과 독일의 공간을 메울 수 없었어요. 1분남았다는 음성과 함께, 끊어져 버린 전화. 그렇게 그 짧은 통화가 끝이 났습니다.

왠지 뒤돌아 서면 누군가 서있을 것 같고, 눈을 감고 뜨면 다시 한국일 것 같은 묘한 날이예요.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가봐요. 내일 아침엔, 맑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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