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2010.7.10 Sat

  신세계 거리를 따라서 대통령궁을 지나 걷다보니 어느새 구 시가지 입구라는 잠코비 광장(Plac Zamkowy)와 지그문트 3세 청동입상이 나타났다. 


  지그문트 3세는 폴란드와 스웨덴의 왕으로 1596년 수도를 크라코프에서 바르샤바로 옮긴 사람이라고 한다. 1644년에 세워진 이 동상도 세계대전 중 파괴되었지만 전쟁 후 재건되었다고 한다. 오른쪽에는 폴란드 왕실이 사용했다는 바르샤바 왕궁(Zamek Krolewski)가 있다. 이 곳도 세계대전 때 완전히 파괴되었지만 1972년부터 복원했다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구 시가지의 입구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았던 바르샤바의 모습과 달랐다. 문화과학궁전 주변의 정리되지 않은 모습, 신세계 거리의 새로 닦은 길 같은 모습과 다르게, 활기차고 사람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시장광장 (Rynek Starego Miasta)로 가기 위해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지나갔다. 골목 곳곳에 가득한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번잡한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드디어 시장 광장에 도착! 이 곳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된 곳이란다. 19세기 이후 바르샤바 시민들의 생활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지의 중심지 같은 역할? 공연도 열리고, 그림그려주기 등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장광장 한편에는 바르샤바의 상징물인 인어상이 있다. '인어상'하면 꼬리를 모으고 얌전하게 앉아있는 인어공주같은 인어를 생각하는데, 이 곳의 인어는 검과 방패를 들고 있다. 금방이라도 싸울듯이, 아니, 이 나라는 내가 지키겠다고 하는 듯이 말이다. 바르샤바에 인어에 대한 전설이 있는데, 농부가 인어를 잡아서 헛간에 가둬놨는데 인어가 울고있어서 농부 친구들이 구해주자 인어가 고맙다고 무슨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그랬다는데 ... 아무튼, 저 인어상은 2차대전때도 살아남았고, 기초석에는 총알이 많이 박혀있다고 한다. 지금은 아주 평화롭게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구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성곽 ... 


  지금까지 위에서 계속 '파괴'되었다, '복원'되었다 이렇게 말했는데, 그럼 도대체 얼마나 파괴되었고, 복원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복원된 유적으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까? 그래서 2차 대전 당시에 바르샤바 사진을 찾아보았다.

  바르샤바의 제 2차대전 당시 모습을 가장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영화 '피아니스트'이다. 폐허가 된 도시를 가르는 피아노 선율이 참 마음이 아팠고, 아름다웠던 그 영화의 배경이 바로 바르샤바이다. 전쟁 당시 바르샤바의 건물 80%가 모두 파괴되었다고 한다.

사진 출처: http://www.polishforums.com/history-poland-34/restoration-polish-cities-ww-destruction-32836/


  오른쪽 맨 위의 사진은 잠코비 광장을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지그문트 3세의 동상이다. 땅에 내려와있다. 그 다음 사진은 바르샤바 왕궁.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아래 사진들은 올드타운. 구 시가지. 색색의 예쁜 건물들이 모두 불에 타퍼리고, 폐허가 되버렸다.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진 바르샤바는 시민들의 손에 의해 다시 복원되어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 복원된 유산으로는 유일하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그만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이다. 바르샤바는 '그림과 기억을 토대로 인공적으로 복원된 과거'였다. 폴란드 사람들은 이탈리아화가 베르나르도 벨로토의 그림을 토대로 바르샤바를 복원했다. 벨로토는 18세기 폴란드 스타니스와프 2세의 궁정화가로 많은 바르샤바의 풍경화를 남겼고, 복원은 이 그림을 토대로 복원되었다. 

  거리 곳곳에 베르나르도 벨로토의 그림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념석 같은 것이 있었다, 


  바르샤바 구 시가지를 보면서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아름답다! 라고 감탄할 수 만은 없었던 것은, 이 곳이 단순히 역사를 간직한 곳이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역사를 복원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림속의 아름다운 도시와 지금 눈앞의 아름다운 도시, 그 시간의 간격 사이에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를 되돌아보면, 전쟁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리고 인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 참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바르샤바 역사지구 http://100.naver.com/100.nhn?docid=824521
+ 지도


2010.6.27 Sun

  북쪽나라 헬싱키의 여름에는 밤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새벽이 되어야 푸르스름해지는 특유의 어둠을 찾아보기에 저녁 6시는 너무 일렀다. 하지만 어두워져야만 밤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다르게 이곳 사람들은 오후 5시가 지나면 하루를 마감한다. 해는 아직 중천인데, 나는 할일이 없었다. Market Square까지 걸어가 바다를 바라보다가 크루즈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이거다! 싶어서 크루즈를 탔다. 여러 크루즈가 있었는데, 내가 탄 배는 Sunlines라는 크루즈. 한 시간 반 동안 도는 코스고, 6시 반에 출발하니까 시간도 적당해서 이 배를 타기로 했다. 비용은 19유로. 이 배는 헬싱키의 섬 사이를 지나며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장소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루트


  시원한 바람. 파란 바다. 정말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사진을 열심히 찍다가, 비디오도 찍었는데, 이제서야 편집해서 올려본다. 만들면서 다시보니까 헬싱키의 시원한 여름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가고싶다.


  크루즈에 탄 사람들은 가족이나 연인단위였다. 혼자서 조금 외로웠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 오랜만이라면서 즐겼다. 크루즈는 2층에도 자리가 있고 1층에 실내에도 자리가 있다. 하필 이날 얇은 원피스를 입어서 추워서 실내에 들어가있기도 했다. 계속 가이드가 나오기는 했는데, 신경쓰지 않고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들었다. 

  크루즈가 지나가는 작은 섬들에는 작은 별장이며 요트가 많았다. 아마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쉬러 오는 곳이겠지. 여유가 느껴저서 왠지 부러웠다. 나도 앞바다에 작은 요트 띄우고 살고 싶다. T.T

  예정했던 대로 다시 Market Square에 도착하니까 오후 8시. 딱 정당한 시간이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몇 달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니 헬싱키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이 크루즈가 아니었나 싶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을 수 있고, 헬싱키를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고, 가만히 앉아서 이것 저것 생각해 볼 수 있던 시간. 그리고 그 잡념들을 흐르는 물에 쓸어버릴 수 있었던 시간. 다시 한 번 간다면 또 타보고 싶다. 그 땐 아마 또 다른느낌이겠지.   

+ 어른 19유로, 어린이(7-16세)는 9유로, 가족 티켓은 43유로.
+ Market Square에서 승선할 수 있다. 
+ Cruise Sunlines에 대한 정보는 http://www.sunlines.fi/en/home.html 여기에서 ...

2010.7.10 Sat

  지난 여름, 폴란드를 방문한 이유는 일종의 여름학교에 참여하기 위해서였고, 일정은 폴란드 제2의 도시 우지(Lodz)에서 진행되었다. 어렵게 폴란드에 온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가고 싶어 갈때는 헬싱키에서 하루 지냈던 것 처럼 올때는 바르샤바에서 하루를 더 지내고 오기로 했다. 7월 10일 새벽, 우지에서 기차를 타고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Warsaw)에 도착했다. 
  어디가면 여행일정이며 숙소까지 내가 다 정하고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 바르샤바에 오기 전에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싱가폴 친구가 비행기시간도 비슷하니까 같이가자며 숙소도 직접 예약하고 오는 기차편이며 버스편도 알아봐줘서 편하게 왔다. 숙소는 문화과학궁전 앞에있는 노보텔. 큰 짐을 헥헥거리며 끌고 호텔방에 와서야 겨우 바르샤바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바르샤바의 하늘은 파랬고, 도시는 뭔가 낯설었다. 고층건물이 밀집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낮은 건물만도 모여있는 것이 아닌 약간 부조화스러운 모습이 바르샤바의 첫 인상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바르샤바가 어떤 도시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같이 머문 싱가폴친구 J양은 우지에 오기 전에도 3일정도 바르샤바에 머물렀어서 이미 이곳의 전문가! 그녀가 추천하는 신세계 거리와 구 시가지를 보기위해 길을 나섰다.

  폴란드에 가기 전에 폴란드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폴란드의 역사도 참 복잡했다. 독일과 소련사이에 끼어서 여기 저기 전쟁과 식민지배. 고스란히 자기 나라를 지키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 국어 교과서 속에서 본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구절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 복잡한 역사 속에서 바르샤바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596년 폴란드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가 1815년에는 바르샤바 왕국의 수도가 되고 1918년에는 폴란드가 공화국으로 독립하자 다시 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1939년 9월 독일군에 의해 시가지가 파괴, 1943년 4~5월의 게토우 봉기, 1944년 8~9월의 바르샤바 봉기로 시가전이 벌어저 시내 건물이 80%이상 파괴되었었다고 한다. 1945년 독일로부터 해방되자 시가지 재건이 이러어져 폴란드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복원된 구 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호텔에서 약 15분 정도 걸어가 신세계 거리(Nowy Swiat)의 입구에 도착했다. 큰 길 양옆으로 많은 음식점들과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는 것도 즐겁지만, 신세계 거리에서 구 시가지 쪽으로 가면서 보고가야 할 것은 코페르니쿠스 동상 (순전히 내 취향), 쇼팽의 심장이 있다는 성십자가교회 (Kościół świętokrzyski), 그리고 대통령궁(Pałac Prezydencki)이다.


  나라 이름을 들으면 연상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실 폴란드 하면 퀴리부인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쇼팽도, 코페르니쿠스도 폴란드 사람. 특히 과학사과목을 열심히 들은 나로써는 코페르니쿠스 동상이 반가울 수 밖에. 사실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은 토룬(Torun)이란 곳이지만 코페르니쿠스의 동상은 이 곳에 있다.


  성십자가 교회는 친구따라 쭐래쭐래 갔었는데, 쇼팽의 심장이 묻혀있다고. 본당 왼쪽 기둥에 있다고 한다. 난 본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까 사진에는 없네. 이 교회도 2차대전때 파괴되었었다고 한다. 쇼팽의 심장도. 하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재건했다고 ... 

  길을 따라 걷다보니 대통령궁이 나왔다. 대통령궁의 십자가와 많은 초는 카친스키 대통령을 위한 것 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떠난 카친스키대통령을 추모하는 폴란드인들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폴란드에 있을 때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를 했는데, 선거가 너무 조용히 지나가서 깜짝 놀랐다. 물론 티비도, 신문도 보지않는 외국인이었지만 지나다가다 본 포스터 몇 장. 그게 전부였다. 선거도 일요일이어서 폴란드 친구가 "오늘 선거하고 왔어"라고 해서야 알았다. 우리와는 다른 선거문화.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통령 궁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구 시가지 입구가 나온다. 구 시가지로 가는 길목 ... 여유로운 풍경들 ...


+ 지도


깔끔하고, 관광지와도 가깝다. 교통도 편리하고. 다만 건물이 너무 쌩뚱맞다. 

  폴란드에서 가끔 트위터를 했는데, 음식투정을 종종 올렸다. 이제 빵이며 치즈며 지겨워요! 라고. 매일 아침 식사를 하러 오면 10가지 정도 되는 치즈가 가지 각색으로 준비되어 있고, 빵도 다양하고, 쨈도 다양했지만 하루 이틀이지 ... 거기에다가 점심에 나오는 음식들은 뭔지 모르고 먹었다. 가장 많이 먹은게 감자?! 감자 요리는 참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잘 먹었는데, 그 때는 쪼금 한국음식이 그리웠다. 매일 먹은 사진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네 - 정말 일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사진 찍는 것도 깜빡했다. 

  그럼 일상이 아니고 특별하게 먹어본 것 중 좀 맛있는 몇 가지를 소개 - 

  먼저 아이스크림!!!


  2주 동안 머문 그 동네에는 큰 쇼핑몰이 있었다.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큰 쇼핑몰. 그 쇼핑몰에 참 자주 갔는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진짜 먹어보니 맛있었다! 위에 두 사진은 그 아이스크림 가게와 아이스크림. 오! 그러고보니 훈남 청년도 있었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에 2 쯔워티. (우리돈으로 천원정도?) 그리고 오른쪽 아래는 과자 안에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줄 알고 샀는데 ... 그냥 크림이었다. 왼쪽 아래 사진은 바르샤바에서 먹은 아이스크림. 그 곳은 긴 아이스크림이 유행이었다. 더 긴것도 있는데 더워서 흘러내리고, 난 조금 먹고 다른 것이 먹고싶어서 작은 것을 먹었다. 

  아이스크림 하니까 생각나는데, 미얀마 친구랑 내기를 했다. 저 쇼핑몰에 있는 아이스크림 2 스쿱을 걸고. 걸국 나의 승리 __v 하지만 그 날은 마지막 날이었고, 우리는 쇼핑몰에 갈 시간이 없었다. 나중에 페이스북에서 "우리 내기 기억나? 아이스크림 어떡하지? 그거 먹으려면 다시 가야되나?"라고 했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국 오면 사주겠단다. 하지만 저 때 먹은 저 기분, 저 맛은 아니겠지 - 아무튼 내가 그 동네에서 제일 맛있게 먹은건 ... 아이스크림이었다! 

  다음은 케밥!!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국으로 오기전에 바르샤바에서 하루 머물렀다. 언제 폴란드에 다시 갈 지 모르는데, 그 나라의 수도는 봐야지?! 하면서. 마침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다음날 비행기를 예매한 싱가폴 친구와 바르샤바를 즐겼다. 그 친구는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에도 3일동안 바르샤바에 머물러서, 바르샤바 도사였다. "맛있고 싼 케밥집이 있어!"라며 데리고 간 케밥집의 케밥은 진짜 맛있었다. 아! 저 알탄 속 하며 바삭바삭한 껍데기! 진짜 맛있었다 :) 

  다음은 핫도그!!


  싱가폴 친구와 나는 서로 보고싶은 것이 달라 헤어져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다시 만나고 그랬다. 재미있게도 우리는 다른 시간에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먹는 것. 앞에 아이스크림도 따로 먹었는데, 핫도그도 "나 핫도그 사먹어서 배 안고파" 이랬더니, 자기도 사먹었단다. 바르샤바 도사인 친구는 전에 발견한 싸고 맛있는 곳에서 먹었고, 나는 문화과학궁전 앞에 있는 공원에서 먹었다. 더운 여름에 왠 핫도그냐 싶으면서도 그냥 맛있어 보여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핫도그 보다 핫도그를 먹은 순간이 기억난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빨리 한국에 가고싶어"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쉽기만 했던 순간. 조금 전에 다녀왔던 폴란드의 과학관을 보면서, 논문 주제도 쪼금 생각하고, 공원에 커플들의 염장질을 보면서 쪼금 부러워하기도 한 그런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저녁!!!


  우리가 비록 아침은 맥모닝으로 때우지만, 바르샤바 그리고 폴란드에서 마지막 저녁은 거하게 먹어보자고 들어간 레스토랑. 가장 거해 보히는 메뉴를 주문했더니 정말 거했다. 반이 넘는 감자튀김, 돼지고기랑 닭고기, 그리고 야채랑 빵이랑... 정말 거했다. 이렇게 감자튀김이 많이 나오는 식사를 독일에서도 해 본 적이 있는데, 어쨌든 맛있게 먹으면서 "정말 거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잘 아는 분들은 이야기 할 것이다. "왜 술얘기는 없지?" 사실 술 많이 마셨다. 폴란드 맥주들도 마시고 무엇보다 폴란드 보드카인 주브로브카(Zubrowka) 정말 잊지 못할 맛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 친구들이 가저온 불가리아 보드카와 라트비아 보드카도 마셔봤다. 40도는 훌쩍 넘는 술들 ... "우리나라에서 주로 먹는 술은 20도야"라고 했더니 놀란다. 불가리아 보드카는 맛있었다. :) 그리고 이제와서 고백하는데 사실 맥주 몇 캔을 나의 술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사뒀는데, 먹어버리고 다시 살 기회가 없어서 맨손으로 왔다. 술을 기대했던 나의 술친구들이어 미안!

  음식에 관해서 또 생각나는 건 각 국의 음식들. 모두 다른 나라에서 온 만큼 각 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많은 친구들이 음식을 가져왔다. 처음 보는 신기한 과자들과 음식들 ... (근데 왜 사진은 없을까) 직접 요리쇼를 강행한 말레이시아 친구와 인도네시아 오빠까지 ... 즐거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아시아 나이트'를 하자면서 장을 봐와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나는 삼겹살이 먹고싶어서 삼겹살을 구우려 했지만, 종교적이유로 돼지를 먹지 않는 분들이 있어서 소로 바꾸려고 했지만, 귀찮아서 결국 채식 '양배추롤'을 만들었다. 양배추롤 만들고 속에다가 비행기에서 받은 고추장을 넣었다. 난 정말 한국에서 요리하지 않는 여자인데, 거기서는 순식간에 한국 대표 요리사가 되었다. 맛있다고들 좋아했는데, 사실 한국엔 더 맛있는 음식이 많단다. 나만 처음 하는 요리가 아닌듯 인도 친구가 만드는 카레는 나는 맛있었는데, 자기는 사실 처음한단다. 싱가폴 친구가 만든 누들 샐러드도, 말레이시아 친구가 만든 치킨이 들어간 중국풍의 무언가도 참 맛있었다. 물론 이 음식들과 함께 위의 주브로브카를 마셨지만 - 

  그러니까 결론은 폴란드에서 무엇을 먹었냐면, 이것저것 많이 먹었다. 뭔가 양식도 먹고, 맥도날드도 먹고, 치즈도 많이 먹고, 빵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시고, 아시아 슈퍼 하나 없는 곳에서 조달한 아시아 음식들도 먹고, 거대한 만찬도 먹고, 그랬다. 신기한게 사진을 올리고 음식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써나가다보니 그 순간들이 떠오른다. 한 달은 훌쩍 지나버린 시간. 그 음식들을 같이 즐겼던 그 순간이, 그 친구들이 그립다. :) 

2010.6.28 Mon.

  헬싱키를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숍과 박물관은 10시 넘어서 열지만, 그 시간 나는 공항에 있어야 한다. 새벽에 갈 수 있는 곳은 역시 공원뿐일까? 그래서 나는 시벨리우스 공원(Sibelius Park)로 향했다.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를 기념한 이 공원에는 조각가 에일라 힐투넷이 조각한 거대한 스테인레스 파이프 구조물과 시벨리우스의 얼굴을 표현한 동상이 있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24번 버스를 타면 공원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걸어나가서 3T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왔다. 좀 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3정거장인가, 4정거장 가니까 내리더라. 어디서 내리는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가 운전사 아저씨에게 시벨리우스 공원에 간다며 알려달라고 하니까,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내가 만난 핀란드 사람들은 다 친절했다. ㅠ.ㅠ 

  중앙역에서 3~4 정거장 갔을 뿐인데, 도심을 벗어나 어느새 나무와 숲으로 가득 한 지역으로 왔다. 운전사 아저씨가 이리와 보라고 하시더니 건너편을 가리키면서 여기가 시벨리우스 공원! 이라고 하셨을 때, 가이드 북에서 읽은 커다란 파이프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서 가장 눈에 띄는 파이프 구조물에 가까이 가보았다. 굳이 음악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리듬감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작은 동상. 찾았다 시벨리우스!!! 


  재미있는 것은 시벨리우스 동상도 그렇고, 구조물도 그렇고, 그 전날 본 템페리아우키온 교회도 그렇고 자연의 바위를 그대로 살렸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바위를 굳이 없애려고 하지도, 반듯하게 자르려고 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용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헬싱키는 보면 볼 수록 자연과 함께하는 곳 인 듯… 공원은 생각보다 작아서 금방 둘러보았다. 공원 뒤편으로 가니 바다도 보이고 요트들도 정박해 있었다. 



  해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깅하는 사람들! 아! 나도 헬싱키에 살면서 이렇게 조깅하고 싶다! 헬싱키 도심에도 여러 공원이 있었지만, 시벨리우스 공원은 바다와 큰 나무들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짐도 싸고 해야 해서 아쉬움을 앉고 떠났지만, 언젠가 이런 해변과 공원이 있는 마을에서 조깅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

  폴란드에 가는 비행기로 핀 에어를 택했다. 일정이 늦게 나와서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싼 비행기는 안 남아이었고, 남은 비행기 중에 저렴한 것은 러시아 항공(다들 타지 말라고 하던데;;)이나 영국항공이나 일본항공처럼 두 번 이상 경유해야 하는 비행기였다.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일정인 핀 에어를 택하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헬싱키에서 하루 놀아볼까? 짧은 고민 끝에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핀란드 가보겠어!’라는 생각과 ‘한 학기 동안 수고했으니, 나에게 휴가를 주자!’라는 생각으로 헬싱키에 오후 2시경에 도착하고, 바르샤바로 다음날 오후 11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사실 지금 그 11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 연착 ;;;). 떠나기 몇 일전까지 페이퍼며 논문 개요에 너무 바빠서 진짜 유스호스텔만 달랑 예약하고 찾아왔는데, 너무 즐거웠다. 오기 전에 틈틈이 헬싱키 여행정보를 찾아봤는데, 찾기 힘들었다. 특히 경유나 스탑오버같은 짧은 일정은… 그래서, 직접 쓰기로 했다. 24시간 동안 헬싱키를 여행하는 방법!

항공



  핀란드로 오니까 핀 에어! 핀 에어는 한국에서 가장 빨리 유럽에 오는 방법이라고 그러더니 비행기 뜨자마자 헬싱키를 향해 직진. 9시간 반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 (올 때는 8시간 반 정도)유럽 내에 연계도 잘 되어있어서,. 많이 이용하는 듯 하다. 헬싱키에서 24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나처럼 대기시간이 긴 항공편을 택하는 법도 있고. 스탑오버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전에 호주 갈 때 일본에서 스탑오버 해봤는데 그 땐 돈을 더 냈는데, 핀 에어는 공짜라는 말도 있던데 관심 있으시면 항공권 예매할 때 알아보시길. 핀 에어를 이용해본 소감은 깔끔하고, 승무원도 친절하고, 편안하게 왔다. 기내식은 맛이 없었지만 … 그리고 마일리지는 ‘원 월드’소속이라 핀 에어 마일리지 말고도 적립된다고 한다. 나는 '핀 에어 언제 또 타겠어’라는 심정으로 일본항공(JAL)에 적립했다.

  앞에 문단은 헬싱키 공항에서 써 놓은거고, 이 이후에 '헬싱키-바르샤바', '바르샤바-헬싱키', '헬싱키-인천'을 다 타본 결과 종합해 몇 자 덧붙인다. 헬싱키에서 바르샤바 가는 비행기는 정말 작았다. 그리고 밥을 안 줬다. 아무리 두 시간도 안 된다지만 ... 삼각김밥이라도 달라고 ... 가는 비행기에서 비빔밥을 먹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비빔밥이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서양식을 먹고 (이미 서양식은 질릴대로 질린 상태), 두 번째 식사는 또 샌드위치를 주었다. (남의 나라 비행기 타고 좀 그렇지만, 나는 밥이 정말 먹고싶었다 ㅠ.ㅠ 동남아 쌀 말고 ㅠㅠ ) 한국의 맛이 그리워서 라면을 먹었는데 요거 3유로!!! 짐이 무거워서 이미 120유로나 돈을 더 낸 나는 땡전 한 푼 없어서 카드로 계산했다. 아, 갑자기 생각난 슬픈 추억. 난 별로 산 것도 없는데, 27kg 나왔다고 120유로!! 500쯔워티!! 더 내란다. 버리고 올 수 없어서 탈탈 털고 카드로 긁어서 더 내고 왔다. 비행기 값이 얼만데 ... 120 유로 더 내고 ... T.T 그리고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긴 좋은듯, 갈 때 만난 옆 자리 청년은 나랑 같은 자리 타고 왔는데, 우리의 비행기값은 무려 50만원 가까이 차이났다. 그 청년은 3월에 예약했다고 ... 나는 2주 전에 ... 그리고 핀 에어 홈페이지에 가면 미리 좌석 지정할 수 있다. 그래서 헬싱키 갈 때는 복도쪽에, 헬싱키에서 바르샤바 갈 때는 창가쪽에 앉아서 편하게 갔다. 

  아, 그리고 핀 에어의 좋은 점 한가지는 콘센트가 있다는 점! 10시간 내내 넷북에 저장해놓은 일본드라마 팍팍 보면서 갔다 :) 가면서 '솔직하지 못해서'를 보고 오면서 '달의 연인'을 보는 통에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이 일본드라마 본 듯! 


교통



  헬싱키 공항에서 헬싱키 시내까지는 버스로 약 35분 정도 걸린다. 시내에서는 중앙역에서 내리는데, 유명한 곳들은 모두 중앙역을 거쳐 갈 수 있다. 시내 내부는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지만, 트램과 버스도 잘 되어있어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버스+트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이 8.6유로 이다. 공항에서 615번을 타고 왔는데, 올 때는 4유로 내고 왔는데, 트램으로 갈아탈 때 1일권을 구매한 후 다시 공항으로 갈 때 물어보니 615번도 1일권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1일권이 일이 기준이 아니라 구입한 시간으로부터 24시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24시간 동안 헬싱키를 여행하기 위해서 딱 좋다. 그리고 시내에서도 힘들지 않게 이쪽 저쪽으로 오갈 수 있으므로 추천!! 다시 온다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공항에서 615번을 타고, 기사아저씨에게 말해서 1일권을 구매한다. (8.6유로) 시내에서 트램, 버스를 마음껏 이용하고, 공항으로 다시 돌아갈 때 615번을 타고 간다!

  버스와 트램은 정류장에 시간표가 있다. 시간표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 알았다. 혼자 알기 아쉬우니까 적어두어야지. 친절하게도 영어로 써있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잘 보면 ‘월-금’, ‘토’, ‘일’을 찾을 수 있고 매 시각 별로 몇 분에 무슨 차가 오는지 써있는다. 예를 들어 월요일 9시 경에 오는 9번 트램이 타고 싶으면, ‘월-금’에서 9시 칸, 그리고 00/9 라고 써 있는 것을 찾아서 00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00/0으로 되어있는데, 앞 부분이 분, 그리고 뒷 부분이 버스 번호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 하루가 걸렸다.) 버스는 탈 때 1일권을 보여주면 되고, 트램은 보여주지 않고 검사할 때만 보여주면 된다. 트램이 오면 문을 버튼을 눌러 열어야 되는데 빨간 버튼을 누르면 열린다. 내릴 때에도 기둥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세워준다.

+ 헬싱키 트램 및 교통정보 (시간, 노선 등): http://www.hsl.fi/EN/Pages/default.aspx 

날씨와 낮의 길이



  6월의 헬싱키는 정말 아름답다. 크루즈를 타면서 ‘여름에 결혼하면 북유럽으로 신혼여행 올꺼야’라고 혼자 정해버렸다. 하늘도 파랗고, 산은 푸르고 정말 자연 속에 있는 바로 그 기분! 하지만 바람은 차갑다. 그래서 나갈 때 꼭 겉옷을 준비해야 하고, 햇볕은 뜨거워서 선글라스도 꼭 준비해야 한다. 24시간 체류하면서 무슨 날씨를 고를 선택권이 있겠냐 만은 나는 날씨가 좋을 때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해가 길어서 해가 매우 늦게 진다. 어제 일찍 잠들어서 잘 모르겠지만, 10시 넘어도 환하다고 하던데 … 그래서 편안한 잠을 위해서는 안대를 준비해야 할지도 :)

숙소



  북유럽 물가가 비싸다더니, 숙소도 비쌌다. 그래서 호스텔에서 묵기로 결심. 어차피 다음날 떠날 거니까 짐도 안 풀고, 이제 가면 2주 동안 외국인들과 생활해야 하니까 외국인들과 부딪쳐보자 하고 도미토리로 예약했다. 숙소를 고를 때 기준은 가격과 시내에서 거리. 아무래도 주어진 시간이 24시간이니까 시내와 최대한 가까우면 좋겠다. 내가 묵은 호스텔은 중앙역과 0.8km고, 디자인구역에 있어서 다니기 아주 편했다. 내가 묵은 호스텔 이름은 Erottajanpuisto Hostel. 건물 3층에 있어서 짐을 들고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시내와 가깝고, 깔끔하고, 주방도 괜찮고, 조용하고, 시설도 적절했다. 6인실이었는데, 아직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다 차지는 않았다. 가격은 도미토리 26유로. 다른 방들도 있다.

+ Erottajanpuisto Hostel: http://www.erottajanpuisto.com/eng/

볼 만한 곳, 갈 만한 곳



  중앙역을 중심으로 관광지가 대부분 몰려있어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다. 대성당을 기준으로 많은 건축물들이 있다. 트램을 타고 조금 가야 하는 곳 중에서는 ‘시벨리우스 공원’과 ‘템페리아우키온 교회(암석 교회)’가 좋았다. ‘마켓 스퀘어’와 ‘디자인 지구’도 추천할만하다던데 나는 못 가봤다. (일요일이라 닫아서) 유명한 박물관은 키아스마 박물관, 아테니움 미술관, 국립박물관 등이 있는데 그 밖에도 작은 박물관들을 많이 보았다.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지만) 나는 하도 할 일이 없어서 항구에서 크루즈를 타고 한 시간 반 돌았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해가 긴데도 상점이나 미술관 같은 곳은 6시면 닫으니까 그 이후에 크루저 타는 것도 괜찮은지도.

  파리나 런던이나 유명한 곳을 가려면 서점에 가면 쉽게 책을 구할 수 있는데,  헬싱키는 그렇지 않았다. ‘유럽’이라는 두꺼운 책에 몇 페이지 포함. 유럽 여행을 가는 길이 아니라 잠깐 들르는 것이라면 아깝다. 그래서 찾아보니 핀란드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들이 유용했다.  이것과 트램 운전사 아주머니가 주신 트램+버스 지도 한 장이면 만사 오케이!!!

+ 핀란드 관광청: http://www.visitfinland.com

그 밖에 …

  헬싱키에서 오래 경유하면서 한 가지 이점이 있었다. 화장품 면세점 쇼핑. 엄마랑 내가 쓰는 화장품을 해외 갈 일이 있으면 면세점에서 구입하는데, 이번에 쇼핑하면서 유럽 내 경유하는 경우에는 액체는 다 뜯어서 20X20 비닐 백 사이즈로만 넣어서 가지고 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수화물로 다 부쳐야 한다고 … 핀 에어에 물어보니 서울에서 바로 바르샤바로 부칠 수도 있지만(원래는 그렇게 하려고 함), 체크인 할 때 이야기 하면 헬싱키에서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헬싱키로 보냈다. 그리고 헬싱키에서 찾아서 화장품을 수화물로 다 넣고 바르샤바로 부치면 끝. 20X20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딩패스는 서울에서 탈 때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긴 줄 서지 않고 바로 짐만 붙이면 된다고 발권 카운터의 직원이 친절하게 오늘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이미 긴 줄을 선 뒤 …)

  그리고 조심할 것은 바로 일요일! 24시간 머무는데 하필 일요일이라면 참 아쉽다. 헬싱키 안에 있는 온갖 박물관들과 예쁜 숍들이 대부분 쉰다. 월요일에 무조건 바르샤바에 도착해야 해서 일요일에 체류하는 일정으로 했는데. 나중에 ‘일요일은 노동법 때문에 대부분 쉰다’라는 문구를 보고 참 아쉬웠다. 아니나 다를까 문 연 곳이 별로 없어서 밖에서 구경만 한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그리고 언어. 표지판에 왜 묘하게 다른 말로 두 개가 서있는지 엄청 궁금했는데 공용어가 핀란드어랑 스웨덴어란다. 아마 하나는 핀란드어, 다른 하나는 스웨덴어 인가보다. 그렇게 두 개 쓰기 바빠서 그런지 영어까지 3개 써있는 간판이나 표지판은 시내에서 거의 못 봤다. 그래도 유럽 언어가 다 비슷해서 그런지 자세히 보면 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일이라던가, 열고 닫고 이런 것). 하지만 영어로 물어봤을 때는 다 대답 잘 해주시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모르면 물어보자!

  아, 헬싱키를 돌아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한 영화가 있으니 ‘카모메 식당’이다. 일본 영화인데 핀란드, 그리고 헬싱키가 배경이다. 영화에 나왔던 그런 모습들은 헬싱키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영화에 나온 그 세 여자가 헬싱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서 두근거렸다. 카모메 식당의 배경이 된 식당은 다른 이름이지만 그 자리에 있다고 하던데 가 보지 못 해서 아쉬웠다. 주인공이 장을 보던 시장도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트램 창문 너머로만 보 고왔다. 그리고 핀란드 오기 전에 읽어서 좋았던 책 하나.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다. 노키아, 자일리톨 밖에 몰랐던 핀란드가 이렇게 멋진 디자인이 많은 곳인지 처음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예쁜 가게들을 지나가도, 신기한 물건을 보아도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 ‘역시!’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4시간 동안 헬싱키를 여행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기쁨과 아쉬움을 남겼다. 고스란히 나 혼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일분 일초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남겼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라는 생각은 ‘이번엔 맛보기, 다음엔 진짜’로 바뀌었다. 그래도 핀란드를 경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추천!  그리고 여행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유럽을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 런던이나 파리 같은 번잡한 곳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여유로움과 소소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

+ 이 글은 사실 폴란드 가기 전에 헬싱키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다가 써 놓고, 사진 추가해서 올리느냐고 이제 올리는 글입니다. 이 때도 헬싱키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지만, 폴란드에 가서 더 더욱. 너무 예쁜 도시에 있다가 시골로(!) 가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헬싱키에서 하루 있다가 왔다고 그럼 '오~ 나도 가고싶은데!!'라고 해서 그런지 '헬싱키 진짜 예쁜 좋은 곳이다!'라고 선전하고 다녔어요. 이건 한국 와서도 마찬가지. 다들 폴란드 보다 핀란드에 더 관심을 가지는 하하하;;; 사진은 따로 보정 하지 않았는데도, 늘 저렇게 파란 하늘. 해도 안 지고 .. 오늘 같이 덥고 습하고 꿀꿀한 날에, 헬싱키의 서늘한 바람과 파란 하늘이 그립네요 :) 


2010.6.28 Sun


  일명 ‘암석교회’ 암반을 파서 둥근 지붕을 얹은 건축양식이 독특한 프로테스탄트 교회. 바위와 둥근 지붕 사이에는 180장의 유리 창문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자연광이 아주 잘 들어오고, 음향 효과도 좋아 콘서트와 결혼식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결혼식이라니!!! 부럽다.

 

  가는 법은 중앙역에서 걸어가도 되는데, 헬싱키 시내 나와서 처음 가는 길이라 감이 없어서 트램을 타고 갔다. 10번 트램을 타고 ‘국립박물관’ 앞에서 내려서 ‘국립박물관’과 ‘핀란디아 홀’을 밖에서만 보고 교회를 찾아 걸어갔다. 많이 헤맸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친절한 훈남 아저씨가 알려줘서 간신히 도착. 돌이 보여서 올라갔는데 교회 벽인 암석이었다. 갑자기 암벽타기로 변한 교회 탐방은 정문을 찾은 후 여행으로 돌아왔다.



 
  소박한 십자가를 뒤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정말 암석교회다! 벽은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있었고, 지붕의 유리창에서는 자연광이 들어와 교회를 가득 채웠다. 제단도, 오르간도 바위와 조화가 너무 잘 이루어져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연인들, 가족들, 일본인 단체관광객들.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감상하고 기도했다. 나는 조용히 앉아 헬싱키에 있는 이 순간이 꿈인지 아닌지 먼저 생각했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앞으로 다 잘되게 해달라고, 2주간 프로그램도 잘 마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먼 이국에서지만 촛불을 켜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암석교회를 처음 본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꼭 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Rick Steve의 팟 캐스트를 본 이후이다. Rick Steve는 유럽 여행기를 팟 캐스트로 방송하는데, 2-3분의 짧은 영상이지만 재미있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럽 곳곳의 다른 문화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것인 참 마음에 든다. Rick 아저씨의 설명도 재미있고 … 아무튼 Rick 아저씨의 설명과 함께 보여준 영상이 참 좋았다. 그래서 나도 찍어봤다. 가만히 들어보면 음악 소리도 들린다. 저 오르간으로 연주하면 진짜 끝내준다 던데 아쉽게도 오늘은 듣지못했다.

+ 월~수 10:00~17:00, 목~금 20:00까지. 토요일은 18:00까지. 일요일은 11:45~13:45, 15:30~18:00까지.
+ (09) 2340 5920

+ 이 글은 써 논지는 좀 되었는데 인터넷이 이제야 되어서 지금 올리네요. 현재 폴란드의 우지(Lodz)라는 곳에 있고요, 지금은 토요일 오후. 대학교 복도에서 무선인터넷 쓰고있어요. 기숙사에 인터넷이 안되서 다들 '인터넷은 인권'이라며 항의중 ㅎㅎ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아, 그리고 동영상도 있는데 안올라가요! 나중에 추가할께요!


+ 동영상 추가 :)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지금 헬싱키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집에서 싸온 떡을 먹으면서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은 아침 6시 17분. 어제 9시 반쯤에 잠들었는데, 도무지 해가 지지 않아서 간신히 잠들었더니 또 해가 일찍 떠버려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다가 그냥 일어나버렸어요.


  원래는 폴란드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폴란드로 가고 있는데, 지금이 아니면 못 올 것 같은 폴란드를 오기 위해 대기시간이 20시간 정도 되는 비행기를 예약해서 반나절 정도 헬싱키를 즐겼습니다. 가고 있는 프로그램은 일종의 여름 학교인데, ASEM 회원국에서 한 나라에 한 명 정도 와서 수업도 듣고 교류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학기도 저번 주에 막 끝났고, 논문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을 때 좋은 기회라서 가고 있습니다. :)


  아무튼 헬싱키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진짜 최고!! 공항에 착륙하면서 보이는 핀란드의 모습은, 온통 푸른 숲으로 채워져 있고, 중간에 빈 곳은 호수인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와 갈매기와 비둘기가 어울리고, 도시 곳곳에 공원이 있고, 그 곳에는 사람들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박물관도 엄청 많았고, 예쁜 숍들도 너무 많은 곳 이예요. 낮이 너무 긴 건 좀 괴롭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입니다.


  아이팟은 OS 업데이트 하자마자 에어플레인 모드 시험 ㅎㅎ

  핀 에어가 유럽까지 제일 빨리 온다고 하던데 러시아 지나서 와서 그런 듯. 중국이랑 러시아는 진짜 넓었다. 가도 가도 계속 중국, 간신히 지났다고 생각하니까 이제 러시아 시작 ;;; 총 비행시간은 10시간 정도 걸렸는데, 저게 4시간 정도 되었을 때로 가장 힘들었다. 배고프고 드라마 보기도 질려가서;;

  제일 가보고 싶었던 템페리아우키온 교회. 숙소에 짐을 두고 찾아 나섰다. 소위 암석교회라고 불리는 이 곳은 암석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건축양식. 너무 예뻤다 :)

이름 모를 공원에서… 돗자리 하나만 가지고 와서 펴고 앉아 도시락을 먹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 :)

헬싱키 대성당. 이 때가 6시 반~7시 정도였는데, 이 때 하늘이 제일 예뻤다 :)

여기는 항구. 항구에 나갔다가 덜컥 혼자 크루즈를 타고 한 시간 반을 돌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추었지만 즐거웠음!

  크루즈 타다가 마지막엔 졸았다. 비행기에서도 한 숨도 안 자서 드디어 잘 때가;; 그래서 이름 모를 공원을 지나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잤다. 요 사진은 그 공원 동상의 갈매기. 이 동네 갈매기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진 :)

  비행기 타러 가려면 약 3시간 정도 더 남아 있어서, 남은 시간이나마 헬싱키를 좀 더 즐기려고 합니다. 아침에 가보고 싶은 곳은 시벨리우스 공원이랑 카모메 식당 배경이 되었던 식당인데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 이제 헬싱키 적응되었는데 떠나야 하다니…


  아, 그리고 여행 시작하자 마자 친절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좋아요. 한달 동안 유럽여행을 하고 군대에 간다는 비행기 옆자리 청년~ 이름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게 올 수 있었어요. 헬싱키 공항에서 ‘환승’과 ‘출구’ 사이에서 인사하고 뒤 돌아서자마자 외로워 졌다는 … 공항에서 중앙역으로 오는 버스에서 건너편에 앉은 학생. 중앙역 어디냐고 물어봤을 뿐인데, 내려서도 트램 타는 곳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어디가 좋다고 추천도 해주고. 트램 기사 아주머니는 지도 있냐면서 주섬주섬 자기가 쓰시던 지도 꺼내서 주시고 안내 센터 어디라고 알려주시고… 암석교회 찾아갈 때 방황하니까 자전거 타던 훈남 아저씨 묻지도 않고 친절하게 알려 주시고… 아무튼 좋은 사람 많이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 오늘은 진짜 2주를 함께 보낼 친구들을 만나게 될 텐데, 그 친구들도 모두 좋은 사람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폴란드에 가서 포스팅 할 시간이 있으면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