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동생이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유학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 들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서류 접수를 하러 대마도 까지 다녀온 일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8년 1월. 일본 유학 시험 점수도 나오고, 영어 점수도 나오고, 지망 대학의 원서도 받았는데, 마감 몇 일전에 난감한 일을 겪게 되었습니다. 바로 수험료의 송금 문제 인데, 해외 송금을 할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제대로 갈 지도 알지 못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으로 바로 가야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머리를 굴렸습니다. 아, 가장 싸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일본이 어디일까. 도쿄? 아니야 그래도 비행기 값이. 오사카? 그래 오사카라고 별 다를 것 없지.. 배를 차타면 어떨까? 후쿠오카? 한 번 찾아볼까?! 그러다 생각하게 된 곳이 바로. 대마도(쓰시마) 입니다. 부산에서 1시간 40분 밖에 걸리지 않고, 왕복 약 10만원 (대학생 요금) 이면 갈 수 있습니다! 일단 큰 우체국과 은행이 있는지 알아봐야 해서, 인터넷으로 알아 본 후, 우체국에 전화해보니, 대마도에서 혼슈까지 우편물도 다음 다음날 이면 도착한다는 말에 바로 대마도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생은 이 부분에서 누나의 행동력에 감탄합니다. 제가 다시 생각해도 좀 놀랍지요.)

  어쨌든 그렇게 떠난 대마도. 밤 12시 경에 수원에서 무궁화를 타고 부산으로가 새벽 5시 경에 도착하여 부산역에서 방황하다가, 부산 국제 여객 터미널에서 9시 경에 히타카츠로 가는 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대마도 여행(?) 출장(?)기.

  귀찮아서 DSLR로 많이 안 찍고, 슈샘으로 스냅샷을 남겼는데, 마침 흑백 필름이 있어서 생각지도 못 한 사진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관광지도 많이 있던데, 전혀 보지 못하고 오직 우체국과 은행 만을 향해 다녔기 때문에 정말 행로를 기록한 사진 뿐입니다.

#1.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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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플라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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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어촌마을


  우리를 태우고 온 씨플라워 호 입니다. 1시간 40분 정말 짧더군요. 앉아서 대충 정리하고 두리번 거리다가 티비 조금 보고 있으니까 금방. 하지만, 입국 심사줄은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더군다나 새로 시작된 입국 심사 (지문, 얼굴 사진)이 시작되어서 시간이 오래걸리더군요. 이건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대마도에 대한 처음 느낌은. 그냥, 섬에 온 기분이었습니다. 배에서 내리니 한국 사람 뿐이고, 한국 말도 많고, 조용한 항구였습니다.

#.2 히타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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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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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우유!


  우리가 도착한 마을은 대마도 북쪽에 '히타카츠'란 곳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대마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에 한 편 정도 있는데, 이날은 히타카츠로 가는 배가 있었습니다. 함께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어느 샌가 자신들의 버스를 타고 모두 사라지고 터미널에는 동생과 저만 남았습니다. 마침 일요일이라서 사람들도 없고, 관광객도 없고, 한적한 거리 입니다. 원래의 계획은 관광 셔틀 버스를 이용하여 '히타카츠'에서 남쪽 '이즈하라'까지 관광지를 둘러보며 이동하는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사람이 없어서 이 날은 셔틀 버스가 없답니다. 그냥 일반 버스를 타고 '이즈하라' 까지 가라는 말에 아무도 없는 한적한 거리를 걸어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가다가 슈퍼에서 산 '맛있는 우유' (일본어로 된 제품명을 해석하면 '맛있는 우유'란 뜻입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일본 우유는 적당히 커서 좋아요. 우리날 200ml는 너무 적고, 500ml는 너무 많아요 -

#3.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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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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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하라로


  버스 터미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무려 한국에서 싸간 도시락!) 버스를 기다리다, 30-40분쯤 있으니 버스가 왔습니다. 덜커덩 거리는 버스를 타고 남쪽의 마을인 '이즈하라'로 향합니다. 시골길을 지나는 버스 차창너머로, 논이 밭이, 그리고 띄엄 띄엄 보이는 집들이 보이는 것이 우리나라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아요. 때론 강가를 지나기도 하고, 산을 넘기도 하고, 공항에 들르기도 하고, 대마도를 모두 관통하는 것 같은 (관광지는 빼고.ㅠ) 버스를 타고 꾸벅 꾸벅 졸다 깨다를 반복 했습니다. 이즈하라 까지는 무려 3시간 가량. 그 동안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운전석이 우리와 반대라서 운전수 아저씨는 오른편에 앉아 계십니다. 우리 앞의 앞자리에 앉았던 반짝 반짝 대머리 할아버지는 우리와 함께 이즈하라까지 갔어요. 중간에 고등학교에 서서 (섬에 있는 단 하나의 두개의 고등학교 중 하나!) 태운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은 우리 뒤에서 친구인 듯 보이는 남학생과 도란 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먼저 내리고 무려 40분을 달려간 후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내렸습니다. 학교가 40분이나 걸린 다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동생과 하였죠.

#4. 이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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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비추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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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와 작은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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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었어요 이시야키


  어느덧 이즈하라에 도착. 우리가 숙소로 잡은 민박집(미나토 민숙)에 짐을 놓고 동네 한바퀴를 돌았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가게 될 우체국도 미리 알아놓고, 커다란 100엔샵과 슈퍼가 있어서 구경도 하고, 배를 타고 부산으로 다시 가게될 항구에도 가보고, 산책도 하고... 슈샘은 환한 낮에만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사진들은 다음날 낮에 찍은 사진들도 많아요. 이즈하라는 조용한 마을 이었습니다. 사람들도 조용하고. 우리가 묵은 민숙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는데, 친절하셨어요. 저녁에는 같이 이야기도 해주시고, 노래방 기계를 켜고 노래도 부르고. 방도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대마도에는 이시야키가 유명하데요. 해산물을 돌 위에 구운 음식이라는데, 비싸서 (이 여행의 목표는 오직 은행과 우체국이기 때문에 가난이 컨셉이었습니다.) 먹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대로 간판이라도. 또 대마도의 유명 제품중 하나가 '가스마키'라는 빵인데 얇은 카스테라 안에 팥을 넣어 둘둘 만 빵입니다. 기념품으로 사왔는데, 맛있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음...정말 조용한 동네였어요. 일요일이고, 겨울이여서 그랬겠지만, 조용한 동네였어요.

#5.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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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우체국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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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하라 우체국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우리의 목표는 '은행과 우체국' 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마자 은행에 가서 송금을 하고 우체국에 가서 서류를 부쳤습니다. 만세! 드디어 목표 달성! 그리고 지나가다 봐두었던 '호카호카' 라는 도시락 집에서 도시락을 사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그 때 붙인 서류들이 합격의 기쁜 소식을 하하하하!!!

  대마도에 가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피서나 - 제주도 가는 거 보다 싸니까 - 낚시나 - 그래도 나름 태평양 - 자전거 여행 등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가서 관광지 위주로 돌아보고 싶지만, 대마도 가느니 딴데 가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특히 우리나라와 가까운 만큼 역사적으로도 많이 얽혀 있어서 한국에 관련된 유적들도 많이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저의 대마도 출장(?) 여행(?) 사진기는 이렇게 끝납니다.

  사실 내일(아니 벌써 12시가 넘었네요. 오늘이군요!) 일본에 갑니다. 동생이 입학식을 하는데, 동생이 출국한지 좀 되서 부모님도 보시고 싶어 하시고, 놓고 간 짐도 많아서, 인간 택배 겸 엄마와 함께 관광 겸 나고야로 출국합니다. 이와중에도 다음주에 읽을 논문들을 왕창 싸가지고 일단 비행기에 탑니다. 노트북을 가져갈 예정이라 어쩌면 실시간 여행기 포스팅이 가능할지도 ... 어쨌든.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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