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冬] 엄마와 함께 한 3일간의 도쿄 여행...
그 동안 비행기를 타고 여기 저기 다녀보았지만, 한번도 엄마와 단 둘이 떠난 적은 없었습니다. 여행보단 생활이 우선이었지요.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아빠와 동생, 두 남자를 남겨두고 선뜻 떠난 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던 엄마가 언제 부턴가 여행을 가고 싶으시다고 하셨어요. 거기에 때 마침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서 챙겨온 두둑한 상금. 회사에 들어가면 더욱 시간내기 힘들것이라는 생각. 따라서 기꺼이 수업을 째고 엄마와 여행에 다녀오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지요. 어디에 가고 싶으시냐고 물으니, 일본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무려 6번째 일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함께라는 새로운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 하여서, 편안하게 해 드리고자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초 호화 여행이었지요. 그리고 어쩐지 몇 번 가보니까 익숙해서 그런지 사진도 적어요. 찍어온 사진의 대부분은 엄마의 사진이거나, (내 사진은 딸랑 세장 ㅠ.ㅠ) 엄마가 관심있어 하시는 인테리어에 관련된 예쁜 사진들... 그래서 이번 여행기는 초 간략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날...
11월25일 새벽, 전날의 음주에 속이 덜 풀렸습에도 불구하고 공항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엄마도 비슷한 시간 대전에서 공항 버스를 탔는데, 이게 왠일. 알고보니 대전에서 인천 공항 까지 무려 3시간 10분이 걸린다는... 시간 계산을 잘못 한 덕에 아슬 아슬하게 비행기에 올라타고, 덕분에 면세점 구경도 하나도 못 했지요.
두시간의 비행 후 나리타에 도착! 그리고 신쥬쿠에 있는 호텔로 이동! 가는 동안 이것 저것 물어보시면서 신기해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이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버려서 호텔에 짐을 풀고 나오니 벌써 4시. 밥도 못 먹었는데 말이지요. 그래서 가까운 '츠나하시'에 가서 덴뿌라를 먹었습니다.
지난 여름 일본 탐방때 느낀 것이지만, 누가 대체 일본음식을 '조금 주고, 담백하다.' 라고 했는지... 라면이나 덴뿌라 돈까스 등 튀긴 음식 잔뜩하고, 적다고 생각했는데, 먹고나면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부른데 말이지요. 엄마도 처음에는 맛있다고 드시다가 나중에는 느끼하고, 배부르다고 하셨어요. 가장 먼저 받은 음식에 대한 충격이지요. 음음...
도쿄돔 인근에서는 한창 일루미네이션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반짝 반짝 눈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조금 놀다가 '스파 라쿠아' 에 들어갔습니다. 현대 도쿄 여성들의 최고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고있다는 '스파 라쿠아'. 그 명성에 걸맞는 시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에 오다이바에 '오오에도 온천'에 간 적이 있는데, 그 곳의 소란한 분위기와 달리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깔끔한 시설에 맛사지 탕이나 노천탕, 천연탕 등을 비롯한 여라 탕과 사우나 가 있어서 좋았어요. 여기 저기 탕을 옮겨다니는 재미가 있었어요. 가장 좋았던 곳은 역시 노천 온천과 올리브 향이 가득 나는 사우나. 라쿠아 밖에는 롤러코스터가 있어서 노천 온천을 하면서 비명소리를 듣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지요. 또 하나 인상적이 었던 것은 아무런 준비 없이 온천에 왔다가 예쁘게 화장까지 하고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화장 지우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샴푸, 린스, 바디로션은 기본, 다양한 헤어 제품에 메이크업까지 할 수 있는 완벽한 시설! 여자들의 사랑을 받을만 했어요. 5층과 7층에는 맛사지나 휴식 같은 공간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용해 보지는 못했어요. 어쨌든 온천으로 피로를 풀고, 호텔로 돌아와서 일찍 잠이 들면서 첫날은 마무리 했습니다.
둘째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조식을 먹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고급 호텔인 만큼 조식도 두 곳의 식당에서 골라 먹을 수 있었지요. 우리가 간 곳은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1층. 그 곳에는 뷔페가 있었어요. 무려 빵종류만 10가지는 넘고, 잼도 6종류나 있는 엄청나게 많은 음식들. 요리사가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오믈렛. 일단 양식으로 한 번씩 다 먹어보고, 일식 밥과 반찬을 가져와 또 먹었지요. 아침 먹는 사람들 중에는 우리가 제일 많이 먹는 듯. 어쨌든 맛있고 배부르게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도쿄 시내로 출발!
첫째날은 날씨가 그렇게 좋았는데, 둘째날은 날씨가 그렇게 좋지 못 했지요. 아침에 본 신문에 의하면 오후에 비가 온다는 소식이! 그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처음으로 찾아 간 곳은 호텔과 아주 가까운 도쿄 도청 전망대! 몇 번 가보았지만, 늘 밤에 가서 야경만 봤는데, 낮에 바라보는 모습도 멋있더라구요! 엄마는 특히 도시 곳곳에 있는 공원과 나무들을 보면서 좋아하셨어요. 엄마가 평소에 바라던 도시의 모습이라고 하시면서요.
그리고는 지하철을 타고 아사쿠사에 갔습니다. 아사쿠사에 가기 위해서 아사쿠사바시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전에 왔을 때 묵었던 호텔이 아사쿠사바시에 있었어요. 근데 그 호텔 앞에 일본 인형 가게가 있었는데, 정말 예쁜 인형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가보자고 하셔서 인형 가게로 갔지요. 인형 가게에서 예쁜 전통 인형들을 보고, 집에 장식 할 것 몇 가지 인형을 샀어요. 엄마가 인형을 좋아하셔서 여행을 가면 항상 선물로 사오는 것이 인형. 그래서 우리 집에는 각국에서 온 여러 인형들이 있지요. 이번 여행으로 일본 인형 다수 추가!!! 아사쿠사에 도착하여 나카미세에서 군것질을 하기도 하고, 쇼핑을 하기도 하고, 아사쿠사에 가서 오미쿠지도 하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나서 앞에 보이는 어느 조그만 소바집에 들어가서 소바를 먹었지요. 소바 말고도 이것 저것 팔고 있었는데, 소바는 그냥 그랬는데, 메론빵이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으로 간 곳은 도쿄대학. 우에노 공원에 갈까 하다가, 수험생의 엄마다 보니 교육에 관심이 많으시고, 또 전에 여름에 갔던 도쿄대학 풍경이 생각나서 모시고 갔습니다. 그 날 따라 왜 그렇게 커다란 카메라를 맨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많으신지. 아마 동호회에서 출사라도 나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무가 울창한 캠퍼스의 모습을 구경하고, 매점에서 음료수를 하나씩 사서 야스다 강당 앞에 앉아 아까 산 메론빵과 함께 먹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들은 사진 찍으시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한가로운 분위기. 엄마랑 소풍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있는거 정말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발. 다음으로 간 곳은 하라주쿠 입니다. 일단 메이지 진구에 가서 한 바퀴 둘러보고, 하라주쿠 구경을 했지요. 메이지 진구는 처음 가봤는데, 들어가는 입구가 어찌나 길던지. 가다 지쳤어요. 포기하고싶은 기분 OTL. 다시 나올 떄는 정말 힘들었지요. 메이지 진구에서 특히 느낀 점이지만 도시에 기모노 입고 다니는 아가씨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예쁜 기모노들도 많고, 전통을 살린다는 의미가 있어보여 부럽기도 했지만, 불편할텐데 왜 입을까 하고 의심이 들기도 하였어요. 메이지 진구 앞에는 코스프레하는 애들이 많아서 조금 무서워 보였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구경 했어요. 그 옆에 노래부르는 아저씨도, 그림 그리는 사람도 있어서 사람 구경하는게 정말 재미있는 거리였지요.
하라주쿠에선 다이소를 점령하신 엄마. 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사셨지요. 덕분에 짐이 한짐이 되었어요. 그리고 옷을 구경하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오모테산도 힐즈까지 구경하면서 걸어갔어요. '히어로 스페셜'에 보면 아야세 하루카가 도쿄에 가면 꼭 '오모테산도 힐즈'에 가보겠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연 결심할만 하더군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든 그 독특한 건축물과 그 안에 가득찬 눈부신 물건들 +_+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간 곳은 롯본기의 모리타워 입니다. 모리타워 주변도 예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더군요. 그리고 52층의 도쿄 시티뷰로 올라가서 야경을 보았지요. 언제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예요~ 그리고 하늘에서 가장 가깝다는 모리 미술관에 올라가서 작품을 감상했어요. 현재 하고있는 전시는 " Bill Viole : Hatsu Yume" 전인데 독특한 영상들이 천천히 움직이기도 하고 빨리 움직이기도 하고, 그런 순간을 포착한 그런 전시였어요. 보면서 느낀 점은 신기하면서도 "이런것도 예술이구나..." 이런 느낌?!
이렇게 둘째날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잠이 들었어요.
마지막 날...
마지막 날.. 오늘도 아침을 든든히 먹고 관광에 나섰습니다. 나리타 공항으로 가기 위해선 2시 5분경에 출발하는 리무진을 타야해서 간단히 오다이바에만 다녀왔어요.
오다이바에 가서 레인보우 브릿지를 보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쇼핑을 하고, 다시 신쥬쿠로 돌아와 상점을 구경하다가 호텔로 돌아와 리무진을 타고 공항으로 갔지요. 리무진 처음 타봤는데, 비싸지만 (무려 3000엔!!) 편하고, 화장실도 있고, 도쿄를 빠져나오는데 오래 걸려서 그렇지 빠져나오면 빨리 가고, 빠져나오면서 멋진 풍경들도 볼 수 있고 (나는 자고 있었는데, 엄마는 디즈니랜드도 보고 그려셨다면서 좋아하셨어요.) 좋았지요. 빨리온 덕에 비행기는 비록 늦춰졌지만, 좌석이 업그레이드 되서 비지니스 석도 타보고 하하하하!!!
그렇게 오밤중에 인천에 도착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막차를 타고요.ㅠ.ㅠ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의의는 엄마와 함께 한 여행이라는 점이었어요. 엄마는, 그 동안은 당신이 모든것을 챙겨 주셨는데, 이번에는 내가 모든것을 다 하는 것을 보고 대견해서 눈물이 난다고 하셨지요. 나도 엄마와 같이 재미있는 것도 많이 보고, 좋은 것도 많이 보고, 맛있는것도 먹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뻤어요. 나중에, 또 기회가 된다면 엄마와 함께 또 여행을 떠나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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