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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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을 떠나 세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슈루즈버리(Shrewsbury)였다.

  잉글랜드의 중부지방에 위치한 슈루즈버리는 슈롭셔(Shropshire)의 주도이다. 660여 개의 문화재 지정 건물이 있고, 중세 시대의 미로같은 거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윈의 동상도 있고, 다윈의 이름을 딴 쇼핑몰도 있었다.

 우리가 슈루즈버리에 머문 것은 슈루즈버리의 청소년들과 교류하고 자연 신탁운동(Natural Trust)에 방문하고, 또 다음으로 이동할 맥킨리스(Machynlleth)와 가깝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영국인의 소박한 일상이 있는 이 도시에서 아침에 공원에 산책을 하고, 중세 시대에 지어진 꼬불 꼬불한 미로 길을 따라 거닐고, 밤에는 Pub에 가고, 관광객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상점을 구경하고, 낯선 방문자에겐 전혀 필요없는 부동산을 바라보면서 영국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다.

 슈루즈버리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깜짝 놀랐던 것은 우리의 숙소였다. 사실 포스팅은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을 먼저 하였지만, 시간상으로는 런던을 떠나 슈루즈버리에 도착하였다. 돌아보면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에 있는 호텔은 관광지에 잘 꾸며진 호텔이었다면 슈루즈버리에 있던 숙소는 동화속에 나오는 비밀의 화원에 묵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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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묵었던 Sandford House Hotel. 영국에 간 것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고, 현지 체재비는 영국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공짜로 와~ 좋구나, 라고 묵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역시 비쌌구나. 언제 이런곳에 또 가볼고 ~. (사실 영국에 간 목적이 있는데, 쓰다보니 관광위주의 포스팅이;;;)

 호텔은 사실 길가에 건물 하나였다. 그런줄 알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여학생은 이쪽으로 오세요" 하면서 철문을 열어주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꽃으로 곳곳이 장식된 예쁜 정원과 영국의 어떤 소설에나 나올 법한 갈색의 2층집이 있었다. 금세 어지럽혀 버려서 방 사진은 못 찍었는데, 방도 참 예뻤다. 침대도 푹신 푹신. ^^
 라운지에서는 체스도 둘 수 있고 피아노도 있었다. 같이 간 친구들이 피아노를 한 번씩 쳐 보던데 어찌나 잘 치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난 어릴때 피아노 치던거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ㅠㅠ 앞으로 저런곳에 가면 멋지게 칠 수 있도록 나도 한곡만 파볼까?!
 아, 사진에 보이는 창문 위로 올려서 여는 창문이다. 그러고보니 런던에도 그런 창문이었는데, 처음에는 창문이 무거워서 여는게 참 난감했다. 열고나니 고정시키는게 또 난감했다. 아!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창문을 활짝 열고 떠나가는 연인을 부르는 씬은 절대 쉬운 장면이 아니고나~~

 슈루즈베리에 도착한 날(7월 15)일 에는 '자연신탁운동(Natural Trust)'를 방문하고, 다음날(7월 16)일에는 맥킨레스의 CAT로 떠났다. 그리고 CAT에서 돌아오는 날 (7월 18일)에 이 동네에서, 같은 숙소에서 다시 한 번 묵었다. 결국 이 동네에서 한 일은 동네 구경, 산책, 쇼핑, 식사 등등 이었다. 딱히 유명한 유적도, 관광지도 아닌 탓에 관광객은 정말 드물었고, 동양인을 처음 보는 듯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마치 그곳에서 일상을 보내는양 거리를 마음껏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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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거리. 여섯시, 아니 다섯시 반만 되면 상점의 문을 닫더라. 그래서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고... 사람이 참 적은 동네인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이던가, 낮에 나갔더니 상점마다 사람이 가득, 거리에도 사람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다. 다들 저녁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 그 비밀을 조금 알긴 했다. 밤에 펍에 갔더니 펍마다 사람이 만원이더라. 낮에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저녁에는 조금 쉬다가, 밤이되면 다시 나오나보다. 슈루즈베리의 유명한 것중의 하나는 중세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얀 바탕에 진한 갈색의 나무로 된 건물이 그것인데, 그런 건물들과 새로 지어진 건물들 사이의 조화가 좋았다. 도로의 지그재그 표시는 여기 저기 많이 있던데 횡단보도 주변이나 보호구역 주변에 서행운전 하라는 표시란다. 내가 저기서 운전하다 처음으로 저 표시를 본다면, 앗! 무슨표시지?! 하고 생각하는 사이 자동으로 서행이 될 것 같다 ^-^

표지판은 무심코 찍은 사진들. 사진 찍고 정리하다보면 의도적이지 않게 많이 찍은 사진들이 있다. "예쁘다~" 하고 찍었는데, 정리해 보면 그런 느낌의 사진들을 참 많이 찍었다. 내 경우에는 하늘이 그렇고, 꽃이 그렇고, 표지판이 그렇다. 아, 간판도 그렇다. 다른 언어로 된 표지판이나 간판을 보면 찍고 싶어진다. (아랍어의 경우가 제일 심했다. 글자보다는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되었다.) 여튼 이번에도 많더라. 저렇게 사방으로 퍼져있는 표지판이 참 매력적이다.

영국 영화 하면 '러브 액츄얼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 중에 젤 기억남는 장면이라면 스케치북을 넘기면서 고백하는 장면이다. 문을 사이에 두고 고백하는 그들 사이에 있는 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몇 번지 인지 써있는 금색 글자 밑의 손잡이, 똑똑 두드리면 멋진 남자가 나올 것 같았다. 뭐, 옆에 초인종도 있는 거보니 요즘 그렇게 할 것같지는 않지만.. ^^;; 그래도 하얀 건물에 빨간문, 노란문, 파란문 이 차례대로 있는 풍경은 참 멋졌다. 사진은 찍었는데, 많이 흔들려서 파란 문만... ^^;;

 쓰다보니 생각나는게 많아서 주절주절 하다보니 길어져서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편에는 슈루즈버리의 문화 유적들과 쇼핑했던 거리의 모습, 산책했던 공원의 모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