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슈루즈버리에서 생긴 일...] 이라고 제목을 적으면서,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생각하기 힘든 여유롭고 한가롭고 즐거운 일들이 있었다. 전에 말한대로 우선 크게 세 가지, 관광, 쇼핑, 산책. 영국 음식은 인상 적인 것이 없어서 제하기로 하고, 본래 목적(환경 관련 시설 돌아보기)에 대한 것은 나중에 포스팅 하려고 하니 일단 오늘도 관광 위주의 포스팅을!

 우선 산책.


 영국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일정이 시작 되기 전에 아침 일찍 관광이나 산책을 나섰다. 런던에서는 주로 관광이었지만, 이 작은 동네에서는 볼 것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한 것이 산책. 좋았던 것은 호텔 가까이에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런던에서는 Hyde Park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버스를 타기 위해 삽질을 하고, (거리는 멀지 않았는데, 표 끊는 법을 몰라 삽지을 했다.) 도착해서 뜨거운 햇볕과 싸우다가, 시간에 쫒겨 돌아왔는데, 여기서는 바로 뒤에 공원에 아침 저녁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찾아보니 공원 이름은 The Quarry Park 였다. 거기 있을 때는 그냥 동네 공원이었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면 "이런 곳이었어?" 라며 놀란다. 내가 갔을 때는 7월이었지만, 8월에는 이 곳에서 Shrewsbury Flower Show를 한단다. 지금쯤 한창이겠네. Severn강가를 따라 있는 이 공원에는 예쁜 산책로가 있고, 넓은 잔디 밭이 있고, (카메라 밧데리가 다되어 찍지 못한) 멋진 다리도 있었다. 저녁이면 아이들은 공을 차며 놀고 있었고, 아침에는 조깅을 하기도 하고, 개를 끌고 산책을 하기도 하였다. 아! 평화로운 풍경이여. 낯설던 동네 풍경도, 사람들도 산책을 하는 동안 어느새 친근해져, 눈이라도 마주치면 "Hi!" 라고 인사하고, 개에게도 '아! 귀엽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동네의 특징은 중세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현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얀 벽에 갈색 나무가 드러난 집들이 중세 건물의 모습. 큰 길도 별로 없고, 작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동네에서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골목들을 걸어가며, 두려움 보다는 중세의 향기를 느꼈다. 13세기의 어떤 사람도 이 골목을 걷고 있었겠지.

 딴 얘기지만, 나는 중세 매니아다. 저번 학기에 배운 과학사의 내용은 고대 그리스 시대 부터 17세기 까지 였는데, 보통 중세라 불리우는 5세기에서 15세기 까지의 기간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중세는 과학의 암흑기'라는 인식과 달리, 유럽 보다는 이슬람에서 활발한 활동이 있었으며, 후에 많은 과학이 탄생하게 되는 대학이 생긴 것도 중세이다. 그리고 과학이나 자연 철학보다는 기술이 두드러지게 발달한 시기이기도 하다. 중세를 공부하면서,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마지막 시간에 "어느 시대가 가장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중세요."라고 대답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세 매니아"들은 많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비단 과학을 떠나서 이름 처럼 '끼인' 시대 (물론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역사관에 의해 이름지어졌다 하지만)이며 혼란의 시기였던 그 시대가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동네의 건물들에 남아있는 '중세의 향기'를 느꼈을 때,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관광. 작은 동네지만 역사가 깊은 동네인 만큼, 유적들도 많다.


  먼저 The Squre. 13세기 이후에 이곳에 시장이 섰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때는 6시 이후라 상점들도 문을 닫고,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시장 선 사진 보니까 주민들 다나온거 마냥 사람이 많더라. 앞에 서있는 동상은 Robert Clive라는 슈루즈버리 출신의 영국의 군인이자 식민지 행정가였던 사람이란다.
 두번째 사진은 Shrewsbury Castle. 이런 작은 동네에도 성이있다니! 그것도 지금까지 보던 성들과는 다른 느낌의 성이다. 빨간 벽돌과 예쁜 정원이 인상적이었던 이 성은 Roger de Montgomery에 의해 1074년에 지어지고, 여러번의 변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은 18세기의 모습이라고 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는데, 성에 손님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지키는 아저씨가 들어오라는듯 자꾸 내다보셨지만, 역시 또 시간과 돈의 압박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세번째 사진은 St.Chad's Church. 공원에서 올라오는 길에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종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는데, 저 교회에서 치는 종소리였다. 마지막 사진은 Shrewsbury Abbery. 수도원이다. 처음 지어진 것은 슈르즈버리 성과 비슷한 시기 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건물들과 다른 느낌이 난다. 지금은 여러가지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다는데, 옆 골목에 펍이나 음식점이 많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예전에 수도원이었다니.

 마지막으로 쇼핑.  


 SALE 이라는 글자는 언제 봐도 즐겁다! I ♡ SALE 이라 적힌 예쁜 빨간 티가 있었는데, 가지고 싶었지만, 팔지 않는단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비슷한 디자인의 티를 보고 깜짝 놀랐다. SALE을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같은 마음?!
 이 동네 출신 유명인사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Darwin Shopping Centre 라는 큰 쇼핑몰이 있었다.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상점은 별반 우리와 다르지 않았지만, 드레스(!) 같은 예쁜 옷들도 많고, 사이즈(!)도 나랑 맞아서 입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한국에선 보기 힘든 속옷들도 많이 팔고 있었고... 아,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자. 저 모자가게는 아침 산책길에 발견한 곳인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었다. 하지만 쇼윈도로만 보아도 깃털이 풍부한 모자들~ 우와~ 어떤 귀부인이 저런 모자를 쓰고다닐까!
 알록 달록 한게 참 좋다, 그레서 알록달록했던 옷들도, 악세사리도, 찻잔도, 캔디도 다 좋았다 >.<
 마지막으로 서점. 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Half Price에 넘어가서 한국에서 못 구할 것 같은 전공 관련 참고서적을 샀는데, 한자도 안 읽었다. 같은 책이라도, 나라마다 다른 표지와 일러스트라는 것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래서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 구경하는건 참 쏠쏠한 일이다. 이 나라에서는 이런 판형의 책을 읽는구나, 이런 책들이 인기가 많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슈루즈버리 수도원 쪽으로 서번 강을 건너면서 다리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해질녘의 따스함과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강에 비치는 반영이 사랑스럽다. 제일 맘에 들었던 사진!


 아, 제목이 [슈루즈버리에서 생긴일...]이니까 작은 에피소드라도 하나 써야겠다. 별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