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2008년 7월 12일. 드디어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전에도 얘기한적있는데, 히드로공항에 대한 나의 환상은 '러브액추얼리'그 자체였다. 사랑과 기다림이 가득한 로망의 그곳! 왠지 사랑하는 연인들이 가득할 것같았는데, 그냥 평범한 공항 그 자체였다. 어쩌면 조금은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서둘러 공항을 나서 기다리고 계시던 영국문화원 담당자분을 만나 셔틀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꿈에서나 그리던 런던의 모습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사진은 없다. 카메라 들고있기엔 짐이 너무 많아서;;;) 

 런던에 있을 동안 묵게될 LSE 기숙사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숙소는 방도 깔끔했지만 지리적으로 매우 좋은 위치에 있었다. 숙소에서 바로 나오면 오른쪽으로 가서 조금만 걸어가면 런던아이,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내셔널갤러리에 갈 수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버킹검 궁이며 웨스트민스터 사원, 국회의사당도 모두 걸어서 갈 수있는 거리였다.

 어쨌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트리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을 지나갔다. 활기찬 거리와 많은 사람들. 관광객과 런더너들이 뒤섞여 있던 이 곳. 음악이 들리고 분수소리의 여유로움이 엿보였던 이 광장이 런던의 첫인상으로 남아있다.


 런던하면 생각나던건 역시 빨간 이층버스. 그래서 빨간 이층버스가 가장 첫 사진으로 남아있다. 트리팔가 분수 신기해서 열심히 찍었는데, 런던에 머문 매일매일동안 정말 많이 지나다녔다. 아침에 산책한다고 나오고 저녁에 밥먹고 들어온다고 나오고, 이동한다고 차타고 지나가고, 지하철 타본다고 나가보고. 나중에 쓰겠지만, 탑밑에 네마리의 사자 동상이 있었는데, 여유롭게 올라가서 놀고있는 유러피안들을 보고 정말 나도 올라고보고 싶었다. (나중에 결국 올라갔다는;;;)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극장들이 밀집해있는 레스터스퀘어(Leicester Square)로 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우리와 다르게 인상적이었던 엄청나게 큰 글씨의 영화 간판과 뮤지컬을 알리는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뮤지컬들이 코앞에 있었는데 못 보고 오다니 슬프다 ㅠ.ㅠ 근데 그당시에는 여기저기 너무 신기해서 둘러보느냐 그런 생각도 없었다. 

 
 레스터 스퀘어를 지나서 우리가 도착한곳은 차이나 타운. 그 곳의 웡케이(Wong Kei)라는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불친절한 분위기 속에 이것 저것 먹었다. 우리 테이블의 분위기는 멤버들 끼리도 어색하고, 영국 분과도 어색하여 그야말로 밥이 코로넘어갔는지 입으로 넘어 갔는지 기억도 안나는 분위기 ... (왜 그렇게 친절하지 못할까,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식당이란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다. 지금은 그때를 이렇게 그리워하고 서로 많이 친해져있는데, 그때는 처음이라 어색하고 다들 그랬다. 런던도 마찬가지. 지금은 이렇게나 그립고 사진보면 미소만 나는데 처음에는 다 신기하고 어색하고 그랬다.


 중국 음식점 사진은 대화에 집중하느냐 못찍었고 앞에서 기다리다가 옆 가게 케이크를 찍었다. 한국에서 보던것들 보다 화려한 생크림의 잔치들.

 아, 그래도 도시의 첫인상인데 날씨를 빼먹었다. 런던의 날씨는 흐리기로 소문나서 걱정 많이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흐렸는데, 런던으로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맑아졌었다. 해가 길어 늦은 시간인데도 저렇게 환한 사진들이 나왔다. (저 사진 찍은 시간들이 아마 다 7시-8시경 이었을 것이다.) 푸른 하늘처럼 파란 기대감과 알수없는 두근거림과 설레임, 그리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것이 런던의 첫날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