례문아 례문아 숭례문아.
2008년 2월 뜨거웠지.
네가 뜨거워서 무너져 내릴 때 우리의 가슴은 더욱 찢어질 듯 무너져 내렸단다.
례문아 례문아 숭례문아.
국보 제1호로 살아가느라 힘들었지? 많이 힘들었지?
단지 남쪽에 있단 이유로 남대문으로 많이 속상했지?
이제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위풍당당한 새 모습으로 너의 자태를 떨치렴
2013년 5월 18일 <무한도전> 중 정준하 자작시
어른이 되어 서울에 올라온 나에게 서울을 서울 답게 느끼게 해주는 몇 가지 상징들이 있다.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창밖으로 보이는 63빌딩이 그랬고, 버스를 타고 서울역을 지나 버스가 남대문 옆 도로를 지나갈 때 그랬다. 서울 생활에 아무리 익숙해져도, 63빌딩과 남대문은 새삼스럽게 "아, 여기가 서울이구나"라고 생각하개 해 주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2008년 2월. 뉴스에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 남대문은 장막으로 가려졌고, 그 안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서울에 있지만, 지나갈 때마다 느끼는 허전함. 그리고 마침내 그 빈자리는 다시 채워졌다. 5월의 어느 주말, 명동에 가려고 버스를 타고 지나다보니 차창밖으로 숭례문이 보였다. 나의 서울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 두 달 후면 서울을 떠난다. 서울을 떠나기 전에, 매일매일 당연하게 지나던 자리들을 기억해놓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내가 다시 서울에 돌아와도 이 자리에 있겠지, 그리고 내 다음 세대에도, 그 다음 세대에도 이 자리에서 서울의 변화를 지켜보겠지. 이제는 더 슬픈일 없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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