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우리가 경주에 가면 불국사, 석굴암에 가듯이, 사람들은 교토에 가면 금각사, 은각사에 꼭 간다. 혹시라도 금각사에 먼저 가게 된다면 금으로 둘러쌓인 반짝반짝하는 노란 절을 본 후, 은각사는 은으로 둘러쌓인 하얀 절을 보게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은각사에는 그렇게 은이 많이 없기에, 처음 은각사에 가서는 모두가 '실망'하고 만다. (은각사에도 은박을 입히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은각사를 찬찬히 둘러보면, 은각사에서 말하는 '은'이 혹시 정말 은이 아니라 하얀 모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한다. 은각사에는 금각사나 다른 절에서 찾아보기 힘든 하얀 모래 정원이 있으니까. 그리고 이끼정원까지 다 둘러보고 나면, 교토에 다녀와서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은 금각사보다 은각사이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에서 은각사로 둘러보기로 결정했을 때, 물론 오하라에서 돌아오는 길에 더 가깝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심 내 기억속에는 은각사가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은각사 가는 길


  오하라에서 출발해서 게이한 데마치야나기역에서 내려 은각사로 가는 길,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은각사에 가까이 와서 동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철학의 길이 어디야?" 일본 최고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했다고 불리는 철학의 길. 은각사에 몇 번을 와봤지만, 철학의 길이 대체 어딘지 몰라서 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은 어의없는 얼굴로 "헐, 여기잖아"라고 했다.


철학의 길


  물론 우리가 지나온 것은 철학의 길의 일부이고, 30분이나 걸어야되는 철학의 길 주변에는 예쁜 카페며 가게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벚꽃이 피는 봄에 그렇게 아름답다고 ... 교토에 오면 올 수록 다시 와서 보고싶은 곳, 가고 싶은 곳이 쌓여간다.


철학의 길. 이 길에 벚꽃이 가득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 동네에도 있다 인력거!


  어쨌든 철학의 길을 지나 은각사에 도착. 오늘도 수학여행 학생들이 많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은각사의 은각 앞에는 "은칠한줄 알았는데!"라는 실망감이 터져나왔지만 그래도 예쁜 정원을 즐기며 은각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가지런한 모래정원. 매일 정리할까?


고게츠다이(向月台). 모래와 물로만 만들었고, 밤에 달빛을 감상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고게츠다이도 그렇고, 아라시야마의 도게츠교도 그렇고, 모두 '달'과 관련있다. 옛날 교토 사람들은 달을 참 좋아했나보다.


내가 바로 은각사다!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니, 은각사도 그리고 교토 시내도 한눈에 들어온다.


  은각사의 이끼정원도 아른다운데, 이미 오하라의 산젠인에서 엄청난 이끼들을 보고 온 터라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은각사에 들렀다 금각사에 간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은각이니, 금각이니 하는 비교보다는 편견없이 은각사에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참 상대적인 것 같다.


  어느덧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서 은각사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아서 공항으로 갔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2박 3일의,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꽉 찬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일상을 잊고 보낸 시간이어서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금각사처럼 금칠로 엄청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소박하고 소소하고, 오랫동안 그자리에 있어서 좋은 은각사, 이번 여행이 꼭 그런 것 같아서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로 참 적절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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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각사 홈페이지: http://www.shokoku-ji.jp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