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여행 길의 음식은 늘 그랬다. 그냥 되는대로 먹었다. 독일에서 기숙사에 있을 때면 아침마다 까만 독일빵에 잼을 발라서 그 퍽퍽함을 이겨내려 벌컥벌컥 우유를 마시고, 설탕없는 시리얼을 먹었다. 여행 중에는 아침에는 조식 뷔페. 점심에는 그 조식 부페 구석에서 싸가지고 온 모닝빵과 사과. 저녁은 맥도널드. 아마 가장 많이 먹어본 음식이 햄버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랬다.

  여행의 마지막은 루체른 이었다. 우리는 마지막이니까, 맛있는 것을 먹어보자고 그랬다. 비가 쏟아 지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나가던 가게에서 풍겨나오는 피자냄새가 너무 맛있게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는 피자를 먹기로 하고, 꽤 괜찮아 보이는 어느 가게로 들어갔다.

마지막 만찬

루체른의 마지막 만찬

  늦은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은 많이 없었다. 피자, 스파게티, 그리고 돈을 주고 시켜야 했던 생수. 딱히 독특한 맛은 아니었다. 그냥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 맛. 하지만 참 맛있었다. 스위스 까지 와서도 스파게티라니, 좀 더 스위스 다운 음식들도 있을 꺼잖아. 라고 생각 하면서도 그냥 그날은 스파게티가 먹고싶었었다. 피자도...

  여행에서 음식이 중요하게 되지 않은 건, 세계화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에펠탑이며, 알프스는 늘 그자리에 있어서 우리가 가야 하지만, 이탈리아에서만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피자와 스파게티도, 스위스에만 있을 것 같은 퐁듀도, 서울에서 잘만 찾아보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것 같다. 물론 따라하지 못하는 1%가 있겠지만, 그 1%를 찾기위해 여행을 한다는것은 돈과 시간의 문제이다. 그래서 여행에서 음식은 점점 '여행을 하기 위해 먹는다' 라는 느낌이 되버린것 같다.

  어쨌든, 스파게티와 피자가 나의 가장 비쌌던 최후의 만찬 이었다니. 정말 가난하게 살아구나, 라는 생각이 밀려온다. 이것도 다 추억인것을...

'여행 > : 유럽 (20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8/16 루체른 - 스위스 스러움  (4) 2007.01.14
8/16 루체른 - 시내 관광  (0) 2007.01.14
8/16 루체른 - 리기(Ligi)  (0) 2007.01.12
8/15 루체른(Luzern) - 우연  (4) 2007.01.12
8/15 제네바(Geneve)  (8) 200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