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지난 가을 태국에서 열린 한 워크샵에 참가 했었다. 방콕에서 버스를 타고 몇 시간 간 Kao Yai라는 국립공원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진행했다. 프로그램 중에 필드트립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내가 가기로 결정한 곳은 Elephant Center라는 곳이었다. 사실 Kao Yai 국립공원 안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선착순에서 밀렸다. 

  필드트립 나가기 전날, 하루의 일정이 끝나고 들어가다가 태국 친구들과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참가자들은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과 영국, 헝가리, 그리스, 핀란드 등 유럽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비슷한 나이 또래였던 태국 친구들과 가장 친하게 지냈다. 나중에 프로그램 진행한 스태프가 "한국애들이랑 태국애들이랑 왜 이렇게 친해?"라고 물어볼 정도로 우리들은 붙어다녔다. 어쨌든, 그날 밤에 나온 이야기가 태국에 '코끼리 노래'가 있다면서 내일 코끼리에게 불러주란다. 들어보니까 별로 어렵지도 않고, 태국어라는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친구가 적어준 가사를 보아가면서 열심히 외웠다. 그 노래가 바로 'Chang Chang Chang'이다. 'Chang'은 코끼리란 뜻! 유투브에 찾아보니까 이 노래가 있다. 



  근데 이 영상 너무 귀엽다. >.< 아무튼 이 노래였는데, 친구가 노트에 가사를 영어 발음이랑 뜻으로 써줬고, 나는 그걸 한글로 위에 써놓고 열심히 따라 불렀다. 그래서 어느 정도 다 외웠다.


  드디어 다음날. 엘리펀트 센터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코끼리를 만났다. 코끼리를 타고 무려 한 시간이나 돌았다. 
 

내가 탄 코끼리!


  코끼리를 타고, 안내를 해주는 청년에게 말했다. "나 코끼리 노래 부를 수 있어요." 그랬더니 이 청년이 "나도 부를 수 있어요, 한국 코끼리 노래" 이러면서 갑자기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며는 코로 먹지요~♬"를 부르는게 아닌가!! 알고보니 전에 파타야에서 코끼리 관광하는 곳에서 일했는데,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많이 와서 배웠단다. 그래서 나도 지지않으려고 태국 노래를 불러주었다. 

  코끼리 트래킹을 즐기고, 다시 워크샵 장소로 돌아와서 보고회를 해야하는데 보고회는 프리젠테이션인데 말은 안하고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프리젠테이션으로 해야했다. 우리 조 일본에서 온 언니가 배경음악으로 코끼리 노래를 부르면 어떻겠냐고 해서 즉석에서 코끼리 중창단 일명 'Elephant girls'가 결성되었다. 멤버의 국적은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다른 조원들이 프리젠테이션 만드는 사이 우리는 노래를 연습했다. 일단 태국 노래 외우고, 한국노래도 가르쳐주고 일본 노래도 배웠다. 베트남 노래는 너무 어려워서 못 부르고 .. 발표가 시작되자 우리는 배경음악으로 각 나라의 코끼리 노래를 불렀다. 다 못 외웠으니까 사실 본인 나라 노래는 자기가 마이크 잡고 부르고 나머지 사람들은 읽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반응은 폭발적. 다른 나라 애들 완전 열광. 그 다음부터 무슨 일만 있으면 자꾸 나보고 코끼리 노래 부르라고 ;;; 마지막날 헤어지는데 헝가리에서 온 아이가 "코끼리 노래 몇 번 불렀어?"라고 물어봤다. 그리고 태국 친구도 내 페이스북에 나보고 'Best Elephant Singer'란다. 나 진짜 노래 못하는데, 살다살다 노래로 칭찬받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태국, 일본 코끼리 노래를 외우고, 베트남 노래는 듣고, 한국 노래는 가르쳐주고 왔다. 싱가폴 친구가 일본 노래 듣더니, 중국 노래는 음과 가사는 같은데 발음만 다르단다. 중국노래까지 배울뻔했다. 그런데 신기한건, 이렇게 아시아에는 코끼리 노래가 많았는데, 유럽애들은 자기 나라에 코끼리 노래 없다고 신기해했다. 아무튼 나는 워크샵에서 코끼리노래로 한류스타였다.

  코끼리 노래를 배울 때, 한국에서 태국사람 만나면 불러줄꺼야, 라고 다짐하고 배웠는데, 글쎄 - 아직 불러줄 사람을 못 만났다. 만나면 놀래켜주려고 인사말이랑 숫자 1,2,3이랑 언니 동생 이런거 다 기억하고 있는데, 태국사람을 못 만나서 시험할 기회가 없다. 노래 배울때 농담처럼 "한국에서 닉쿤만나면 불러줄꺼야"라고 했는데, 불가능한 이야기겠지 ㅠ.ㅠ 난 언제나 불러줄 준비가 되어있다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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