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작년 가을에 방콕 근교의 카오야이(Kao Yai)라는 국립공원에서 열린 한 워크샵에 참석했었다. 하지만 워크샵 기간 내내 리조트에만 있고, 교육도 계속 있고 그래서 방콕을 잘 보고 왔다고는 못하겠다. 다만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기고, 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생겼을 뿐 - 그래도 마지막 날 공항가는 길에 한 사원에 들렀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보던 유적의 모습과 참 달라 놀라웠다. 그곳이 바로 아유타야의 왓 프라시산펫(Wat Phra Si Sanphet).

  워크샵의 마지막 날. 점심을 먹고 일정이 끝났다.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은 이제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비행기 시간이 빠른 친구들은 벌써 떠나기 시작했다. 다시 만날것을 약속하면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는 밤 12시 쯤이어서 오후 시간이 남았다. 원래는 방콕에 들렀다가 올려고 그랬는데, 교통사정이 안 좋아서 아마 가면 바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국인 스태프 한 명이 자기 집이 공항 근처라서 집에 가면서 몇 군데 들러서 구경 시켜주고 가겠다고 해서, 유럽 아이들은 모두 그 스태프를 따라간다고 했다. 나는 그냥 공항에 가서 오후내내 기다릴 뻔 했는데, 자리가 하나 남는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같이가게 됐다. 사실 워크샵 내내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는 미묘한 벽이 있어서 친해지지 못했는데, 이날 다들 친절하게 잘 해주고, 말도 잘 걸어줘서 그 동안 못 친해졌던게 아쉬웠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교통체증은 듣던대로 심각했고 저녁도 먹고 해야되서 사실 본 곳은 많이 없다. 거의 유일하게 보고 온 곳이 이곳. 왓 프라시산펫(Wat Phra Si Sanphet).  사실 이 주변에 여러 관광자원이 있어서, 코끼리도 탈 수 있고 태국가옥 안도 들어가 볼 수 있고 그렇다던데 시간이 늦어서 문 닫아서 요기밖에 못봤다. 이 곳은 아유타야(Ayutthaya)의 사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상징적인 유적 중 하나였다고 한다. 원래 왕실 전용 사원이었는데, 버마의 침입으로 파괴되고 사원 가운데에는 15세기 후반 세워진 실론(스리랑카) 양식의 파고다 3기가 남아 그 안에는 역대 왕 3명의 유몰, 의복, 불상이 있다고 한다.











  워크샵 기간 내내에도 많이 느낀 것인데, 그 동안 세상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아시아'라고 하면 으레 한,중,일만 떠올리며 우리를 중심으로 생각했었는데, 태국에 와서 그런 시선들이 참 많이 바꼈다. 그간 보아온 건축양식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면서 정말 '와~'라는 감탄사 밖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우울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이제 곧 한국으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신나고 들뜬 기분보다는 차분하고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이 곳의 역사적 흔적 때문이기도 했나보다. 이 자리에 있었을 찬란한 유산들이 이제는 폐허가 되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불상들은 침략자에 의해 목이 베어져 있었고, 붉은 벽들은 울고있는 것 같았다. 하얗게 피어있는 꽃 마져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태국 친구가 해준 그 이야기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래서 여행 포스팅은 빨리 해야 ;;) 침략과 약탈의 역사는 언제나 참 슬프다. 


  바로 옆에 있던 왓 몽콘 보핏(WAT MONGKHON BOPHIT). 이 곳도 문을 닫아서 보지는 못 했다. 15세기 만들어진 청동불상이 있어, 많은 태국인들이 찾아온단다. 이 곳도 1767년 버마 침략때 파괴되었는데, 1956년 복구했다고 한다.


  근처에 있는 태국 전통가옥. 근데 여기도 문 닫아서 밖에서만 봤다. 해는 지고, 비행기시간은 다가와 공항으로 갔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바이바이하고 영국으로, 한국으로, 루마니아로, 헝가리로 떠났다. 

  거의 유일하게 보고 온 태국의 유적지의 모습인데도 왠지 짠 하게 남아있는건, 그날 느꼈던 이별의 안타까움과 흔적만 남아버린 유적지의 아쉬움이 뒤섞여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 위상은 참 당당하고 멋있었다. 언젠가, 꼭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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