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토요일 저녁, 우리는 교토역에서 출발하는 18번 버스르 타고 있었다. 교통체증이 심한 교토 도심을 빠져나가 버스가 시원하게 달리겠지, 생각했을 때 쯤 버스는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고, 교복입은 학생도, 시장 다녀온 어르신들도 모두 내렸다. 버스가 종점 오오하라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 가족과 기사님밖에 없어서, "잘 찾아온게 맞나?"라는 문득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느꼈던 교토의 활기참과 다르게 정말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오하라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쌓여있는 분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은 조용하고, 푸르름이 가득하다. 유명한 절이 몇 군데인가 있다고 들었는데,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오후 늦게 도착해서 고즈넉한 시골 마을은 그냥 평온했다. 그게 나의 오하라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오하라는 버스정류장을 기준으로 '잣코인(寂光院)'과 '산젠인(三千院)'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우리 숙소는 잣코인 근처에 있어서 저녁을 먹고 산책삼아 그 주변을 돌아보고, 다음 날은 산젠인 쪽으로 가보았다. 


  먼저 오하라 마을의 푸르른 산책길. 잣코인을 조금 더 지나가면 숲이 나오는데, 무서워서 멀리는 못가고 조금만 들어가 보았다.


마을 풍경. 그냥 시골마을이다.


우와~


앗! 곰조심!


쭉쭉 뻗은 느낌이, 아라시야마에서 보던 대나무와 또 다르다.




  다음 날, 숙소에서 나와서 다시 산책길을 나서니 어젯밤에 봤던 고즈넉한 동네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문이 닫혀있던 기념품 가게들도 문을 열었고, 큰 가방을 매고 모자를 쓰고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토의 번잡한 관광지와는 달리 평온했다. 


  다 담지는 못했지만, 귀여웠던 기념품들.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한다!


염색한 스카프


우산파는 집에서 걸어놓은 것.

  

  참 이동네는 '시소(紫蘇)'가 유명하다. 시소는 한국어로는 '차조기'라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선 못 봤다. 일본에서 살 때 처음 슈퍼에가서 "앗싸! 깻잎이다" 라고 좋아하면서 사왔는데 화장품맛 나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 맛에 중독되어서 나중에는 슈퍼가서 잘 사먹었다. 싸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응용하기도 좋아서 좋아하는 식재료 중의 하나였다. 푸른 잎과 자주색 시소가 있었는데 오하라는 자주색 시소가 유명하단다. 저녁식사로 시소 술도 마시고, 산젠인에 가면서는 시소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시소밭을 보니 저절로 신나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하라에서 잣코인이나 산젠인같은 사찰도 유명하지만, '오하라메'라고 불리우는 오하라의 여성들이 유명하다.


오하라메(大原女)


오하라에서 걸어서 교토에 와 땔감용 나무, 잡목, 숯의 행상을 하는 여자. 오오하라는 네 면이 산으로 둘러쌓여있는 분지이다. 이 지역에는 고대부터 땔감용 나무, 숯, 잡목이 특산물로, 교토의 거리에 이를 팔기위해 걸어서 오는 오하라메는 특이한 복장으로 한 눈에 알 수 있어 시인 후지와라노 테이카(藤原定家)의 시에도 나타나고, 일본의 풍속화에도 자주 등장한다. 1161-65년 경에 나온 <本朝無題詩>에서도, 숯을 팔기 위해 걸어서 오는 여인들의 목소리가 교토 도시인들의 마음을 잡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 http://kotobank.jp/word/大原女


  오하라메가 어떤 복장이냐하면, 바로 이런 복장!


거리에서 이런 인형을 볼 수 있다.


  이런 이미지에서 오하라 여자들을 다시 보니, 우리 숙소의 주인집 아주머니도 비슷한 이미지로 느껴졌다. 찾아보니까 오하라메 축제도 하고, 오하라메로 분장도 해 볼 수 있는 행사도 있는 것 같다. 


  가기 전에 교토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오하라를 생각했을 때,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과거 오하라에 살았던 여자들의 삶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한시간을 버스타고 온 거리를, 그 옛날에 길도 없을 때 나무를 지고 나가서 팔아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시간 상 가보지는 않았지만 '잣코인'도 한 때 일본의 왕후였던 겐레이몬인의 슬픈 이야기가 얽혀있다. 왕후였지만 권력다툼으로 가족을 잃고, 아들을 잃고, 목숨을 간신히 부지하여 비구니가 되어 마지막으로 찾아들어온 절이 이 곳이다. 일본의 고대소설 '헤이케 모노가타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잣코인에 머물던 겐레이몬인이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마지막 남은 시녀에게 나가보라고 하지만, 시녀는 사람이 아니고 사슴일꺼라면서, 이 깊은 산골에 누가 오겠냐고 ... 그 깊은 산골이 바로 오하라다. 모르고 갔으면 그냥 온천이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었겠지만, 이야기를 알고 가니, 산책하며 보이는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모두 마음이 간다. 이게 바로 아는만큼 보인다는 것.


오오하라 관광안내: http://www.kyoto-ohara-kankouhosyoukai.net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