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오이도로 갈수록 지하철의 인구밀도는 줄어든다.

_ 밤새먹은 술기운이 새 아침과 함께 사라질 무렵, 그는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은 지하철 역 뿐. 첫 차가 다닐 무렵, 우리의 시선은 지하철 노선도의 끝으로 향했다. "오이도도 섬일까", "글쎄, 바다가 있다더라". "가볼까". 행선지를 오이도로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당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낯선 지역을 향해 떠났다. 창 밖의 도시 풍경도 점점 옅어지고, 지하철 속의 사람들의 풍경도 점점 옅어졌다. 졸다가, 재미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다시 졸다가 하기를 반복. 마침내 4호선의 끝에 닿았다. 그곳에 바다는 없었다. 마치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지하철 노선의 끝에는 도시가 있었다. 섬도 아니었다. 하지만 바다는 가까웠다. 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의 바다에 닿을 수 있었다. 이른 봄의 차가운 바람, 눈 부셨던 태양, 바다인지 호수인지 찰랑 찰랑 하던 물,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몽롱함, 긴 지하철 속에서 나눈 이야기들, 살며시 감싸던 어깨 그게 내 오이도의 기억이었다.

오이도에 도착할 무렵. 어둑어둑해지는 하늘과 눈쌓인 들판

_ 다시 오이도에 가기로 한 건, 해지는 것을 보고싶어서 였다. 매년 방학이면 어디론가 떠났던 대학교 친구들이였지만, 올 방학은 도통 시간들이 안난다.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자고 해서 정한 곳이 오이도. 그 술기운의 어렴풋한 기억에 더듬어, 인터넷에서 본 낙조 사진들에 낚여 우리는 오이도로 향했다. 하지만 이게 왠일, 영하로 내려간 온도와 오랜만에 내린 눈. 과연 오이도에 가야하나 망설이게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며 오이도로 갔다.

오이도 바닷가


반짝거리는 네온사인을 보며 인천에서 온 친구는 "월미도같다" 라고 했다.


겨울 바닷가는 유난히 더 쓸쓸해 보인다.

_ 하지만 결론은 ... 해는 없었다. 구름 뒤로 숨어버린 해와 한 없이 우울한 바다 그리고 어느샌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 신나게 조개구이를 먹다왔다. 결국 오이도 가서 낙조는 못 보고 조개구이만 먹다 왔단 이야기 ㅠ.ㅠ

조개가 익어간다.


냄비속엔 키조개


소라도 익어간다.

_ 오랜만에 먹은 조개구이는 맛있었다. 배가 부를때까지 먹고 버스를 기다리며 눈을 던지며 놀다가 꾸벅 꾸벅 졸면서 서울로 돌아왔다. 바다를 찾는 일은 절반의 성공을 했지만, 또 하나의 겨울 추억을 만들어왔다.

오이도의 빨간 등대. "오이도로 오이소~?!"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이도에서 만난 눈사람들.

'여행 > :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원 여행  (10) 2010.02.04
서울대공원 장미원  (6) 2009.07.13
설악산 단풍놀이~  (22) 2008.10.20
2008 여름 휴가 - 속초 바닷가, 설악산, 백담사, 낙산사  (15) 2008.09.28
[경주여행] 04. 불국사와 석굴암 - 끝  (15) 2008.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