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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여행

여행/: 한국2010. 2. 4. 21:00

  고등학교 친구들과 매년 여행을 떠났다. 서로 시간을 맞추다 보니 주로 겨울에 떠난다. 우리의 출발지는 언제나 교통의 중심지 대전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올 해는 처음으로 마이카 시대를 연 친구의 차를 타고 떠났다. 하지만 장거리 운전은 서로 불안하니까, 가까운 전라도로 떠나기로 했다. 막상 전라도로 가려고 하니 가고싶은 곳은 정말 많았는데, 대전에서 가까운 전주 그리고 남원에 가기로 했다. 첫날은 남원, 둘째날은 오후에 전주로 이동해 대전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나는 둘째날 오후 일정은 참석 못해서 남원만 보고 왔다. 춘향전으로 알고 있던 남원. 생각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대전에서 장을 보고 출발해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만인의 총. 사적 제272호인 이 곳은 정유재란(1597)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민, 관, 군 1만여 의사들을 모신 곳이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겨울여행의 장점은 어딜가든 사람이 적은 것이라면서 신나게 돌아다녔는데, 만인의 총에는 정말 우리밖에 없었다. 다음 장소는 만복사지. 여기는 사적 제349호. 고려시대 절 터이다. 보물인 석불입상과 5층석탑 그리고 석인상이 있다.


  다음으로 간 곳은 광한루원. 광한루원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남원에 어찌나 추어탕 집이 많던지. 하지만 우리는 추어탕을 좋아하지 않아, 한정식이라고 써있는 아무집에나 들어가 한정식을 먹었다. 사진은 없지만 저렴한 가격에 푸짐했다. 역시 전라도!! 광한루원은 하늘나라 월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루원이다. 춘향이와 몽룡이가 사랑을 나눴다는 그 광한루! 오작교며, 은하호수며 낭만이 가득한 이름들 속에 춘향이의 전설이 합해져 진짜 낭만의 결정체!! 그 이름 그대로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춘향이와 이몽룡을 찾아서 - 다음으로 간 곳은 춘향 테마파크였다. 마치 '춘향전'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듯 곳곳에 있는 춘향이와 몽룡이에 대한 전시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사랑을 더듬어본다. 곳곳에 있는 시비에는 춘향전을 소재로 한 시들이 적혀있는데, 너무 많아서 놀랐다.


 스토리가 있는 전시가 이런 전시일까. 춘향 테마파크에는 만남, 맹약, 사랑과 이별, 시련, 그리고 축제라는 주제가 있다. 민속촌처럼 가옥이나 소품들은 그대로 있으면서 곳곳에 서있는 마네킹들이 마치 춘향전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여기까지는 수월한 여행이었는데, 이 다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해는 지고, 길은 어두워지고 볼 곳은 많았다. 계획에 따르면 다음으로 찾아갈 곳은 흥부마을. 남원은 춘향전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흥부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흥부마을이나 흥부생가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 대체 어디에!!! 네비게이션에 찍히는 '흥부'에 관련된 곳은 여러 곳이었는데 가까이 가도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춘향전 처럼 잘 소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공사중이거나, 힘들게 스스로 찾아야하는 그런 상황!! 결국 우리는 흥부에 관한 것은 박타는 동상과 흥부가 직접 굴착했다고 알려지는 '흥부참샘'밖에 못 봤다. 남원은 춘향이 말고 흥부에게도 좀;; 신경 써 줘야 할 것 같다.


  흥부는 결국 못 보고 우리 숙소가 있는 지리산쪽으로 이동했다. 밤의 길은 정말 무서웠다. 차도 하나도 없고, 민가도 안 보이고 어떤 공원에 들르려고 했는데 앞에 서있는 돌장승이 너무 무서워서 돌아왔는데 다음날 지나가다 다시 보니 그렇게 무서워보이지 않았다. 숙소가 있는 마을도 비수기라 그래서 너무 조용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 -

  다음날, 남원에는 아직 보고싶은 곳이 많았지만, '국악의 성지'와 '혼불문학관'을 보고 남원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기차시간이 있어서 국악의 성지밖에 보지 못했다. 국악의 성지는 판소리 동편제의 발상지로 국악선인들의 맥을 이어가는 곳으로 지리산 운봉에 위치해있다. 국악전시체험관, 독공실, 야외공연장, 국악인묘역, 사당 등이 있다.


  국악의 성지 전시관 1층에는 판소리관, 민요관, 악기관, 산조관이 있다. 그 중 먼저 둘러본 악기관. 다양한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그 악기로 연주한 우리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으며, 악기를 직접 연주할수 있게 구성되어있었다. 멀티미디어도 잘 되어있어 장단에 대한 설명이나 악기에 대한 설명도 잘 볼 수 있게 해놓았다. 특별한 행사에서 사용하는 음악들은 그 행사를 재현한 전시를 통해 분위기를 살리고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석사논문 주제가 박물관이랑 관련되어 있어서 요즘 전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데, 참 새로웠다. 언뜻 생각하면 음악을 전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음악을 만들어내는 소리, 언제 사용되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다. 특히 직접 악기를 만져보고 두드려 볼 수 있는 곳은 어린도 아이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미리 예약하면 전통악기도 만들어 볼 수 있다는데, 그렇게 하면 아마 내가 만든 우리 악기에 대해서는 아마 평생 잊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국악이 이런 전시관의 관람으로 조금이나마 가깝게 느껴졌다.


  2층의 복장전시관에는 무형문화재의 유품인 태평무, 진주검무, 승전무, 살풀이 등 우리나라 복식무용의 무용복을 전시했다. 2층에는 국악공연장, 국악체험실도 있었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공연이 없어 아쉬웠다. 다시 일층으로 돌아와 아직 다 보지 못한 판소리관을 보았다. 판소리의 시작과 시대절 변천사, 동편제, 서편제 등에 대한 설명과 명창들의 활동을 정리해 놓았다. 어제 계속 찾아헤매다 결국 찾지 못한 흥보는 바로 여기 있었다. 어느 명창의 녹음된 판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악보도 있고, 심지어 제자들의 수강료 납부기록(!)도 있었다. 진정한 판소리 유물전시관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갔는데, 기대이상으로 즐겁고 유익했다. 다음에 온다면 공연도 오고 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고 싶었다.

  친구들은 여행을 계속하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원래 목적지로 했던 전주는 결국 다다르지 못했지만, 남원여행은 즐거웠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스키장에 가거나, 바다에 가거나 하지 않고 모여서 문화유적을 돌아보고 박물관에 드르는 조금 특이한 여행을 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즐거운지도 모른다. 마음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바람이 아무리 차도 깔깔 웃으면서 즐겁기만 했다. 정말 우리나라엔 아직 가볼만한 곳이 많은 것 같다.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남원에 하루종일 봐도 모자란 재미있는 것들이 많을 줄이야. 남원의 재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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