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폴란드에 가는 비행기로 핀 에어를 택했다. 일정이 늦게 나와서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싼 비행기는 안 남아이었고, 남은 비행기 중에 저렴한 것은 러시아 항공(다들 타지 말라고 하던데;;)이나 영국항공이나 일본항공처럼 두 번 이상 경유해야 하는 비행기였다. 적절한 가격에 적절한 일정인 핀 에어를 택하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헬싱키에서 하루 놀아볼까? 짧은 고민 끝에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핀란드 가보겠어!’라는 생각과 ‘한 학기 동안 수고했으니, 나에게 휴가를 주자!’라는 생각으로 헬싱키에 오후 2시경에 도착하고, 바르샤바로 다음날 오후 11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사실 지금 그 11시 4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 연착 ;;;). 떠나기 몇 일전까지 페이퍼며 논문 개요에 너무 바빠서 진짜 유스호스텔만 달랑 예약하고 찾아왔는데, 너무 즐거웠다. 오기 전에 틈틈이 헬싱키 여행정보를 찾아봤는데, 찾기 힘들었다. 특히 경유나 스탑오버같은 짧은 일정은… 그래서, 직접 쓰기로 했다. 24시간 동안 헬싱키를 여행하는 방법!

항공



  핀란드로 오니까 핀 에어! 핀 에어는 한국에서 가장 빨리 유럽에 오는 방법이라고 그러더니 비행기 뜨자마자 헬싱키를 향해 직진. 9시간 반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 (올 때는 8시간 반 정도)유럽 내에 연계도 잘 되어있어서,. 많이 이용하는 듯 하다. 헬싱키에서 24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나처럼 대기시간이 긴 항공편을 택하는 법도 있고. 스탑오버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전에 호주 갈 때 일본에서 스탑오버 해봤는데 그 땐 돈을 더 냈는데, 핀 에어는 공짜라는 말도 있던데 관심 있으시면 항공권 예매할 때 알아보시길. 핀 에어를 이용해본 소감은 깔끔하고, 승무원도 친절하고, 편안하게 왔다. 기내식은 맛이 없었지만 … 그리고 마일리지는 ‘원 월드’소속이라 핀 에어 마일리지 말고도 적립된다고 한다. 나는 '핀 에어 언제 또 타겠어’라는 심정으로 일본항공(JAL)에 적립했다.

  앞에 문단은 헬싱키 공항에서 써 놓은거고, 이 이후에 '헬싱키-바르샤바', '바르샤바-헬싱키', '헬싱키-인천'을 다 타본 결과 종합해 몇 자 덧붙인다. 헬싱키에서 바르샤바 가는 비행기는 정말 작았다. 그리고 밥을 안 줬다. 아무리 두 시간도 안 된다지만 ... 삼각김밥이라도 달라고 ... 가는 비행기에서 비빔밥을 먹지 않은 것을 매우 후회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비빔밥이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서양식을 먹고 (이미 서양식은 질릴대로 질린 상태), 두 번째 식사는 또 샌드위치를 주었다. (남의 나라 비행기 타고 좀 그렇지만, 나는 밥이 정말 먹고싶었다 ㅠ.ㅠ 동남아 쌀 말고 ㅠㅠ ) 한국의 맛이 그리워서 라면을 먹었는데 요거 3유로!!! 짐이 무거워서 이미 120유로나 돈을 더 낸 나는 땡전 한 푼 없어서 카드로 계산했다. 아, 갑자기 생각난 슬픈 추억. 난 별로 산 것도 없는데, 27kg 나왔다고 120유로!! 500쯔워티!! 더 내란다. 버리고 올 수 없어서 탈탈 털고 카드로 긁어서 더 내고 왔다. 비행기 값이 얼만데 ... 120 유로 더 내고 ... T.T 그리고 일찍 예약하는 것이 좋긴 좋은듯, 갈 때 만난 옆 자리 청년은 나랑 같은 자리 타고 왔는데, 우리의 비행기값은 무려 50만원 가까이 차이났다. 그 청년은 3월에 예약했다고 ... 나는 2주 전에 ... 그리고 핀 에어 홈페이지에 가면 미리 좌석 지정할 수 있다. 그래서 헬싱키 갈 때는 복도쪽에, 헬싱키에서 바르샤바 갈 때는 창가쪽에 앉아서 편하게 갔다. 

  아, 그리고 핀 에어의 좋은 점 한가지는 콘센트가 있다는 점! 10시간 내내 넷북에 저장해놓은 일본드라마 팍팍 보면서 갔다 :) 가면서 '솔직하지 못해서'를 보고 오면서 '달의 연인'을 보는 통에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이 일본드라마 본 듯! 


교통



  헬싱키 공항에서 헬싱키 시내까지는 버스로 약 35분 정도 걸린다. 시내에서는 중앙역에서 내리는데, 유명한 곳들은 모두 중앙역을 거쳐 갈 수 있다. 시내 내부는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지만, 트램과 버스도 잘 되어있어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버스+트램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1일권이 8.6유로 이다. 공항에서 615번을 타고 왔는데, 올 때는 4유로 내고 왔는데, 트램으로 갈아탈 때 1일권을 구매한 후 다시 공항으로 갈 때 물어보니 615번도 1일권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1일권이 일이 기준이 아니라 구입한 시간으로부터 24시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24시간 동안 헬싱키를 여행하기 위해서 딱 좋다. 그리고 시내에서도 힘들지 않게 이쪽 저쪽으로 오갈 수 있으므로 추천!! 다시 온다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공항에서 615번을 타고, 기사아저씨에게 말해서 1일권을 구매한다. (8.6유로) 시내에서 트램, 버스를 마음껏 이용하고, 공항으로 다시 돌아갈 때 615번을 타고 간다!

  버스와 트램은 정류장에 시간표가 있다. 시간표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 알았다. 혼자 알기 아쉬우니까 적어두어야지. 친절하게도 영어로 써있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잘 보면 ‘월-금’, ‘토’, ‘일’을 찾을 수 있고 매 시각 별로 몇 분에 무슨 차가 오는지 써있는다. 예를 들어 월요일 9시 경에 오는 9번 트램이 타고 싶으면, ‘월-금’에서 9시 칸, 그리고 00/9 라고 써 있는 것을 찾아서 00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00/0으로 되어있는데, 앞 부분이 분, 그리고 뒷 부분이 버스 번호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 하루가 걸렸다.) 버스는 탈 때 1일권을 보여주면 되고, 트램은 보여주지 않고 검사할 때만 보여주면 된다. 트램이 오면 문을 버튼을 눌러 열어야 되는데 빨간 버튼을 누르면 열린다. 내릴 때에도 기둥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면 세워준다.

+ 헬싱키 트램 및 교통정보 (시간, 노선 등): http://www.hsl.fi/EN/Pages/default.aspx 

날씨와 낮의 길이



  6월의 헬싱키는 정말 아름답다. 크루즈를 타면서 ‘여름에 결혼하면 북유럽으로 신혼여행 올꺼야’라고 혼자 정해버렸다. 하늘도 파랗고, 산은 푸르고 정말 자연 속에 있는 바로 그 기분! 하지만 바람은 차갑다. 그래서 나갈 때 꼭 겉옷을 준비해야 하고, 햇볕은 뜨거워서 선글라스도 꼭 준비해야 한다. 24시간 체류하면서 무슨 날씨를 고를 선택권이 있겠냐 만은 나는 날씨가 좋을 때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해가 길어서 해가 매우 늦게 진다. 어제 일찍 잠들어서 잘 모르겠지만, 10시 넘어도 환하다고 하던데 … 그래서 편안한 잠을 위해서는 안대를 준비해야 할지도 :)

숙소



  북유럽 물가가 비싸다더니, 숙소도 비쌌다. 그래서 호스텔에서 묵기로 결심. 어차피 다음날 떠날 거니까 짐도 안 풀고, 이제 가면 2주 동안 외국인들과 생활해야 하니까 외국인들과 부딪쳐보자 하고 도미토리로 예약했다. 숙소를 고를 때 기준은 가격과 시내에서 거리. 아무래도 주어진 시간이 24시간이니까 시내와 최대한 가까우면 좋겠다. 내가 묵은 호스텔은 중앙역과 0.8km고, 디자인구역에 있어서 다니기 아주 편했다. 내가 묵은 호스텔 이름은 Erottajanpuisto Hostel. 건물 3층에 있어서 짐을 들고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시내와 가깝고, 깔끔하고, 주방도 괜찮고, 조용하고, 시설도 적절했다. 6인실이었는데, 아직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다 차지는 않았다. 가격은 도미토리 26유로. 다른 방들도 있다.

+ Erottajanpuisto Hostel: http://www.erottajanpuisto.com/eng/

볼 만한 곳, 갈 만한 곳



  중앙역을 중심으로 관광지가 대부분 몰려있어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다. 대성당을 기준으로 많은 건축물들이 있다. 트램을 타고 조금 가야 하는 곳 중에서는 ‘시벨리우스 공원’과 ‘템페리아우키온 교회(암석 교회)’가 좋았다. ‘마켓 스퀘어’와 ‘디자인 지구’도 추천할만하다던데 나는 못 가봤다. (일요일이라 닫아서) 유명한 박물관은 키아스마 박물관, 아테니움 미술관, 국립박물관 등이 있는데 그 밖에도 작은 박물관들을 많이 보았다.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지만) 나는 하도 할 일이 없어서 항구에서 크루즈를 타고 한 시간 반 돌았는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해가 긴데도 상점이나 미술관 같은 곳은 6시면 닫으니까 그 이후에 크루저 타는 것도 괜찮은지도.

  파리나 런던이나 유명한 곳을 가려면 서점에 가면 쉽게 책을 구할 수 있는데,  헬싱키는 그렇지 않았다. ‘유럽’이라는 두꺼운 책에 몇 페이지 포함. 유럽 여행을 가는 길이 아니라 잠깐 들르는 것이라면 아깝다. 그래서 찾아보니 핀란드 관광청에서 제공하는 가이드 들이 유용했다.  이것과 트램 운전사 아주머니가 주신 트램+버스 지도 한 장이면 만사 오케이!!!

+ 핀란드 관광청: http://www.visitfinland.com

그 밖에 …

  헬싱키에서 오래 경유하면서 한 가지 이점이 있었다. 화장품 면세점 쇼핑. 엄마랑 내가 쓰는 화장품을 해외 갈 일이 있으면 면세점에서 구입하는데, 이번에 쇼핑하면서 유럽 내 경유하는 경우에는 액체는 다 뜯어서 20X20 비닐 백 사이즈로만 넣어서 가지고 갈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수화물로 다 부쳐야 한다고 … 핀 에어에 물어보니 서울에서 바로 바르샤바로 부칠 수도 있지만(원래는 그렇게 하려고 함), 체크인 할 때 이야기 하면 헬싱키에서 찾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헬싱키로 보냈다. 그리고 헬싱키에서 찾아서 화장품을 수화물로 다 넣고 바르샤바로 부치면 끝. 20X20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딩패스는 서울에서 탈 때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긴 줄 서지 않고 바로 짐만 붙이면 된다고 발권 카운터의 직원이 친절하게 오늘 말씀해 주셨다. (나는 이미 긴 줄을 선 뒤 …)

  그리고 조심할 것은 바로 일요일! 24시간 머무는데 하필 일요일이라면 참 아쉽다. 헬싱키 안에 있는 온갖 박물관들과 예쁜 숍들이 대부분 쉰다. 월요일에 무조건 바르샤바에 도착해야 해서 일요일에 체류하는 일정으로 했는데. 나중에 ‘일요일은 노동법 때문에 대부분 쉰다’라는 문구를 보고 참 아쉬웠다. 아니나 다를까 문 연 곳이 별로 없어서 밖에서 구경만 한 안타까운 일이 많았다.

  그리고 언어. 표지판에 왜 묘하게 다른 말로 두 개가 서있는지 엄청 궁금했는데 공용어가 핀란드어랑 스웨덴어란다. 아마 하나는 핀란드어, 다른 하나는 스웨덴어 인가보다. 그렇게 두 개 쓰기 바빠서 그런지 영어까지 3개 써있는 간판이나 표지판은 시내에서 거의 못 봤다. 그래도 유럽 언어가 다 비슷해서 그런지 자세히 보면 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세일이라던가, 열고 닫고 이런 것). 하지만 영어로 물어봤을 때는 다 대답 잘 해주시고,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모르면 물어보자!

  아, 헬싱키를 돌아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한 영화가 있으니 ‘카모메 식당’이다. 일본 영화인데 핀란드, 그리고 헬싱키가 배경이다. 영화에 나왔던 그런 모습들은 헬싱키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영화에 나온 그 세 여자가 헬싱키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서 두근거렸다. 카모메 식당의 배경이 된 식당은 다른 이름이지만 그 자리에 있다고 하던데 가 보지 못 해서 아쉬웠다. 주인공이 장을 보던 시장도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트램 창문 너머로만 보 고왔다. 그리고 핀란드 오기 전에 읽어서 좋았던 책 하나. ‘핀란드 디자인 산책’이다. 노키아, 자일리톨 밖에 몰랐던 핀란드가 이렇게 멋진 디자인이 많은 곳인지 처음 알았다. 그래서 그런지 예쁜 가게들을 지나가도, 신기한 물건을 보아도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보고, ‘역시!’ 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4시간 동안 헬싱키를 여행하겠다는 나의 결심은 기쁨과 아쉬움을 남겼다. 고스란히 나 혼자에게 주어진 하루를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일분 일초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남겼다. ‘지금 아니면 언제 가보겠어’라는 생각은 ‘이번엔 맛보기, 다음엔 진짜’로 바뀌었다. 그래도 핀란드를 경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분이라면 추천!  그리고 여행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유럽을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추천! 런던이나 파리 같은 번잡한 곳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여유로움과 소소한 아름다움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

+ 이 글은 사실 폴란드 가기 전에 헬싱키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다가 써 놓고, 사진 추가해서 올리느냐고 이제 올리는 글입니다. 이 때도 헬싱키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지만, 폴란드에 가서 더 더욱. 너무 예쁜 도시에 있다가 시골로(!) 가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이 헬싱키에서 하루 있다가 왔다고 그럼 '오~ 나도 가고싶은데!!'라고 해서 그런지 '헬싱키 진짜 예쁜 좋은 곳이다!'라고 선전하고 다녔어요. 이건 한국 와서도 마찬가지. 다들 폴란드 보다 핀란드에 더 관심을 가지는 하하하;;; 사진은 따로 보정 하지 않았는데도, 늘 저렇게 파란 하늘. 해도 안 지고 .. 오늘 같이 덥고 습하고 꿀꿀한 날에, 헬싱키의 서늘한 바람과 파란 하늘이 그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