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2010.7.10 Sat

  지난 여름, 폴란드를 방문한 이유는 일종의 여름학교에 참여하기 위해서였고, 일정은 폴란드 제2의 도시 우지(Lodz)에서 진행되었다. 어렵게 폴란드에 온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가고 싶어 갈때는 헬싱키에서 하루 지냈던 것 처럼 올때는 바르샤바에서 하루를 더 지내고 오기로 했다. 7월 10일 새벽, 우지에서 기차를 타고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Warsaw)에 도착했다. 
  어디가면 여행일정이며 숙소까지 내가 다 정하고 전전긍긍하며 스트레스 받는 편인데, 바르샤바에 오기 전에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싱가폴 친구가 비행기시간도 비슷하니까 같이가자며 숙소도 직접 예약하고 오는 기차편이며 버스편도 알아봐줘서 편하게 왔다. 숙소는 문화과학궁전 앞에있는 노보텔. 큰 짐을 헥헥거리며 끌고 호텔방에 와서야 겨우 바르샤바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바르샤바의 하늘은 파랬고, 도시는 뭔가 낯설었다. 고층건물이 밀집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낮은 건물만도 모여있는 것이 아닌 약간 부조화스러운 모습이 바르샤바의 첫 인상이었다. 짐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바르샤바가 어떤 도시인지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같이 머문 싱가폴친구 J양은 우지에 오기 전에도 3일정도 바르샤바에 머물렀어서 이미 이곳의 전문가! 그녀가 추천하는 신세계 거리와 구 시가지를 보기위해 길을 나섰다.

  폴란드에 가기 전에 폴란드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폴란드의 역사도 참 복잡했다. 독일과 소련사이에 끼어서 여기 저기 전쟁과 식민지배. 고스란히 자기 나라를 지키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 국어 교과서 속에서 본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라는 구절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튼 이 복잡한 역사 속에서 바르샤바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1596년 폴란드 왕국의 수도가 되었다가 1815년에는 바르샤바 왕국의 수도가 되고 1918년에는 폴란드가 공화국으로 독립하자 다시 수도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1939년 9월 독일군에 의해 시가지가 파괴, 1943년 4~5월의 게토우 봉기, 1944년 8~9월의 바르샤바 봉기로 시가전이 벌어저 시내 건물이 80%이상 파괴되었었다고 한다. 1945년 독일로부터 해방되자 시가지 재건이 이러어져 폴란드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복원된 구 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호텔에서 약 15분 정도 걸어가 신세계 거리(Nowy Swiat)의 입구에 도착했다. 큰 길 양옆으로 많은 음식점들과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여러 가게를 둘러보는 것도 즐겁지만, 신세계 거리에서 구 시가지 쪽으로 가면서 보고가야 할 것은 코페르니쿠스 동상 (순전히 내 취향), 쇼팽의 심장이 있다는 성십자가교회 (Kościół świętokrzyski), 그리고 대통령궁(Pałac Prezydencki)이다.


  나라 이름을 들으면 연상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실 폴란드 하면 퀴리부인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쇼팽도, 코페르니쿠스도 폴란드 사람. 특히 과학사과목을 열심히 들은 나로써는 코페르니쿠스 동상이 반가울 수 밖에. 사실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은 토룬(Torun)이란 곳이지만 코페르니쿠스의 동상은 이 곳에 있다.


  성십자가 교회는 친구따라 쭐래쭐래 갔었는데, 쇼팽의 심장이 묻혀있다고. 본당 왼쪽 기둥에 있다고 한다. 난 본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까 사진에는 없네. 이 교회도 2차대전때 파괴되었었다고 한다. 쇼팽의 심장도. 하지만 시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재건했다고 ... 

  길을 따라 걷다보니 대통령궁이 나왔다. 대통령궁의 십자가와 많은 초는 카친스키 대통령을 위한 것 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떠난 카친스키대통령을 추모하는 폴란드인들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폴란드에 있을 때 새로운 대통령을 뽑기 위한 선거를 했는데, 선거가 너무 조용히 지나가서 깜짝 놀랐다. 물론 티비도, 신문도 보지않는 외국인이었지만 지나다가다 본 포스터 몇 장. 그게 전부였다. 선거도 일요일이어서 폴란드 친구가 "오늘 선거하고 왔어"라고 해서야 알았다. 우리와는 다른 선거문화.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통령 궁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구 시가지 입구가 나온다. 구 시가지로 가는 길목 ... 여유로운 풍경들 ...


+ 지도


깔끔하고, 관광지와도 가깝다. 교통도 편리하고. 다만 건물이 너무 쌩뚱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