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2010.6.28 Mon.

  헬싱키를 떠나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대부분의 숍과 박물관은 10시 넘어서 열지만, 그 시간 나는 공항에 있어야 한다. 새벽에 갈 수 있는 곳은 역시 공원뿐일까? 그래서 나는 시벨리우스 공원(Sibelius Park)로 향했다. 

  핀란드가 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 얀 시벨리우스를 기념한 이 공원에는 조각가 에일라 힐투넷이 조각한 거대한 스테인레스 파이프 구조물과 시벨리우스의 얼굴을 표현한 동상이 있다고 한다. 지도를 보니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24번 버스를 타면 공원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금 걸어나가서 3T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왔다. 좀 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웠다.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 곳에서 버스를 타고 3정거장인가, 4정거장 가니까 내리더라. 어디서 내리는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가 운전사 아저씨에게 시벨리우스 공원에 간다며 알려달라고 하니까,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내가 만난 핀란드 사람들은 다 친절했다. ㅠ.ㅠ 

  중앙역에서 3~4 정거장 갔을 뿐인데, 도심을 벗어나 어느새 나무와 숲으로 가득 한 지역으로 왔다. 운전사 아저씨가 이리와 보라고 하시더니 건너편을 가리키면서 여기가 시벨리우스 공원! 이라고 하셨을 때, 가이드 북에서 읽은 커다란 파이프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서 가장 눈에 띄는 파이프 구조물에 가까이 가보았다. 굳이 음악가라고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리듬감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작은 동상. 찾았다 시벨리우스!!! 


  재미있는 것은 시벨리우스 동상도 그렇고, 구조물도 그렇고, 그 전날 본 템페리아우키온 교회도 그렇고 자연의 바위를 그대로 살렸다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바위를 굳이 없애려고 하지도, 반듯하게 자르려고 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용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헬싱키는 보면 볼 수록 자연과 함께하는 곳 인 듯… 공원은 생각보다 작아서 금방 둘러보았다. 공원 뒤편으로 가니 바다도 보이고 요트들도 정박해 있었다. 



  해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깅하는 사람들! 아! 나도 헬싱키에 살면서 이렇게 조깅하고 싶다! 헬싱키 도심에도 여러 공원이 있었지만, 시벨리우스 공원은 바다와 큰 나무들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짐도 싸고 해야 해서 아쉬움을 앉고 떠났지만, 언젠가 이런 해변과 공원이 있는 마을에서 조깅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