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나의 오랜 로망인 근대 건축물 투어를 개시했다. 식민지시기 사료를 보거나하면 당시의 번화가인 종로일대, 을지로일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보는 것은 참 재미있다. 신문 등에서 발견한 사진도 몇 장있는데 사진 공개는 다음에 ... 다행이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건물들이 있어서 시간 되는대로 틈틈히 그 건물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또 언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급" 시작된 근대 건축물 투어로 인해 사진은 아이폰4가 수고해주셨고, 건축 양식 등등은 공부 하나도 안하고 가서 인터넷 백과사전에 의존했다. 책도 빌려놨었는데, 내가 필요한 부분만 보고 하나도 안 봤음. 다음에는 더 공부하고 다시 가봐야겠다.

  정동에는 많은 대사관과 종교시설들, 학교들이 들어서있었다. 지금도 많이 남아있고... 국사시간에 배워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아관파천'이나 '을사늑약'의 배경이 된 곳도 이 부근이다. 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식민지시기여서 1910~45년 사이의 건물들을 주로 돌아보려 했으나, 이왕 온 것 한말의 건물들도 둘러보았다. 

  일단 경로는 ...

서울시립미술관 - 정동제일교회 -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 구세군중앙회관 -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 일민미술관

이다. 지도는 글 마지막에...

  일단 덕수궁 앞에서 시작했는데, 딱 2시여서 수문장 교대식 쪼금 보고 출발!


  먼저 찾아간 서울시립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샤갈전이 한창이다. 하지만 샤갈전은 보지 않고 건물만 둘러보다 나왔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예전에 법원이어서 덕수궁 돌담길이 이혼할 때 걸어가는 길이라서 같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알고보니 일제시기부터 법원이었다. 1928년 지어진 이 건물에는 경성고등법원, 경성복심법원, 경성지방법원이 함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데이트하러 걸어가는 이 곳이 사실은 많은 조선인들이 재판받던 곳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갑자기 생각난건데, 얼마전에 포스팅한 <미래를 걷는 소녀>처럼 약 80년전의 남정네와 그 때도있고, 지금도 있는 곳을 찾아 데이트를 한다면 "미술관 가자"라고해서 갔더니 "여긴 법원인데"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것도 참 이상할것같다. 아무튼 나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저 좁은 창문과 아치형 입구, 일본 드라마에서 관청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많이 본듯하고, 경성에 있던 다른 관청 건축에서도 본 듯한 모습이다. 시립미술관에서 내려오다 발견한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곳이 퇴계 이황 선생 집터라는 표지석! 지역에는 역사가 차곡 차곡 쌓이나보다.

  미술관을 나오면 바로 앞에 정동제일교회가 있다. 


   정동제일교회는 1885년 설립된 한국 최초의 감리교 교회란다. 미국인 개신교 선교사 헬리 아펜젤러가 자신의 사택에서 예배를 한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진 왼쪽 아래가 아펜젤러 동상. 교회 예배당안에는 한국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다고 하던데 ... 못봤다. 예배중이어서 들어가기 좀 그랬음. 그리고 옆에 배재학당 기념관이 있다고 하던데 ... 못 찾았다. 음, 기록에 보니까 유관순(누나?언니?) 열사도 이 교회 신자였다고. 역시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서양식 집, 교회 같은 느낌. 빨간 벽돌도 그렇고. 먼저 봤던 시립미술관의 일본식 건물과는 참 다른 느낌이다. 

정동길을 걸어 이화여고로 향했다. 


  이화여고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1915년에 설립된 심슨기념관을 찾았는데 아쉽게도 공사중. 1층에 박물관도 있다고 하던데 공사중으로 열지 않는다. 공사는 9월까지라고 했는데 왜 안 여냐고 분통을 토했지만 어쩔 수 없다. 공사장 옆면에 100년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 속에서 역사속의 이 곳을 볼 수 있었다. 많은 여학생들이 하얀 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입고 줄을 서서 학교를 가는 모습. 시간은 다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그대가 아닌지, 혹은 더 심했던 것은 아닌지 ... 아무튼 이 곳은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오늘은 패스.

  다음으로 구세군 중앙회관을 향해 갔다. "지도에서는 이쯤인데 왜 안나타나!" 라고 짜증내는 순간 눈앞에 나타났다. 


   이 건물은 1926년 완공되었단다. 신고전주의 양식이라는데 ... 잘 모르겠고, 네개의 기둥과 위의 삼각형 박공이 인상적이다. 뭐랄까 아테네에나 있을 것 같은 스타일인데 서울 한 복판에서 볼 수 있다니 놀라운 느낌?! 좌우 대칭도 인상적이다.

구세군중앙회관을 보고 다음 차례는 성공회 대성당. 그 전에 입구에 서울시의회 건물을 살펴보았다.


  식민지시기, 이 곳은 부민관이었다. 경성부가 부민들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경성전기주식회사에서 100만원을 기부받아 1934년 준공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식 다목적회관으로 대강당, 중강당, 소강당에서 연극, 음악, 무용, 영화등을 공연했다고 한다. 1945년 7월 24일에는 조문기, 유만수 등 대한애국청년단 단원들이 친일어용대회가 열리던 부민관을 폭파한 '부민관 의거'가 있었다고 한다. 해방 후에는 국회의사당으로 1975년까지 사용되고 그 이후에는 시민회관, 세종문화회관 별관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서울특별시 시의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은 매일 지나다니던 건물인데, '등록문화재'라고 써있는 표찰을 제대로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우리 옆에 역사가 숨쉬고 있는데, 알지 못하면 그만큼 보이지 않는다는 걸 다시한 번 깨달았다.

골목으로 들어가 성공회 대성당을 보았다.


  성공회 대성당은 지나가면서 "참 예쁘다"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보지는 못 했다. 이 날은 용기를 가지고 들어가봄! 1926년 지어진 이 건물은 로마네스크양식이란다. 영국 성공회의 지원과 국내 신자들의 헌금으로 지었다고. 종탑, 아치, 스테인드글라스. 뭐랄까, 딱 서양식 교회 건물이 그대로 있다. 

성공회 대성당을 본 후 일민미술관으로 향했다.


   일민미술관은 알려진대로 구 동아일보 건물이다. 1926년 건립된 이 건물의 가장 큰 특징은 1920년대에 유행했다는 돌출된 창(bay window). 잘 보면 중앙에 창이 돌출되어 있음이 보인다. 일민미술관에는 카페 이마가 유명하지만, 이 날은 패스하고 미술관에서 열리고있는 정기용 건축전을 둘러보았다. 근대건축 구경에 나섰는데 마침 건축전이라니. 그리고 무료라니. 건축전은 처음 가봤는데 신기했다. 스케치, 건축모형들 메모들. 하나의 건축물을 짓기 위한 철학과 고뇌를 엿 볼수 있었다. 부제가 <풍토 풍경과의 대화>였는데 정기용의 기적의 도서관이나 무주 프로젝트는 그 곳의 자연과 지역사회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매일 의미없이 지나다니는 생활 속의 건축물이라도, 사실은 건축가의 철학이 들어있는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전시는 2011년 1월 30일까지 한다고 한다. 아래는 사진 몇 장.


  일민미술관을 나서 커피한 잔을 마시고 명동쪽으로 향했다. 해가 지고 배가 고파서 명동 쪽은 대충 휙! 어쨌든 명동은 다음편에 ...

  정도 일대를 둘러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종교시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 지역이 공사관이며 외교시설이 많아서 그럴수도 있고, 당시에는 중심부니까 선교하러 온 선교사들이 이 곳에 지었을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종교라는 이름하에 관리되고 보존되어 100년이 지나도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종교시설로서 계속 이용한다는 것 역시 그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건 아닌가 싶다. 문득 필요에 따라 버려지고, 사라지는 많은 건축물들을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제안은 이 건축물들에 '등록문화재'라고 표가 되어있던데 등록문화재 관리나 정보표시가 잘 되어있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이버에 '등록문화재'라고 검색하면 문화재청에 연결되어서 쭉 나오기는 하는데 지리적으로도 떨어져있고 설명이 간단한 부분도 많다. 이렇게 정동이나 명동일대처럼 등록문화재가 모여있는 부분은 지도로 만들거나, 설명서를 만든다면 찾아가는 사람도 더욱 쉽게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문득 일상에서 지나치는 건물이 사실은 100년전부터 그 자리에, 역사를 지켜보며 있었다는 사실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마지막 교훈은 다음엔 꼭 DSLR 가지고가야지. 사진이 은근히 맘에 안들어서 크게 할 수가 없음. 그리고 화각이 작아서 찍는데도 힘들었다. 건물 다 안들어가고 ㅠ.ㅠ 다음엔 꼭 DSLR 가지고가야지! 

+ 지도 



+ 다음을 기약한 정동 일대의 근대건축물들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http://appenzeller.pcu.ac.kr/main/index.php
덕수궁(석조전, 중명전 등): http://www.deoksugung.go.kr/

+ 정동의 역사에 대한 정보는 http://jungdong.culturecontent.com/default.asp 여기서 좀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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