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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를 하면서는 세가지의 '사이-간(間)' 을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가지의 간이란 곧 공간(空間), 시간(時間), 인간(人間)이다. 답사를 하면서 공간과 시간과 인간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안목을 키우고 깊이 있는 인식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이다.

- <우리 궁궐 이야기>, 홍순민 中 -

  이번 학기 수강하는 과목 중 하나가 '한국의 문화유산' 이라는 과목입니다. 서울 근교에 있는 (한 번 쯤은 좀 멀리)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아서 토요일 마다 답사를 떠나는 과목 입니다. 이번 학기에는 그 답사 중 한번은 조사를 하고 발표를 하여야 합니다. 이런건 일찍 해버리자! 라는 마음에 처음 답사지였던 종묘에 손을 번쩍 들어 버리고, 몇 번의 예비 답사를 거쳐 지난 토요일 멋지게 가이드(?)에 성공하게 됩니다.

  위에 글귀는 답사를 준비하면서 읽게된 책에서 인상깊었던 구절 이었습니다. 내가 지금 답사를 하는 이 공간들은 어떤 시간 속에서는 생활의 공간이고, 일의 공간이고, 그리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구절을 읽은 다음 부터는 지금 존재하는 건축물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공간, 시간, 인간을 보려고 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요.

  처음 간 곳은 창경궁 입니다. 창경궁은 1418년 세종대왕이 왕위에 오르자 생존한 상왕인 태종을 편안히 모시기 위해서 수강궁을 지었고  그 후 세조의 비 정희왕후, 덕종의 비 소혜왕후, 예종의 비 안순왕후를 모시기 위하여 성종 15년 크게 짓고 창경궁이라고 고쳤다고 합니다. 임진왜란때 모두 불탔던 것을 광해군 8년에 다시 복구하였고, 순조 30년 또 화재가 나서 다시 짓게 됩니다. 순종 3년에는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개설하고 일반인에게 관람하게 하고, 1911년에는 일제가 궁내에 박물관을 설치하고 창경원이라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1983년 일제가 파괴, 변형 시킨 창경궁을 복구 하여서 조선 궁궐 옛 모습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창경궁, 종묘를 데이트 코스로 추천하셨는데, 우선 서울에 있는 궁궐들 중에 사람이 제일 없습니다. (특히 종묘) 그리고 저렴한 가격! 단돈 천원에 창경궁, 종묘를 모두 관람할 수 있습니다. (육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창경궁에 있는 연못과 식물원 등으로 자연에 둘러쌓인 서울이 아닌거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2시에는 궁중정재 행사를 합니다. 궁중음악과 무용을 상설 재현 하는 프로그램인데 '영조오순잔치어연례'를 하고 있습니다. 2시가 되고, 짧은 시간 동안 이지만 감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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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뒤로 가면 처용무나 무고 등도 해서 보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일어 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창경궁을 돌아 보았습니다. 창경궁은 옛날에 여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라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암투 같은 것도 자주 일어났고, 인현왕후와 장희빈 일들도 여기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하네요. 사극을 보면 서로 암투를 할 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을 보면서 건물 들이 꽤 멀리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이 있어서 깜짝 놀랐지요.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건물에 나의 라이벌이 살고 있다니, 왠지 열받아서 잘 못살것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며 창경궁을 돌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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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육교로 넘어가서 종묘로 갔습니다.
  종묘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조선 시대 왕의 묘 입니다. 여기서 묘는 흔히 생각하는 무덤이 아니라 신주를 모신 공간 이지요. 즉 혼을 모신 사당입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단일 건물의 큰 사당이라고 하고,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지정되었고, 종묘에서 행하는 행사인 '종묘 제례'와 '종묘 제례악'도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 유산에 지정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당시에 준비하면서 생긴 가이드 기질이 불쑥 불쑥 솟아서 건물 하나 하나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만, 다음에 천천히 하기로 하고 종묘 사진이나 몇장 보도록 하지요. 사전 답사 때 찍은 사진들인데, 사전 답사도 본 답사도 날씨가 좋지 않아서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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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답사를 마쳤습니다. 참, 종묘에는 태어나서 거의 자연에서 본 동물들이 있었으니 청설모와 오소리로 추정되는 무언가. 역시 자연속의 문화유산 입니다.



  참, 궁궐에 가실 분들은 안내를 들어보세요. 어떻게 보면 그냥 하나의 건물일 뿐인데 그 안에 담겨있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더군요. 건물도 몇 개 없어 보이는 종묘에서 어떻게 그런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지 신기할 뿐입니다. 역시 시간과 공간, 인간을 담고 있어서 겠지요? 사실 이번 답사에서 시간과 공간, 인간을 느껴보려 했으나, 사실 이번 답사는 사전 준비로 인해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답사에선 꼭 느껴보도록 하지요. 토요일이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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