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 대한 추억...
그들을 만난 곳은 2005년 여름, 쾰른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안이었습니다. 그 기차를 타게된 과정 조차 구구절절 사연이지만, 어쨌든 나와 함께 여행하는 동생는 그 기차를 탔고, 우리의 자리는 KTX 동반석 쯤 되는 좌석이었습니다. 옆의 좌석과 우리 옆에는 이미 한 가족이 앉아있었어요. 엄마, 아빠, 아들 둘, 딸 하나. 우리는 짐을 풀고 앉아 뭔가 어색한 분위기.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는 아이들은 우리를 보고 신기한 듯 말똥 말똥 쳐다보았고, 우리는 뻘쭘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저쪽 편에 앉은 여자 아이가 내 옆에 앉은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내 옆으로 오고 싶다고. 자리를 바꾼 그녀는 말똥 말똥한 눈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어디서 왔냐고...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동생과 아랍어로된 지도를 펴놓고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한국을 찾아서 가르켜 주면서 여기서 왔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카타르를 가르키며, 자기들은 이곳에서 왔다고 했어요. 그리고 국기를 보고 나라 맞추기 놀이를 하자며, 나라 맞추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빙고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아랍어로 가위, 바위, 보 도 했습니다. -_-;; 아랍어로 가위, 바위, 보 는 너무 신기해서 수첩에 적어놨는데,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어쨌뜬 내가 아랍어로 가위, 바위, 보 를 하게 될 줄이야 ;;;
초등학교 된 애들이 어찌나 영어를 잘하는지. 기본 적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아빠는 석유 부자 라는 느낌, 그리고 엄마의 영어로 보아 엄마도 교육을 잘 받은 그런 집안 인거같은 느낌이었지요. 거기에 엄마가 들고있는 커다란 스와로브스키 쇼핑백 -_-;;
기차는 달리고 달려 이윽코 벨기에에 도착하였습니다. 이 친구들과 여행은 여기까지. 이 가족들은 벨기에 까지 가고 있었스니까요. 비록 2-3 시간 동안 이었지만,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 여자아이(shahad)가 가지고 싶어했던 딸기 볼펜을 주고, 여행 중 남은 한국 기념품을 주었지요. 그러자 그 쪽에서도 카타르 지폐에 이름을 써서 주었어요. 우리가 파리 까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들도 3일 후에 파리에 머문다며 호텔 이름을 적어주고 꼭 찾아오라고 했어요. (호텔도 무려 샹젤리제에 있는 호텔 -_-) 그렇게 아쉬움을 가지고 헤어지게 되었답니다. 아직도 헤어질 때 그 모습이 선해요.
하지만 결국 3일 후에 우리는 못 만났어요. 무려 샹젤리제에 있는 그 호텔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파리를 돌아다니다가도 아랍인 가족 같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돌아보곤 했는데, 워낙 머무르는 기간이 짧다 보니 엇갈리지도 못했나봐요. 그 가족, 여행을 잘 하고 돌아갔겠죠? 그리고 지금 아시안 게임을 하고 있는 저 티비 넘어 카타르 라는 나라에 있을꺼예요.
Qatar Riyal
여행이란 신기한 것 같아요. 어쩜 평생 알 지 못한 채 지나갔을 지도 모를 한 나라, 그 나라 사람과 친구가 되고 알게 되는거. TV 넘어의 카타르가 낯설지 않게 되버린 신기한 마법. 만날 순 없어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저 넘어에 있다는 묘한 기분. 그런 거겠지요.
혹시 정말 정말 인연이 된다면, 그 가족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그냥, 유럽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유달리 그리운 사람들이예요. 근데 그 아이들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요? 어른이 되면서 잊혀져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참, 그 가족이 내리고 나서 한 숨 돌리고 있는데 신기한 일이 또 일어났지요. 그 기차, 그 칸에는 우리 말고 한국인 청년 3명이 더 있었어요. 그 청년 중 한명이 복도를 지나가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고 "어! 누나 왜 여기있어요!!!". 우리 과 후배였습니다 -_-;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알고보니 뮌헨에서도 날 봤다고 하던데 긴가 민가해서 그냥 지나갔다고 했어요. 역시 세상은 좁아요. (특히 여름방학의 유럽은 -_-; 여행 갔단 얘기 애들한테 들으면 다들 누군가를 만나고 왔던데...) 그 후배 왈, 어떤 한국 사람들이 애들이랑 계속 놀아주길래 참 착하구나 했는데 누나 였을 줄이야;;;; 라고 했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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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독일 이야기~
[만물상] 드레스덴 성모 교회
며칠 전 버스를 타고 가는데, 앞의 아주머니가 보시는 신문의 국제면에 아주 익숙한 장면이 보이더라구요. 어딜까, 유명한 장소일까, 라고 잠시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Dresden에 있는 Frauen Kirche 였습니다. 제가 있을 때만 해도, 복구가 한창이라 주변이 모두 공사장이었는데, 드디어 복구가 다 되고, 미사도 드렸다고 하네요. 위의 기사가 바로 그 기사 입니다. 그냥 너무 반가웠어요. 내가 숨쉬고 있었던 곳이 저 곳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고 저 많은 돈을 들여 유물을 복구 하는 독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드레스덴 도시 전체가 공사중 이었거든요. 기숙사가 좀 높았는데, 기숙사 에서 시내를 가만히 내려다 보면, 시내 사이사이에 커다란 기중기가 보이고, 공사중인 곳이 보이고. 이 사람들,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쌓아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만큼 소중히 하는 것이겠지요. 자신들의 도시를, 자신들의 유물을. 아무튼 언젠가, 복구된 프라우엔 교회에 다시 찾아가서 미사를 드리고 싶어요. 아래 사진은 지난 여름, 공사중인 프라우엔 교회를 찍은 사진 입니다.
베를린에 가면 모자 쓴 신호등 맨이 있다.
이건 오늘 본 기사인데, 저도 Dresden에 처음 갔을 때 (Dresden도 동독 지역이랍니다. 기사에 보면 이 신호등 맨은 동독지역에 설치되어 있다고 해요.) 신호등 맨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나요. 기사에도 나오지만 Dresden에는 신호등 우먼도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그림은 자전거 신호등과 함꼐 표시된 신호등은 신호등맨 아래 자전거 표시가 있어서, 마치 자전거 위에서 신호등맨이 묘기하는 것 처럼 보이곤 하지요.^^ 너무 재미있어서 찍은 사진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찾아보니 안타깝게 사진이 없네요. 아마 EE3로 찍은 것 같은데, 아직 인화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신호등맨을 다시 보니 반갑군요. 그리고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재미있어요~
아, 그리고 오늘 독일어 lab 시간에 Dresden에 대해 배웠습니다. 맨날 습관처럼 놀러 나가는 곳을 커다란 화면에서 보는 기분이란, 그리고 그곳에 대한 설명을 듣는 기분이란, 두근거렸습니다. 그런데 조교님께서 조금 다르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마음에 걸려서 마지막에 나가서 말씀드렸지요. Rathous 는 이 곳이 아니고 이 곳 이라고. 조교님이 시청사라고 설명하신 부분은 아랫 건물 이었는데 아래 건물은 Kreuzkirche이고 시청사 건물은 뒷쪽으로 살짝 보이는 시계탑 건물입니다. Dresden에 도착한 후 몇일 뒤 시청사에서 환영 파티가 있어서 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저 교회 뒤에가면 시청이랑 연결되어 있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두근거리고, 신나 할 수 있는것은 저 곳이 나와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 독일에 있어서는 내 고향같은 곳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런 곳이니까 나와 관계가 있는 곳이니까, 내가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니까, 그래서 두근거리고 즐거운것 같아요. 그러니까, 세상의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어요. 더 많이 많이 알고, 즐거워 하고, 두근거리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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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박물관은 ...
▲ 독일 박물관 입니다! 이건 나올 때 찍은 사진 이예요. 나올때는 날씨가 맑았거든요 하핫! 변덕쟁이 날씨~
▲ 입구 입니다. 아침 일찍가서 사람이 없어서 좋았어요. 점심때 쯤 나왔는데 그땐 정말 사람이 많더군요! 늦게 갔으면 구경도 못할뻔 했어요. 아인슈타인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저 문에 붙어있는 플랭카드의 사람은 아인슈타인 입니다.
▲ 기계에 대한 전시관 입니다. 물레방아 부터 증기기관까지 각종 기계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