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드레스덴에 도착한 날 심심한 오후, 관광안내서를 뒤적이는 우리 방 아이들을 한눈에 끌어당기는 사진 한 장이 있었으니, 그 사진은 Moritzburg 라는 성의 사진 입니다. 바로 이런 사진이 었지요.


 지금까지 성과는 달라보이는 저 둥근 지붕, 그리고 화려한 색들. 그리고 살짝 물에 비치는 성의 모습. 이 모든것은 저희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사진 속의 그 성을 향해 떠났습니다. 사실 그 날이 트램을 타는것도, 시내에 나가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용기만을 가지고 나갔지요. 아직 학교에서 주는 교통카드가 발급되지 않아서, 교통권도 사야하고, 교통권을 산 후에도 어떻해 찍고 들어가는 지도 몰라서 한참 고민하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partner ticket을 샀으면 더 ?活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처음 타는 트램, 반대쪽으로 가기도 하고, 그래서 내려서 다시 타고, 또 멀정하던 트램 번호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이상한 마을로 가기도 하고, 버스로 갈아 타야하는데 갈아 타지 못해서 다시 꺼꾸로 걸어오고 하는 일을 거쳐서, Moritzburg 이름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왠일. 분명 버스에서 내렸는데, 사진에서 보던 성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군요. 그런데 산 꼭대기에 하얀 탑이 보였습니다.


 왠지 그 탑 뒤에 성이 있을 것만 같은 생각에 그 성을 향해 열심히 올랐습니다. 온 몸에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배는 고파오고, 하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연 가게도 없고, 기껏 문을 연 가게는 비싸고... 거기다가 어디서 안 좋은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동독 이라서 외국인에 대해선 아직도 배척해서 위험 하다네, 그리고 이런 시골 동네가 더 위험하데,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을을 오르고 있었어요. 어느 집의 울타리를 지나고 있는데 갑자기 "컹컹!" 하는 소리가 나면서 정말 산만한 개가 튀어 나오기도 하고, 거기에 놀라서 "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도망 가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산에 올랐답니다. 하지만 이게 왠일...


 아무리 올라가도 그 하얀 탑만 있고, 성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군요. 저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갔는데도 말이죠. 더군다나 저 하얀 탑 앞에는 높은 담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안에는 포도 밭으로 추측되는 곳이 있었어요. 사람들도 없고, 너무 무서워서 결국 돌아오기로 하였죠. 돌아오는 길에 친절한 노부부를 만나서 물었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 Moritzburg는 어디 있냐고, 그랬더니 노부부가 대답하시길... 여기는 와인농장 이라고 하시더군요. 아마 그 하얀탑은 쉽게 말해 와인 공장 정도로 되는 그런 것이 었나봐요. 그래서 사람들이 산 속으로 들어가고 있더라구요. 아~ 허무.

 그리고 알고보니 우리가 간곳은 Moritzburg str. 우리가 가야하는 곳은 S-bahn으로 1시간쯤 가야 나오는 Moritzburg 라는 지방. 결국 우리는 "성이 이사갔어", 라고 허무해 하며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3주일 후, 어느 아침에 머리를 감다가 오늘은 정말 학교가기 싫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르면서, 잃어버린 성인 Moritzburg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급히 사람을 모집하여, 저와 저의 룸메이트 단 둘이 잃어버린 성을 찾아 떠나게 되었답니다.


 HauptBahnhof 에서 S-bahn을 타고, 이곳 까지 갔습니다. "우와,깡촌이야!"라고 말할정도로 시골 스러운 역이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장난감 기차처럼 생긴 기차로 갈아탔습니다. "뿌우~" 하는 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를 품는 증기기관차 였습니다.


 가면서 예쁜 마을도 지나고,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면, 그 사람들도 덩달아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산도 지나고 들도 지나서 갔습니다. 가는 길에 양들도 보이더군요.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적어도 검표원이 나타나기 전 까지는 말이지요. 검표원이 나타나서 표 검사를 하더니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립니다.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웠지요. 짧은 독일어와 영어 손짓 발짓이 오간 끝에, 저희가 끊은 표로는 이 기차를 탈수 없다고, 새로 끊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표를 끊는데 정말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냈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잃어버린 Moritzburg 성에 도착했습니다! 그 성 굉장히 커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보이더군요. 사진과 똑같은 모습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하지만 주머니에 한 푼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팠지요. 은행에 가서 카드로 돈을 뽑으려고 하여도 잘 안되더군요. 성 안에 들어가서 보려면 돈이 필요한 데요 말이죠. 매표소에 가서 카드로 끊으려고 했더니 제가 가진 카드로는 안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왠일!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지갑 안에 숨겨둔 비상금이 발견된 것이예요! 만세! 그래서 그 돈으로 성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날의 교훈은 비상금을 항상 가지고 다니자! 입니다. 하핫!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고, 이것은 안내판에 있던 사진입니다. 이 궁전은 강력공 아우구스투스의 명령으로 지어진 사냥 별궁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리 깃털로 만든 카펫이 있고(정말 멋있어요!) 곳곳에 사슴 머리가 걸려있더군요. 별 장식 없이 그냥 사슴 머리가 장식의 전부 였어요. 아, 사슴머리 밑에는 알 수 없는 번호도 붙어있었어요. 그리고 옛날에 사용하던 주방 기구나 그런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성 주변에는 넓은 호수가 있었어요. 원래는 늪지대 였는데 이렇게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물 건너에서 성을 바라보니 바로 우리를 끌어들였던 그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답니다.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주변에는 넓은 정원도 있었어요. 여러가지 모습의 조각들이 세워져 있었지요.


 이렇게 구경을 마치고 다시 Dresden 으로 돌아왔지요. 사진에서 보던 성을 실제로 보다니! 그것도 사진과 정말 같은 모습으로 서있던 그 성을, 지금도 그 날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보던 모습과 다르게 정말 예뻤거든요. 학교 하루 빼먹은것 쯤은 후회하지 않아! 라고 말할 정도로요 말이죠.

아, 그 동네에 이쁜 집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 입니다.


예쁘죠? 이런 집에서 살고싶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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