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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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에서 묵은 LSE 기숙사 1층에는 로비가 있었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 이 곳 밖에 없어서 밤이면 종종 노트북을 들고 내려와 인터넷을 하곤 했다. 영국에 도착해 낯선 환경과 새로운 만남에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때 나는 로비에 있는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봤다.

 멀리서 그 책을 봤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림책 같은 큰 책의 제목에 "DRESDEN"이라고 써있는게 아닌가! 가까이 가서 보니 드레스덴에 대한 책 맞았다. 드레스덴 오페라 하우스며, 시청이며, 교회며, 츠빙어 궁전이며 내가 그리워하던 모든 것이 그 책속에 있었다. 드레스덴이 어디냐면, 독일 작센의 주도인데, 2005년 여름에 (벌써 삼년 전) 1달간 머물면서 학교도 다니고 쇼핑도하고 산책도 하고 저런 아름다운 문화유적에서 매일 매일 구경가던 추억의 도시이다. 마지막에 떠나면서 '이제 언제 유럽에 다시 올까.' 라고 생각했고, '유럽에 다시 오면, 힘들더라도 드레스덴에 다시 오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 이후에 처음 유럽에 와서 우연히 드레스덴에 대한 책을 만나다니 너무 반가웠다.

  저녁마다 로비에 내려오면 책을 펼쳐봤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빠져들기도 하고, 못 본 곳이 있으면 "앗! 다음에 가면 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마우스 받침대로 쓰면서 열심히 인터넷을 했다.

 저 책 덕에 마음이 좀 안정을 찾았다. 책은 나에게 '그 때를 생각해봐,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아, 넌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어.' 라든가, '다음에 꼭 드레스덴에 들러줘.'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럽에 마음을 둘 고향이 있다면 런던도 아니고 파리도 아니다. 화려한 대도시도 좋지만, 엘베 강변을 거닐며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들이나, 골목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들, 그리고 슈퍼에서 장을 보며 일상을 지낼 수 있는 드레스덴이 유럽에서 마음의 고향이다. 3년 전, 그곳을 떠날 때는 다신 만날 일도, 찾아올 일도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연 속에서 만날 때 마다 그리워 하고, 언젠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커져간다. 어쩌면 낯선 런던에서 처음 만난 책이 드레스덴이라는 것은, 우연이면서도 인연이겠지. 언젠가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