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작년 이맘때 학생 교류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 홈스테이 했던 가정집의 아주머니는 한국 드라마의 팬이셨습니다. 욘사마 보다 원빈이 좋다는 그 분과 함께 더빙된 올인의 마지막 회를 본다거나,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곤 했었지요.

  이번에 일본에 가면서 아직도 그 열풍이 여전한지 궁금했어요. 하지만 일정상 일반 주부들을 만날 기회는 없고, 주로 대학 교수님 이나 연구자 분들. 한류와 관계가 없잖아!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장금이'가 있었습니다.

  처음 갔던 홋카이도 대학교 교수님, 유바리에 있는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장금이'의 열렬한 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DVD를 구입하셔서 무려 두번이나 보았다는 그 분! '장금이'를 보고 궁중 음식이 드시고 싶으셔서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여행와서 궁중요리를 드시고 가셨답니다. 거기에다가 삼계탕, 갈비 뿐만 아니라 닭갈비나 국밥 등등 까지 모두 알고계시고 좋아한다고 하시더군요. 부인도 한국어 공부를 하신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욘사마 팬은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하하하^^;)

  '장금이' 의 팬은 이분 뿐만이 아니라 연구소에서 만난 박사님도 매주 장금이를 꼬박꼬박 챙겨보시고, 언젠가 한국에 꼭 가보고 싶으시다면서 언제 가는게 가장 좋겠느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리고 그 날 연구소의 점심 메뉴는 마침 '한국 냉면'.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이 '한국 냉면' (먹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실망할 것 같아 다른것을 먹어서 맛은 모릅니다.)을 먹는 것을 보고, 왠지 뿌듯하면서도 기분이 묘하더군요.

그리고 저녁에 티비를 틀면 더빙된 '장금이' 가 하더군요. 친구들은 말은 못알아들어도 어쩐지 친근한 마음에 장금이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곤 했지요. 아침에는 '세상끝까지' 가 한국말로 방송되서 틀어놓고 마치 한국인양 기분내기도 하고, 어느 늦은 밤에 우연히 '내 머리속의 지우개'가 하길래 한국에서도 안 본 것을 새벽 늦게까지 다 보고 펑펑 울기도 했지요.

  그리고 또 하나의 인기는 '승짱', 제 성이 '이'씨라 그런지 '승짱'의 '이'와 같은 성이냐면서 한번씩 더 묻더군요.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알고 있더라구요. 승짱의 경기를 보려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무산되었다는..- _-);;;;

  하지만 반면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택시를 타면 종종 물어보는거 '중국사람인가요?' , 그리고 어떤 택시 아주머니의 충격적인 물음 '중국 이랑 한국 이랑 같은 나라 아닌가요? 전혀 다른 건가요?' 그래서 전혀 전혀 다르다고 설명해드렸지요. 기분은 좀 많이 나빴어요. 역시 해외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는 말은 사실인가봐요. '한국'이란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걸 보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