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그 해에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그 해에 마무리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지난 5월 29일에서 6월 9일까지 일본에 다녀왔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지 못한 것은 놀러 간 것이 아니라 다른 일 때문에 갔는데, 그 일에 대한 기억이 안 좋아서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고, 학교 다니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묵힐 수는 없지. 조금씩 풀어놔야겠다. 날짜순으로 풀어놓으려다가 그냥 내 맘대로 풀어놓기로 했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고양이에 대한 마음은 귀여움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한다. 강아지에게는 귀엽다는 감정만 있는데, 고양이에 대한 이 미묘한 감정이 고양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게 하는 원동력인가 보다. 고양이를 찍어보자! 라고 생각한건, 다른 블로거 분들 포스팅에서 본 고양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니 다양한 모습의 다양한 표정의 고양이가 있었다. 그리고 어떤 여행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었던 작가가 방문한 도시들의 고양이를 찍어 모자이크로 만든 페이지가 인상적이었다. 동네마다 특징있는 고양이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이번 여행에서는 고양이를 찍어보자!, 라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사진이 많이 나와서 마음에 든다.

  먼저 에노시마!


  에노시마역에서 내려 긴 다리를 건너 에노시마 섬 안에 들어가서 처음 고양이를 만났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는 곳이 있는데, 그 옆에 있는 작은 호수에 앉아있던 고양이.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자기 할 일만 한다. 돈이 없으니까 에스컬레이터는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가다 만난 고양이. 길에서 아주 편안하게 누어있었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편안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찰칵!' 소리가 들리자 경계를 보내는 회색 얼룩고양이! 저 자세를 봐라! "내가 바로 고양이!!"라고 말하는 듯한 저 포즈. 에노시마의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고 있을 때 어느 집 앞에 있던 까만 고양이. 난간 밑에서 "여기 봐~ 여기 봐~"라고 지나가는 다른 관광객 아주머니와 둘이 열심히 불렀다. 관심도 안 주다가 나중엔 쳐다봐 주더라. 에노시마는 참 예쁜 섬이었다. 그리고 고양이들도 귀여웠다. 고양이를 찍어보자고 결심한 다음에 처음 찍은 날이었는데, 의외로 다양한 모습의 다양한 고양이들이 찍혔다. 만족!!

 다음은 도쿄. 도쿄 번화가에서는 못 보고 우에노 공원에 갔다가 몇 마리 만났다.


  길냥이지만 이름표를 달고 있는 아이. 누가 달아줬을까? 우에노 공원의 고양이들에 대한 포스팅은 전에 베쯔니님 블로그에서 봤는데, 지금 다시보니까 이 아이들은 우에노공원삼거리파 고양이들!!!! 같은 고양이를 다른 분도 찍고 저도 찍고 여러 모습으로 보니 재미있다.

  다음은 나고야! 나고야에서는 츠루마이 공원에서 많이 만났다.


  츠루마이 공원에서 나고야성까지 걸어가면서 많은 고양이들을 만났다. 공원에 있는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는게 익숙해져인지, 벤치에 사람이 앉아도, 사진을 찍어도 그냥 자기 할일 한다. 

  아래 고양이는 오늘의 포토제닉!  털이 복실복실한데 벤치에 앉아서 눈 꼭 감고 꼼짝도 안하고 잔다.


  신호등을 건너려고 서있는데, 잔디밭에 작은 우유그릇이 보이길래 봤더니 풀숲에도 얼룩냥이가 있었다. 부끄러운지 풀 숲에 꼭 숨어있다. 지하철 역에 들어가는 입구에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서, 사람이 지나가던지 말던지 사진을 찍던지 말던지 또 자기 할 일만 한다. 일본의 고양이들은 참 바쁘구나~ 

  찍어놓고 모아보니 정말 다양한 색깔의, 형태의, 지역의 고양이들이 있었다. 전에 본 책에서는 도시마다 사는 고양이의 특징들이 보이는 정도였지만 ... 내가 찍은 것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고, 그냥 즐거웠다. 다음 여행에도 고양이들 만나면 찍어서 모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