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사진 한 장에 여행의 기억이 차곡 차곡 쌓여있는 경우가 있다. 내 경우는 이 사진이 그렇다.

  오늘처럼 더운 날이었다. 도쿄의 어느 지하철역에서 헤어진 우리는 마지막 까지 먹지 못한 맥주 두 캔을 나눠가졌다. 맥주의 차가운 냉기가 물방울이 되어 표면에 맺히고, 내 가방을 적시도록 맥주를 먹을 기회는 없었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급하게 체크인을 하고 한 숨을 돌려 맥주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어짜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할 테니까, 다 마셔버리자, 라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멋진 풍경이 보고싶어 떠오르는 비행기를 보면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걸린 시간은 고작 5분. 시계는 12시를 가르켰지만, 나는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돌아다니고 있었고, 아스팔트는 뜨거웠고, 맥주는 맛있었다. 그래서 조금, 취해버렸다. 살짝 업된 즐거운 기분으로 수속을 하고 비행기에 탔다. 출발하기도 전에 자버려서 어떻게 일본을 떠났는지 모르겠다. 밥 줄때 일어났는데 밥맛이 없어서 두 수저 먹고 다시 잤다. 한국에 도착하자 비몽사몽 하며 내렸다. 다녀온 곳은 시차없는 일본인데, 몸 상태는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온 느낌이었다.

  꿀꺽 꿀꺽 맥주를 마시면서 생각했다. 이 땅에 도착해서, 다시 비행기를 탈 때까지 무엇을 배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다가, 다시 한계에 부딪히고, 더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되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알콜은 이제 내 몸을 다 빠져나갔겠지만, 그 마음은 아직 남아있을까. 잊을만하면 다시 다짐해본다. 열심히 살자고. 우리가 나눴던 꿈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현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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