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 A P E L L A ::::



 2008년 7월 13일 일요일. 런던에서의 첫 아침. 시차적응이 덜 되었는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영국 문화원 측에서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신 배려로 맛있게 아침식사를 먹고 모여서 런던 둘러보기 시작! 이날 오전에 둘러봤던 루트!

출처: 윙버스 지도


 역시 좋은 숙소의 위치 ㅠ.ㅠ 버킹엄 궁전까지 걸어서 가면서 호스가즈, 웨스트 민스터 사원, 국회의사당, 빅 벤 모두 보았다.



 아쉽게도 웨스트 민스터 사원은 못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특히 뉴턴이 묻힌 곳이라는데 과학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한번 보고 갔어야 하는데 아쉽다. 사진도 본 적이 없어서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어떤 곳인지 상상만 했는데 생각보다 더 크고 웅장한 곳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버킹엄궁을 향해 이동!


 런던 3대 공원이라는 이곳. 유럽 어디를 가도 광대한 공원에 깜짝 놀라지만 여기는 더욱 놀랐다. 이렇게 도심 속에서 많은 오리과 동물들과 잔디와 나무들을 볼 수 있다니! 호수도 있고 예쁜 다리도 있었다. 시간만 있다면 돗자리 깔고 누워서 닐리리아~♬ 놀고 싶던 곳 -

 호수를 건너는 다리에 서니 왼편으로는 버킹엄궁이, 오른편으로는 저 멀리 런던 아이가 보였다. 영국이구나 >.<


 그리고 시간이 마침 교대식 할 시간이라 유난히 많았던 사람들. 그 인파에 밀려 드디어 버킹엄궁 도착! 여기서부터는 다음편에 계속할께요~



 2008년 7월 12일. 드디어 히드로공항에 도착했다. 전에도 얘기한적있는데, 히드로공항에 대한 나의 환상은 '러브액추얼리'그 자체였다. 사랑과 기다림이 가득한 로망의 그곳! 왠지 사랑하는 연인들이 가득할 것같았는데, 그냥 평범한 공항 그 자체였다. 어쩌면 조금은 실망했는지도 모른다. 서둘러 공항을 나서 기다리고 계시던 영국문화원 담당자분을 만나 셔틀 버스를 타고 런던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꿈에서나 그리던 런던의 모습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사진은 없다. 카메라 들고있기엔 짐이 너무 많아서;;;) 

 런던에 있을 동안 묵게될 LSE 기숙사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숙소는 방도 깔끔했지만 지리적으로 매우 좋은 위치에 있었다. 숙소에서 바로 나오면 오른쪽으로 가서 조금만 걸어가면 런던아이,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내셔널갤러리에 갈 수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버킹검 궁이며 웨스트민스터 사원, 국회의사당도 모두 걸어서 갈 수있는 거리였다.

 어쨌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트리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을 지나갔다. 활기찬 거리와 많은 사람들. 관광객과 런더너들이 뒤섞여 있던 이 곳. 음악이 들리고 분수소리의 여유로움이 엿보였던 이 광장이 런던의 첫인상으로 남아있다.


 런던하면 생각나던건 역시 빨간 이층버스. 그래서 빨간 이층버스가 가장 첫 사진으로 남아있다. 트리팔가 분수 신기해서 열심히 찍었는데, 런던에 머문 매일매일동안 정말 많이 지나다녔다. 아침에 산책한다고 나오고 저녁에 밥먹고 들어온다고 나오고, 이동한다고 차타고 지나가고, 지하철 타본다고 나가보고. 나중에 쓰겠지만, 탑밑에 네마리의 사자 동상이 있었는데, 여유롭게 올라가서 놀고있는 유러피안들을 보고 정말 나도 올라고보고 싶었다. (나중에 결국 올라갔다는;;;)

 트라팔가 광장을 지나 극장들이 밀집해있는 레스터스퀘어(Leicester Square)로 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과 우리와 다르게 인상적이었던 엄청나게 큰 글씨의 영화 간판과 뮤지컬을 알리는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뮤지컬들이 코앞에 있었는데 못 보고 오다니 슬프다 ㅠ.ㅠ 근데 그당시에는 여기저기 너무 신기해서 둘러보느냐 그런 생각도 없었다. 

 
 레스터 스퀘어를 지나서 우리가 도착한곳은 차이나 타운. 그 곳의 웡케이(Wong Kei)라는 중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시끄럽고 복잡하고 불친절한 분위기 속에 이것 저것 먹었다. 우리 테이블의 분위기는 멤버들 끼리도 어색하고, 영국 분과도 어색하여 그야말로 밥이 코로넘어갔는지 입으로 넘어 갔는지 기억도 안나는 분위기 ... (왜 그렇게 친절하지 못할까,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불친절하기로 소문난 식당이란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다. 지금은 그때를 이렇게 그리워하고 서로 많이 친해져있는데, 그때는 처음이라 어색하고 다들 그랬다. 런던도 마찬가지. 지금은 이렇게나 그립고 사진보면 미소만 나는데 처음에는 다 신기하고 어색하고 그랬다.


 중국 음식점 사진은 대화에 집중하느냐 못찍었고 앞에서 기다리다가 옆 가게 케이크를 찍었다. 한국에서 보던것들 보다 화려한 생크림의 잔치들.

 아, 그래도 도시의 첫인상인데 날씨를 빼먹었다. 런던의 날씨는 흐리기로 소문나서 걱정 많이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 영국에 도착했을 때는 흐렸는데, 런던으로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맑아졌었다. 해가 길어 늦은 시간인데도 저렇게 환한 사진들이 나왔다. (저 사진 찍은 시간들이 아마 다 7시-8시경 이었을 것이다.) 푸른 하늘처럼 파란 기대감과 알수없는 두근거림과 설레임, 그리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것이 런던의 첫날 이었다.



  [슈루즈버리에서 생긴 일...] 이라고 제목을 적으면서, 무슨 일이 있었나 생각해봤다. 생각해 보니, 지금은 생각하기 힘든 여유롭고 한가롭고 즐거운 일들이 있었다. 전에 말한대로 우선 크게 세 가지, 관광, 쇼핑, 산책. 영국 음식은 인상 적인 것이 없어서 제하기로 하고, 본래 목적(환경 관련 시설 돌아보기)에 대한 것은 나중에 포스팅 하려고 하니 일단 오늘도 관광 위주의 포스팅을!

 우선 산책.


 영국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일정이 시작 되기 전에 아침 일찍 관광이나 산책을 나섰다. 런던에서는 주로 관광이었지만, 이 작은 동네에서는 볼 것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한 것이 산책. 좋았던 것은 호텔 가까이에 커다란 공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런던에서는 Hyde Park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버스를 타기 위해 삽질을 하고, (거리는 멀지 않았는데, 표 끊는 법을 몰라 삽지을 했다.) 도착해서 뜨거운 햇볕과 싸우다가, 시간에 쫒겨 돌아왔는데, 여기서는 바로 뒤에 공원에 아침 저녁으로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었다.

 찾아보니 공원 이름은 The Quarry Park 였다. 거기 있을 때는 그냥 동네 공원이었는데, 집에와서 찾아보면 "이런 곳이었어?" 라며 놀란다. 내가 갔을 때는 7월이었지만, 8월에는 이 곳에서 Shrewsbury Flower Show를 한단다. 지금쯤 한창이겠네. Severn강가를 따라 있는 이 공원에는 예쁜 산책로가 있고, 넓은 잔디 밭이 있고, (카메라 밧데리가 다되어 찍지 못한) 멋진 다리도 있었다. 저녁이면 아이들은 공을 차며 놀고 있었고, 아침에는 조깅을 하기도 하고, 개를 끌고 산책을 하기도 하였다. 아! 평화로운 풍경이여. 낯설던 동네 풍경도, 사람들도 산책을 하는 동안 어느새 친근해져, 눈이라도 마주치면 "Hi!" 라고 인사하고, 개에게도 '아! 귀엽다~" 라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동네의 특징은 중세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현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하얀 벽에 갈색 나무가 드러난 집들이 중세 건물의 모습. 큰 길도 별로 없고, 작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동네에서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골목들을 걸어가며, 두려움 보다는 중세의 향기를 느꼈다. 13세기의 어떤 사람도 이 골목을 걷고 있었겠지.

 딴 얘기지만, 나는 중세 매니아다. 저번 학기에 배운 과학사의 내용은 고대 그리스 시대 부터 17세기 까지 였는데, 보통 중세라 불리우는 5세기에서 15세기 까지의 기간도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배우는 '중세는 과학의 암흑기'라는 인식과 달리, 유럽 보다는 이슬람에서 활발한 활동이 있었으며, 후에 많은 과학이 탄생하게 되는 대학이 생긴 것도 중세이다. 그리고 과학이나 자연 철학보다는 기술이 두드러지게 발달한 시기이기도 하다. 중세를 공부하면서,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마지막 시간에 "어느 시대가 가장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중세요."라고 대답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세 매니아"들은 많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비단 과학을 떠나서 이름 처럼 '끼인' 시대 (물론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의 자기 중심적 역사관에 의해 이름지어졌다 하지만)이며 혼란의 시기였던 그 시대가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이 동네의 건물들에 남아있는 '중세의 향기'를 느꼈을 때,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관광. 작은 동네지만 역사가 깊은 동네인 만큼, 유적들도 많다.


  먼저 The Squre. 13세기 이후에 이곳에 시장이 섰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때는 6시 이후라 상점들도 문을 닫고,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시장 선 사진 보니까 주민들 다나온거 마냥 사람이 많더라. 앞에 서있는 동상은 Robert Clive라는 슈루즈버리 출신의 영국의 군인이자 식민지 행정가였던 사람이란다.
 두번째 사진은 Shrewsbury Castle. 이런 작은 동네에도 성이있다니! 그것도 지금까지 보던 성들과는 다른 느낌의 성이다. 빨간 벽돌과 예쁜 정원이 인상적이었던 이 성은 Roger de Montgomery에 의해 1074년에 지어지고, 여러번의 변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은 18세기의 모습이라고 한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는데, 성에 손님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지키는 아저씨가 들어오라는듯 자꾸 내다보셨지만, 역시 또 시간과 돈의 압박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세번째 사진은 St.Chad's Church. 공원에서 올라오는 길에 있었다.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 종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는데, 저 교회에서 치는 종소리였다. 마지막 사진은 Shrewsbury Abbery. 수도원이다. 처음 지어진 것은 슈르즈버리 성과 비슷한 시기 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건물들과 다른 느낌이 난다. 지금은 여러가지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다는데, 옆 골목에 펍이나 음식점이 많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예전에 수도원이었다니.

 마지막으로 쇼핑.  


 SALE 이라는 글자는 언제 봐도 즐겁다! I ♡ SALE 이라 적힌 예쁜 빨간 티가 있었는데, 가지고 싶었지만, 팔지 않는단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비슷한 디자인의 티를 보고 깜짝 놀랐다. SALE을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같은 마음?!
 이 동네 출신 유명인사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딴 Darwin Shopping Centre 라는 큰 쇼핑몰이 있었다. 쇼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상점은 별반 우리와 다르지 않았지만, 드레스(!) 같은 예쁜 옷들도 많고, 사이즈(!)도 나랑 맞아서 입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한국에선 보기 힘든 속옷들도 많이 팔고 있었고... 아,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자. 저 모자가게는 아침 산책길에 발견한 곳인데, 아직 문을 열지 않았었다. 하지만 쇼윈도로만 보아도 깃털이 풍부한 모자들~ 우와~ 어떤 귀부인이 저런 모자를 쓰고다닐까!
 알록 달록 한게 참 좋다, 그레서 알록달록했던 옷들도, 악세사리도, 찻잔도, 캔디도 다 좋았다 >.<
 마지막으로 서점. 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Half Price에 넘어가서 한국에서 못 구할 것 같은 전공 관련 참고서적을 샀는데, 한자도 안 읽었다. 같은 책이라도, 나라마다 다른 표지와 일러스트라는 것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그래서 굳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책 구경하는건 참 쏠쏠한 일이다. 이 나라에서는 이런 판형의 책을 읽는구나, 이런 책들이 인기가 많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 슈루즈버리 수도원 쪽으로 서번 강을 건너면서 다리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해질녘의 따스함과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강에 비치는 반영이 사랑스럽다. 제일 맘에 들었던 사진!


 아, 제목이 [슈루즈버리에서 생긴일...]이니까 작은 에피소드라도 하나 써야겠다. 별건 아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런던을 떠나 세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슈루즈버리(Shrewsbury)였다.

  잉글랜드의 중부지방에 위치한 슈루즈버리는 슈롭셔(Shropshire)의 주도이다. 660여 개의 문화재 지정 건물이 있고, 중세 시대의 미로같은 거리가 그대로 남아있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윈의 동상도 있고, 다윈의 이름을 딴 쇼핑몰도 있었다.

 우리가 슈루즈버리에 머문 것은 슈루즈버리의 청소년들과 교류하고 자연 신탁운동(Natural Trust)에 방문하고, 또 다음으로 이동할 맥킨리스(Machynlleth)와 가깝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지가 아닌 영국인의 소박한 일상이 있는 이 도시에서 아침에 공원에 산책을 하고, 중세 시대에 지어진 꼬불 꼬불한 미로 길을 따라 거닐고, 밤에는 Pub에 가고, 관광객이 아닌 주민들을 위한 상점을 구경하고, 낯선 방문자에겐 전혀 필요없는 부동산을 바라보면서 영국과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다.

 슈루즈버리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깜짝 놀랐던 것은 우리의 숙소였다. 사실 포스팅은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을 먼저 하였지만, 시간상으로는 런던을 떠나 슈루즈버리에 도착하였다. 돌아보면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에 있는 호텔은 관광지에 잘 꾸며진 호텔이었다면 슈루즈버리에 있던 숙소는 동화속에 나오는 비밀의 화원에 묵는 기분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가 묵었던 Sandford House Hotel. 영국에 간 것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었고, 현지 체재비는 영국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공짜로 와~ 좋구나, 라고 묵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역시 비쌌구나. 언제 이런곳에 또 가볼고 ~. (사실 영국에 간 목적이 있는데, 쓰다보니 관광위주의 포스팅이;;;)

 호텔은 사실 길가에 건물 하나였다. 그런줄 알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여학생은 이쪽으로 오세요" 하면서 철문을 열어주었다. 그랬더니 세상에! 꽃으로 곳곳이 장식된 예쁜 정원과 영국의 어떤 소설에나 나올 법한 갈색의 2층집이 있었다. 금세 어지럽혀 버려서 방 사진은 못 찍었는데, 방도 참 예뻤다. 침대도 푹신 푹신. ^^
 라운지에서는 체스도 둘 수 있고 피아노도 있었다. 같이 간 친구들이 피아노를 한 번씩 쳐 보던데 어찌나 잘 치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난 어릴때 피아노 치던거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ㅠㅠ 앞으로 저런곳에 가면 멋지게 칠 수 있도록 나도 한곡만 파볼까?!
 아, 사진에 보이는 창문 위로 올려서 여는 창문이다. 그러고보니 런던에도 그런 창문이었는데, 처음에는 창문이 무거워서 여는게 참 난감했다. 열고나니 고정시키는게 또 난감했다. 아!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창문을 활짝 열고 떠나가는 연인을 부르는 씬은 절대 쉬운 장면이 아니고나~~

 슈루즈베리에 도착한 날(7월 15)일 에는 '자연신탁운동(Natural Trust)'를 방문하고, 다음날(7월 16)일에는 맥킨레스의 CAT로 떠났다. 그리고 CAT에서 돌아오는 날 (7월 18일)에 이 동네에서, 같은 숙소에서 다시 한 번 묵었다. 결국 이 동네에서 한 일은 동네 구경, 산책, 쇼핑, 식사 등등 이었다. 딱히 유명한 유적도, 관광지도 아닌 탓에 관광객은 정말 드물었고, 동양인을 처음 보는 듯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마치 그곳에서 일상을 보내는양 거리를 마음껏 걸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적한 거리. 여섯시, 아니 다섯시 반만 되면 상점의 문을 닫더라. 그래서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고... 사람이 참 적은 동네인줄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이던가, 낮에 나갔더니 상점마다 사람이 가득, 거리에도 사람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다. 다들 저녁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아, 그 비밀을 조금 알긴 했다. 밤에 펍에 갔더니 펍마다 사람이 만원이더라. 낮에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 저녁에는 조금 쉬다가, 밤이되면 다시 나오나보다. 슈루즈베리의 유명한 것중의 하나는 중세의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하얀 바탕에 진한 갈색의 나무로 된 건물이 그것인데, 그런 건물들과 새로 지어진 건물들 사이의 조화가 좋았다. 도로의 지그재그 표시는 여기 저기 많이 있던데 횡단보도 주변이나 보호구역 주변에 서행운전 하라는 표시란다. 내가 저기서 운전하다 처음으로 저 표시를 본다면, 앗! 무슨표시지?! 하고 생각하는 사이 자동으로 서행이 될 것 같다 ^-^

표지판은 무심코 찍은 사진들. 사진 찍고 정리하다보면 의도적이지 않게 많이 찍은 사진들이 있다. "예쁘다~" 하고 찍었는데, 정리해 보면 그런 느낌의 사진들을 참 많이 찍었다. 내 경우에는 하늘이 그렇고, 꽃이 그렇고, 표지판이 그렇다. 아, 간판도 그렇다. 다른 언어로 된 표지판이나 간판을 보면 찍고 싶어진다. (아랍어의 경우가 제일 심했다. 글자보다는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되었다.) 여튼 이번에도 많더라. 저렇게 사방으로 퍼져있는 표지판이 참 매력적이다.

영국 영화 하면 '러브 액츄얼리'가 제일 먼저 떠오르고 그 중에 젤 기억남는 장면이라면 스케치북을 넘기면서 고백하는 장면이다. 문을 사이에 두고 고백하는 그들 사이에 있는 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몇 번지 인지 써있는 금색 글자 밑의 손잡이, 똑똑 두드리면 멋진 남자가 나올 것 같았다. 뭐, 옆에 초인종도 있는 거보니 요즘 그렇게 할 것같지는 않지만.. ^^;; 그래도 하얀 건물에 빨간문, 노란문, 파란문 이 차례대로 있는 풍경은 참 멋졌다. 사진은 찍었는데, 많이 흔들려서 파란 문만... ^^;;

 쓰다보니 생각나는게 많아서 주절주절 하다보니 길어져서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편에는 슈루즈버리의 문화 유적들과 쇼핑했던 거리의 모습, 산책했던 공원의 모습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남은 이야기들 ...

 먼저 호텔 이야기. 우리가 머문 호텔은 The Legacy Falcon Hotel 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큰 거리 쪽에서 들어가는 호텔 입구는 너무 전통적으로 보여서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오랜 전통을 지녔을 것 같은 품격있는 프론트를 지나 들어가니 새로 리모델링한 초 현대식 호텔과 연결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전통을 적절히 살린 모습이 인상적이 었다. 현대식 호텔로 가는 복도 옆에는 정원이 있었다. 여기 저기 피어있는 예쁜 꽃들과 파라솔 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여유가 느껴졌다. 내가 쓴 방은 더블인데 혼자 썼다. 너무 깔끔하고 넓어서 좋았다. 저 넓은 침대에서 혼자 좋다고 팔짝 팔짝 뛰고, 뒹굴 뒹굴 했다. 창밖을 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6세기로 온 것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마지막 날이라 아이들과 할 이야기도 많았고, 정리할 것도 많아서 오래 머물지 못한것이 아쉽다.
  여기서도 열심히 셰익스피어를 이용한다. 전에 이야기 했던 Romeo, Juliet 방도 그렇지만, 호텔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옛날 줄리엣이 입었을 것 같은 옷, 그리고 로미오네 집에 있을 법한 가문의 마크들이 전시되어있는 벽. 역시 셰익스피어의 도시구나 싶다.

  그리고 음식... 영국에 있는 내내 맛있는 것을 많이 먹었지만, 마지막이었던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에서는 더욱 그랬다. 전통 영국 점심식사도 먹어보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 만찬. 코스 요리여서 깜짝 놀랐다. 에피타이저로 메론이 있는 무언가를, 메인으로 연어스테이크, 디저트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리고 아마 맥주도 마셨던 것 같은데... 영국에 열흘쯤 있으면서 이런 저런 음식들을 먹어봤는데, 느끼했다. 피쉬엔 칩스는 대체 이것을 어떻게 먹어! 할 정도로 기름이 많았고, 우리가 아시아에서 와서 배려해서 데리고간 중국 음식점도 참 느끼했다. 그래서 뭔가 고기가 아니고 상큼한 것이 먹고 싶었다. 마지막 만찬이다 보니 아쉬움을 달래고 사진찍고 이야기 하느냐 맛은 잘 기억이 안난다.
  오히려 맛있었던 것은 진짜 마지막 식사였던 Traditional Sunday Lunch 였다. 우리를 인솔해주었던 영국 담당자 분이 영국에서는 일요일 아침에 이런것을 먹는단다, 라면서 소개해주셨다. Garrick Inn 이라는 유명한 Pub에서 먹었다. 많은 영국사람들이 같은 메뉴를 먹고 있어서, 정말 전통 일요일 점심이구나, 라고 깜짝 놀랐다.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나는 양고기를 먹었다. 다른 아이들과 바꾸어 먹어보니 역시 양고기가 제일 맛있었다.
 그리고 다른 음식들은, 먼저 아침식사. 호텔에 아침이 포함되어 있어 아침에 밥을 먹으러 가니 부페식에 메인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남들 다 시키는 평범한 영국식 아침식사를 시켰더니, 역시나 베이컨+소세지+스크램블 에그+익힌 야채가 나온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했는데, 베이컨은 여전히 짰다. 그리고 아침을 먹어도 뭔가 허전한 그 느낌...
  또 카페에서 먹은 케익. 아마 티라미수 케익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와 맛이 조금 달랐다. 좀 더 덜 말캉말캉한 느낌? 우연히 들어간 카페였는데, 맛있게 먹었다.

 전통 영국의 일요일 점심식사를 마지막으로 히드로 공항으로 떠났다. 그리고 아쉬움을 남긴 채 비행기를 타고, 정신 없이 자는 사이 한국에 도착했다.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을 때 눈물이 날 것같은 그 느낌, 다시 한 번 경험했다.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끝. 스트랏 포드 어폰 에이번에 머문 기간은 2008년 7월 19, 20일이다. 거꾸로 쓰고 있는 기분이 들지만, 다음에는 이 전에 머물렀던 슈루즈버리(Shrewsbury)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von 강 위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 그 에이번 강변의 밴크로프트 정원은 보트로 가득찬 운하 항만과 15세기의 둑길이 남아있고, 오리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아~ 이런 강을 매일 보면서 산책 할 수 있다면! 시가 절로 나올 텐데. 강가에 세워진 보트의 이름은 Romeo와 Juliet. 역시 셰익스피어로 먹고 사는 동네다.

  그리고 아직 다 말하지 못 했던 동네 풍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호텔 건너편에 있던 건물. 사실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에 내려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물이다. 알고보니 길드 예배당. 아쉽게도 들어가보지는 못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동네 풍경, 하늘과 영국 주택의 지붕과, 오리가 그려진 간판이 어울어진 마음에 드는 사진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밤이 되었다. 밤에 나가는건 가급적으로 안하는데, 짐싸다보니 아직 못 산 것들이 있어서 사러나갔다. (영국 맥주;;;) 아쉽게도 상점은 닫았지만, 낮과는 다른 조용하고 고즈넉한 모습에 나오길 잘했다, 라고 생각했다. 뭐, 춥고 술 취한 사람들 돌아다녀서 금새 다시 들어갔지만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름날의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의 풍경. 어디를 찍어도 엽서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어지는 예쁜 풍경들... 아직 그 여름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립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럽의 매력이라 하면 역시 아기자기함이다. 동화 속에서 나온 것 같은 집들, 화려한 원색의 장식품들, 사이즈는 크지만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옷들, 골목 하나 하나까지 놓칠 수 없는 예쁜 매력이 가득한 동네가 유럽이다. 이번에 방문한 여러 도시에서 그런 면을 느낄 수 있었지만, 특히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은 더욱 그랬다. 튜더 시대에 지어졌다는 건물들도 그랬지만, 관광지다 보니 예쁜 장식품이나 기념품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셰익스피어의 생가로 가는 큰 거리는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의 중심가이다. 양 옆으로 있는 고풍있는 상점들에서는 커피를 파는 카페이거나, 기념품을 파는 기념품가게 등 여러 상점이 있었다. 오후 늦게 (5시경)에 찍은 사진인데도 아직 환하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모이는데 아마 앞에서 통제하는 사람은 선생님 같았다.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보러 온 단체손님들 특히 학생들이 유달리 많았다. 우리 식으로 하면 수학여행의 성지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길가에는 영국 하면 생각나는 낭만의 빨간 공중전화도 (왠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천카페도 있었다. 어느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케익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는데, 문득 우리가 한국에 있는지, 영국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만 동양인이고 모두 금발에 파란눈, 그리고 영어로 얘기하고 영어로 된 신문을 읽고 있는걸! 영국 맞나보다. 영국에 와서 오랜만에 즐긴 여유였다. 셰익스피어의 생가로 향하는 그 골목 초입에 바닥에 써있는 메세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화살표를 따라 그 옆에 써있는 글귀들 "ITS TOO WEIRD FOR ME", "no, no that's my friend's extension number at school" 들이 있었다. 낙서일까? 낙서는 아니다. 뭔가 합법적으로 새겨놓은 것 같다. 그럼 광고? 광고를 하려고 이렇게 바닥에 뭔가를 새기긴 힘들다. 그럼 셰익스피어와 관련있는 말? 원서로 안 읽어서 모르겠다. 결국 무엇인지 알지 못 한채 시간이 없어 돌아오고 말았다. 바닥에 써있던 화살표들과 의미가 서로 통하지 않던 문장들. 무엇이었을까?

 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다. 에이번 강가 쪽으로 가면서, 관광지가 아닌 시민들의 생활하고 있는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녀왔어요!" 라고 문을 열고 꼬마가 들어갈 것 같은 집 문, 아침마다 누군가 물 주고 가꿀 것 같은 정원, 맛있는 빵을 사서 아침을 준비할 것 같은 빵집. 전에 예쁜 간판 들에 대한 이야기는 포스팅 했는데, 그것 말고도 곳 곳에 꽃을 심어놓고 거리를 장식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참 그림같은 동네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 날이라서 기념품이며 선물을 사겠다고, 이 가게 저 가게 많이 돌아다녔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닌 덕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많이 있었다. 외국에 나가면 엄마 선물로 인형을 많이 사오다 보니 인형이나 장식품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열지 않았지만 새침하게 베티가 웃고있는 모습, 동화속에서 나온 요정들의 인형, 그리고 전에 포스팅 했던 크리스마스 가게의 인형들을 보면서 예쁜 것이 너무 많아 어떤것을 사야할 지 망설였다. 그러다 결국 셰익스피어 기념품 가게에서, 소설 속에 나올 것 같은 요정인형을 샀다. (사진이 없다. 사진은 다음에..) 엄마가 마음에 들어하셨다 ^-^. 기념품 가게에는 영국의 국기와 상징물들을 표현한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엽서, 볼펜, 냉장고 자석 에서부터 인형이나 컵, 열쇠고리 까지. 거기서 엽서 몇 장과 전에 포스팅한 나를 위한 선물 곰돌이 인형을 샀다. 기념품 가게나 선물 가게에 가면 마음의 사정과 지갑의 사정을 조율하느냐 힘들다. 선물 주고 싶은 사람, 가지고 싶은 물건은 많은데 지갑엔 그만큼의 돈이 없다.
  많은 엽서들을 보았는데, 가장 예뻤던 것은 손으로 그린듯한 그림엽서였다. 영국 하면 생각나는 빨간 버스며 빈벤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가게가 닫혀있어서, 그리고 지갑사정으로 보는것에, 쇼윈도 너머의 모습을 찍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셰익스피어 생가에서 조금 더 가면 젖소 한마리가 있다. 아이스크림 가게이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 맛도 맛이지만 주인이 정말 잘생겼다. 일명 '훈남 아이스크림 가게!'. 두명이 있었는데, 둘 다 잘생겼다. 하지만 한 쪽이 좀 심하게 잘생겨서 다른 한쪽은 묻히는 분위기? 청년들 보느냐 아이스크림이 입으로 들어갔나 코로 들어갔나 모르겠다. 우유의 맛과 향이 풍부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를 3번 정도 갔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만나는 일행들에게 훈남 아이스크림 가게 있어! 라고 하니 어디어디? 라면서 안내해주다 보니 3번이나...하지만 모두들 말했다. 잘생겼다!! 그리고 맛있다! 라고 ^^)
 깜찍한 악세사리도 많이 있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목걸이? 귀걸이? 장식품? 이란 의문을 가지게 한 속옷모양의 악세사리. 쇼 윈도 안쪽에서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거리도, 가게도, 물건도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랐던 그 동네. 나는 마음속에 담아왔지만, 다시 한 번 볼 수 있게 사진으로 찍어와서 다행이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다시 가고싶은 아쉬움이 커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국에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 동안 아무런 포스팅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리움으로 가득 찬 추억을 풀어 놓기가 두려워서 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풀어 놓으려고 한다.

 많은 도시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어느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나는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영국의 마지막 밤을 보냈던 도시, 모든 추억과 아쉬움을 캐리어에 가득 채워넣고 히드로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그 도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은 미들랜드의 중심브로 에이번 강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1564년 4월 23일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 곳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흔적을 보려는 많은 관광객들이 아직도 이 곳을 찾고있다. 유명 관광지 답게, 그 어느 곳에서 보다 많은 관광객을 볼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번째 사진이 셰익스 피어의 생가(Shakespeare's Birthplace). 아침에 일찍 가서 저런 관광객이 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건물은 19세기에 튜더시대의 원형대로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10시가 넘으면 관광객이 바글 바글. 안에는 셰익스피어의 가족과 관련된 물건이나, 태어났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방이 있다고 한다. 입장료와 줄과 시간의 압박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셰익스피어로 먹고 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이 인기. 옆에 셰익스피어센터와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다. 두번째 사진은 우리가 머문 호텔에 있던 방이름. 방이름에 벌써 Juliet Room과 Romeo 등을 이용한다. 이 동네, 정말 셰익스피어로 먹고 산다. 세번째 사진은 호텔 바로 앞에 있던 내쉬의 저택(Nash's House & New Place), 앞에 예쁜 정원이 있는 곳이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곳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로열 셰익스 피어 극장(The Royal Shakespeare Theatre)에서는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공연한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때는 공사중 이었다. 시간이 있다면, (그리고 돈이 있다면) 연극을 한 편 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아쉽다. Town Hall에는 셰익스피어의 동상이 있다. 건물 오른쪽에 2층의 까만 부분. 1769년에 최초로 셰익스피어 축제를 조직했던 데이비드 개릭 이라는 배우가 기증한 거란다. 역시 셰익스피어로 먹고사는 동네. 아래 보면 셰익스피어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광고 간판도 있다. 기념품 가게에도 셰익스피어 책이며, 소설이며, 셰익스피어가 그려진 광고간판이 있다. 앞모습도 찍고 싶었지만, 바삐 가느냐... 지금은 HSBC인 Old Bank에도 금박의 셰익스피어가 그려져 있다.

 그 밖에도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에는 셰익스피어와 가족들이 묻힌 홀리 트리니티 교회(Holy Trinity Church)나 셰익스피어의 부인의 집인 앤 해서웨이의 오두막(Anne Hathaway's Cottage), 딸 수잔나의 집인 홀스 크로프트(Hall's Croft)가 있고, 셰익스피어의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동상이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가보지 못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다음날 점심에 떠나는데 그 사이에 쇼핑, 관광, 짐정리, 마지막 파티 등을 다 해야 했다. 물론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역시 셰익스피어로 먹고 사는 동네.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은 셰익스피어의 고장이다.

  여행을 가면 종종 나를 위한 선물을 산다. 가끔은 카드가 깜짝 놀랄 물건을 지르기도 하지만, 대부분 작은 엽서나 기념품 들이다. 2005년 파리에서도 그랬다. 우연히 들어간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 배에 'Paris'라고 씌여져 있는 곰돌이를 만났다. 곰돌이의 집은 종이 쇼핑백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5년 Paris를 처음 만났을 때 모습


  나는 그 곰돌이에게 반해서, 나를 위한 선물로 샀다. 이름을 'Paris' 라고 붙여주고, 여행 내내 함께 했다. 빅맥 앞에 엎어 놓기도 하고, MP3를 들고 있게 해놓고, 기차안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aris의 즐거운 한때. 아마 파리에서 스위스에 가는 기차였지.


 그 이후 내 책상 한 쪽 구석에서 내가 파리에 다녀왔음을을 증명하는 증거처럼 그렇게 있었다. 3년 동안. 그러던 Paris가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 UK라고 부르도록 하자. UK 에서 왔으니까. 스트랏포드 어폰 에이번에서 마지막에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러 들른 기념품 가게에서, 나는 머그컵 안에 들어있는 곰돌이 인형을 보았다. Paris가 생각나고, 귀여워서 나에게 선물하고 싶었지만, 가격의 압박과 운반의 어려움 때문에 포기하였다. 그리고 뒤를 보았는데, Paris와 똑같이 생긴 인형이 있는게 아닌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녕 UK. 여기는 내 호텔방.


 거기에다 진화했다. 종이 봉투 였는데 재질도 좋아지고, 컬러풀한 영국 국기도 있다. 아니 어쩜 영국판이라 그런지도 모르고. 어쨌든 너무 방가워서 데려왔다. 이게 UK와의 만남. 비행기 타기 몇 시간 전에 산 것이라 사진이 별로 없다. 저 사진도 찍고 바로 아마 짐속으로 들어갔지. 하지만 저 사진 참 좋다. 창 밖으로 보이는 갈색 지붕이 '여기 영국이예요.' 라고 말해주고 있는것 같으니까.

  어쨌든 그렇게 만난 두 곰돌이. 한국에 와서 같이 세워노니 정말 똑같다. 크기도, 모습도. 색만 다르고. 정말 친구였다! 이제 내 책상위에서 프랑스와 영국의 추억을 함께 나누겠지. 방갑다 두 곰돌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직 확인 안해봤는데, 이 곰돌이들 고향은 어짜피 중국이겠지. 크아. 중국에서 파리에 또는 영국에 갔다 다시 한국까지 오다니. 먼 길을 여행하는구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런던에서 묵은 LSE 기숙사 1층에는 로비가 있었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 이 곳 밖에 없어서 밤이면 종종 노트북을 들고 내려와 인터넷을 하곤 했다. 영국에 도착해 낯선 환경과 새로운 만남에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 때 나는 로비에 있는 한 권의 책을 우연히 봤다.

 멀리서 그 책을 봤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림책 같은 큰 책의 제목에 "DRESDEN"이라고 써있는게 아닌가! 가까이 가서 보니 드레스덴에 대한 책 맞았다. 드레스덴 오페라 하우스며, 시청이며, 교회며, 츠빙어 궁전이며 내가 그리워하던 모든 것이 그 책속에 있었다. 드레스덴이 어디냐면, 독일 작센의 주도인데, 2005년 여름에 (벌써 삼년 전) 1달간 머물면서 학교도 다니고 쇼핑도하고 산책도 하고 저런 아름다운 문화유적에서 매일 매일 구경가던 추억의 도시이다. 마지막에 떠나면서 '이제 언제 유럽에 다시 올까.' 라고 생각했고, '유럽에 다시 오면, 힘들더라도 드레스덴에 다시 오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 이후에 처음 유럽에 와서 우연히 드레스덴에 대한 책을 만나다니 너무 반가웠다.

  저녁마다 로비에 내려오면 책을 펼쳐봤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추억에 빠져들기도 하고, 못 본 곳이 있으면 "앗! 다음에 가면 가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마우스 받침대로 쓰면서 열심히 인터넷을 했다.

 저 책 덕에 마음이 좀 안정을 찾았다. 책은 나에게 '그 때를 생각해봐,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아, 넌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어.' 라든가, '다음에 꼭 드레스덴에 들러줘.'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럽에 마음을 둘 고향이 있다면 런던도 아니고 파리도 아니다. 화려한 대도시도 좋지만, 엘베 강변을 거닐며 도란도란 나눈 이야기들이나, 골목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들, 그리고 슈퍼에서 장을 보며 일상을 지낼 수 있는 드레스덴이 유럽에서 마음의 고향이다. 3년 전, 그곳을 떠날 때는 다신 만날 일도, 찾아올 일도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연 속에서 만날 때 마다 그리워 하고, 언젠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커져간다. 어쩌면 낯선 런던에서 처음 만난 책이 드레스덴이라는 것은, 우연이면서도 인연이겠지. 언젠가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